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번호로 걸면 기계음의 무서운 이야기 나와

   
 
 
010-XXXX-4444. 최근 초·중학생들 사이에 이 전화번호가 유행하고 있다. 주로 '무서운 전화' 혹은 '귀신 전화번호'라고 불린다. 이 번호로 전화하면 대뜸 귀신 이야기를 해준다.

직장인 김모(44·김해시) 씨는 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서 이런 전화번호가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전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기계음 목소리가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울과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자신이 졌다는 내용이었다. 별스런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밤에 혼자 들으면 오싹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 씨의 아들은 친구들이 이 번호로 전화를 자주 한다고 했다.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 번호와 관련한 게시물이 무척 많다. 대부분 요즘 이런 번호가 유행하는데 들어보니 어떻더라는 내용이다. 특히 이 번호가 30초에 2000원이다, 10초에 1000원이다는 등 요금에 관한 설이 많다. 이게 사실이라면 누군가 이 번호로 떼돈을 버는 셈이다.

23일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했다. 두 개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용은 이렇다.

"안녕? 우리 언니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인데 학교에서 응아가 마려 한적한 화장실에 갔어. 그곳은 무서운 소문이 있어 사람들이 잘 안 찾아 응아를 마음껏 쌀 수 있었대. 오래전에 그 학교 선배가 그 화장실에서 자살했거든. 자살한 언니 이름이 '혜자'인데 매달 전교 1등을 하다가 그때 한 번 2등을 하곤 정신이 나가 그랬대. 우리 언니가 응아를 하러 갔는데 마침 아무도 없더래. 한참 있으니 옆 칸에서 (귀신 효과음) '혜자야~ 생일 축하해, 해피버스데이투유~' (비명)"

"어느 여학생이 늦어서 택시를 탔습니다. (다음은 기사와 여학생의 대화) 아가씨는 참 운이 좋은 아가씨야. 아저씨 얼마예요? 5900원이에요, 운 좋은 아가씨야. 왜 자꾸 운 좋은 아가씨라고 하세요? 오늘은 내가 칼을 가져오지 않았거든. (비명)"

이전에도 이런 식의 귀신전화번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역시 4444로 끝나는 번호였다. 당시 이 번호는 LG텔레콤에서 여름 특집 이벤트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었다. 물론 전화를 해도 통화료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유행하는 귀신전화번호는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이 번호는 SK텔레콤에 가입한 개인번호였다. 하지만, SK텔레콤 쪽은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번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번호 주인이 ARS 회사에 돈을 내거나 해서 자동응답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공중전화로 전화하니 다른 휴대전화에 걸 때와 같이 요금이 일정하게 내려갔다. 하지만, 이 번호가 실제 어느 정도의 요금을 받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경찰은 전화번호를 악용해 돈을 불법으로 벌면 통신업체가 전화번호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번호가 광고나 음란물을 배포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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