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추진 가닥…"의료 양극화 현실로" 야당 한 목소리 반발

제36회 보건의 날인 7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이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이마트 사이 건널목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 보기 운동을 제안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이 총선 막바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그 외 정당은 반대 목청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이 문제가 다시금 집중 논의되자 각 시민·사회단체나 사회보험노조들이 '의료 양극화 초래'를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은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압박하며 이 사안을 총선 쟁점으로 부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뭐기에 = 건강보험은 법으로 강제되는 제도다. 당연지정제 또한 강제되는 법으로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이라는 보험'만' 계약해야 된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길거리 노숙자에서부터 굴지의 재벌총수까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대한민국 의료기관은 동네병원에서 대형 종합병원까지 규모를 떠나 무조건 건강보험과 계약을 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 제도가 사라져 모든 병원이 100% 건강보험 강제계약에서 벗어나면 병원(보통 대형병원)들은 다른 민간보험회사들과의 계약이 가능해진다. 당연히 "우리 ○○병원은 AIG보험 환자 받습니다"식의 병원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현재 보험료는 많이 내고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는 상위 소득자는 같은 보험료로 다양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보험을 애용할 것이고, 이중(국가/민간보험)의 보험가입에 부담을 느낀 상위 소득자는 결국 국가건강보험을 이탈하려 할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건강보험 가입을 자율화 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위 소득자들의 국민건강보험 이탈은 자연스레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중산층 이하 서민의 건강 보장 수준만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현 정부의 기조인 산업화 정책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며, 의료서비스 분야의 산업화도 같은 맥락"이라며 "의료서비스가 산업화되면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 또한 "정부입장에서는 산업화 정책도 살리고, 건보재정 적자도 풀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총선 쟁점으로 = 4·9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자 건강보험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당연지정제 완화 등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며 건강보험제도 개편을 내세우자, 야당들이 여당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통합민주당을 비롯해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무책임한 정부나 한나라당과는 달리 우리는 진료비가 걱정돼 병원에 가지 못하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조한국당도 '의료보험 민영화 저지를 위한 정치권 정책연대'를 제안하며 공공의료보험 제도의 보장성을 줄이고,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보건의료단체연합이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민노당은 최근 브리핑에서 "영화 <식코>가 고발하는 미국 의료제도 실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간보험 확대를 꾀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이 서민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준다"며 "이 영화를 보며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함께 느끼자"고 밝혔다.

영화 <식코(Sikco)>는 영화 <9·11>을 만든 마이클 무어 감독 작품으로 미국 민간의료보험제도의 폐단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은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제도와 맥이 닿아있다.

◇보건의료노조도 발끈 = 보건의료노조는 7일 보건의 날을 맞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시장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창원시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없어지면, 병원은 건강보험지정병원과 민간의료보험지정병원 2가지로 나뉘어 서민들은 중병이 걸려도 동네의원이나 보건소를 전전해야 하고, 1% 상위 고소득층만이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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