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밀양떡, 양반 입맛 사로잡던 그 맛 그대로

밀양서 방앗간 운영하는 강흥원 씨, 옛 방식 그대로 되살려 내
맛·모양 일품 '부편', 소박한 '경단', 봄 향기 물씬 '쑥굴레' 재현

여경모 기자 babo@idomin.com 2008년 04월 10일 목요일

   
 
  밀양 전통떡인 밀양 부편재현에 도우미로 나선 박수내 씨와 이경자 씨가 부편에 들어가는 소를 만들고 있다.  
 
경상도를 대표하는 떡을 묻는다면 경상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답을 할까.

친구, 가족, 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두텁떡, 영양 떡, 인절미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거리를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방앗간 집 좌판에 놓인 떡들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떡집의 메뉴는 대부분이 비슷하다. 지역색이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다는 이유로 많이 팔리는 떡들이 전국의 떡집 메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떡이 우리 민족의 고유 음식문화라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인데 정작 지역의 전통 떡에 대해서는 말문을 열지 못한다. 예전에는 경남지역 특성상 산간 지대에서 나는 칡, 모시풀, 청미래덩굴 잎(망개 잎) 등을 이용한 떡이 널리 발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의 특색 있는 떡 중 알려진 것이 의령 망개떡, 거창 송편 정도가 고작이다.

지역마다 전통 떡을 재현(再現)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료 부족 등으로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밀양의 전통 떡을 재현한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밀양 하남읍 수산리에서 '서울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강홍원(52) 씨다.

◇ 양반 입맛 사로잡은 밀양 떡

강 씨는 내달 2일부터 열리는 밀양 아리랑 대축제에서 밀양 전통 떡을 선보이고자 분주하다. 밀양 전통 떡인 만큼 밀양시민에게 우선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자치단체에서도 '미르피아'란 브랜드를 만들어 밀양의 대표 브랜드 상품을 찾는 중이었다.

강 씨가 재현한 밀양 전통 떡은 현재 밀양 경단, 밀양 부편, 밀양 쑥굴레 등 세 종류다. 지금은 밀양 고치떡도 재현과정을 거치고 있다.

강 씨는 "떡은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옛날에는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있었을 만큼 별식으로 꼽혀 오기도 하다. 특히 영남내륙의 양반들이 즐비했던 밀양의 역사를 담은 떡을 옛 방식대로 재현해 다음 세대로 이어주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 밀양 전통 떡 4종류

△ 사대부를 닮은 밀양 부편
부편은 웃기떡이다. 웃기떡은 외관이 화려해 장식용으로 쓰기도 하는 떡이다. 얼마나 모양이 아름다웠으면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이 하나씩 나누어 갖는 풍습이 있었을까.

밀양 부편은 외형보다 맛에 치중한다. 그래서 장식보다 맛을 결정짓는 소를 만드는 과정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소를 만드는 과정부터 복잡하다. 소에는 잣, 꿀, 땅콩, 호두 등 8가지 재료를 각각의 비율에 맞춰 배합한다. 고물은 계피를 이용한다. 찹쌀가루 반죽에 소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명으로 곶감과 대추를 얹는다. 녹두 고물 외에도 곶감 채, 거피 팥, 볶은 깨, 대추 채를 묻히기도 한다. 밀양을 대표하는 청도·상동면의 곶감과 단장면의 대추로 고명이 만들어지면 완성이다.

△ 속과 겉이 같은 밀양 경단
밀양 경단은 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부편처럼 화려한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징이 없어 보이는 경단이지만 맛은 부편에 뒤지지 않는다. 찹쌀에 들어가는 재료가 밀양 경단의 맛을 결정짓는다. 약초를 우린 물이란 것만 밝힌다. 고물로는 땅콩가루를 묻힌다. 재현에 나선 강 씨는 기름기가 있는 땅콩을 고물로 묻히는 데 애를 먹었다. 물론 깨 등 다른 재료를 고물로 쓰기도 한다.

△ 봄 향기 머금은 밀양 쑥굴레
밀양 쑥굴레는 찹쌀가루를 쪄서 삶은 쑥을 넣은 후 쳐서 만든다. 쑥을 이용한 쑥굴레는 경남지역에서 나는 쑥(귀쑥)이 주요 재료다. 쑥을 넣어 찐 찹쌀을 한 움큼씩 떼어내 녹두 소를 넣어 빚은 다음 겉에 녹두 고물을 묻히면 된다. 특히 모양이 독특하다. 손쉽게 만들려고 둥글게 빚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만들기는 보쌈을 싼 듯한 모양을 낸다.

쑥은 일반 쑥이 아니라 귀쑥, 제비쑥이라 부르는 연둣빛이 나는 쑥이다. 맛은 풀 냄새가 적게 나고 보들보들한 것이 특징이다. 먹을 때 조청에 찍어 먹는다. 조청에 생강즙을 섞으면 또 다른 맛이 입안을 감싼다. 지금도 밀양에 있는 여주 이씨 종가댁 제사상에는 쑥굴레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에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 '아들 낳는' 밀양 고치떡
밀양읍과 부북면 일부에서는 가래떡을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든 '고치떡'을 해먹었다. "올해는 아들 낳을 꿈을 꾸어야지" 하며 덕담을 하는 풍습이 함께 전해진다. 고치떡은 식용색소를 사용해 색을 낸다. 색색으로 친 떡은 큰 도마에 놓고 길게 가래떡 모양으로 밀어 손으로 세워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든 다음 참기름을 발라야 완성된다.

'밀양 부편' 전국에 알리고 싶어요
밀양 떡 재현해 낸 강홍원 씨

   
 
 
- 밀양 전통 떡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
△ 떡집을 운영하다 보니 지역 전통 떡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 도서관이나 연세 높은 어르신들에게 밀양 전통 떡에 대해 여쭈어 보았지만 개괄적인 정보만 있을 뿐 정확한 이론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지역의 대학서 진행한 떡 교육 수업을 듣던 중 우연히 밀양 전통 떡에 정통한 분을 만나게 되어 재현에 성공하게 되었다.

- 밀양 전통 떡 재연 고증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 밀양에 있는 여주 이씨 종가에서 밀양 전통 떡을 만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뵈러 갔었다. 하지만, 그분이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서울에 가서 그분이 재현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가르침을 받았다. 밀양 전통 떡을 보전하기 위한 명분에 동의하셔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 떡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 떡 안에 들어가는 소를 만들기가 가장 어려웠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여 재료의 혼합비율과 순서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통의 맛 그대로인지 확인할 기준이 없었다. 조리법을 조금씩 바꾸면서 조금씩 맞추어 가는 작업을 병행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우선 경남의 대표 떡인 밀양 부편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끔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밀양 아리랑 축제와 경남 향토 음식 경연대회에 밀양 전통 떡을 선보인다. 지역의 전통 떡으로 전국적인 브랜드를 가진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 축제가 끝나고 6월쯤 밀양 전통 떡에 대한 특허도 준비 중이다. 함부로 맛과 형태를 흉내 내어 유사상품으로 밀양 전통 떡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번 기회로 지역별로 전통음식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