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그랜드 힐튼 호텔. 2008년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만큼이나 긴장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경남FC 윤덕여 수석코치와 황정규 스카우트였다. 당시 경남은 박항서 감독의 사임으로 감독 없이 윤 수석코치와 황정규 스카우트가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이날 경남이 추첨을 통해 뽑은 순위는 13개 구단 중 10번째.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구단별로 1순위 지명선수가 발표되고, 드디어 경남 차례가 다가왔다. 경남은 기다릴 것도 없이 1순위로 서상민을 지명했다. 황정규 스카우트는 "상민이가 전체 3순위 이내로 지명될 줄 알고 가슴을 졸였던 게 사실"이라며 "대학교 때부터 활약상을 지켜봤기 때문에 과감하게 1순위로 지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4개월이 흐른 K리그 개막전에서 서상민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킥오프 5분 만에 왼쪽에서 오른쪽 골대를 찌르는 감각적인 슛으로 골문을 흔든 뒤 후반 14분에도 상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공을 차 넣어 4-2 대승을 이끌었다.

서상민이 황정규 스카우트의 눈에 띈 건 지난 2006년 연고전에서였다. 0-1로 뒤진 채 끝나가던 후반 인저리타임에 서상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각종 대학시합을 따라다니며 서상민의 진가를 확인한 황 스카우트는 서상민을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황정규 스카우트는 "상민이는 신인치곤 겁 없는 플레이와 공수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 능력까지 갖춘 선수"라며 "조광래 감독의 눈에 띄어 개막전 선발 엔트리에 포함된 것도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조금이나마 도움될까 싶어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프로 무대(연세대 3학년 중퇴) 첫 경기에서 합격점을 받은 서상민. 오는 일요일 열리는 광주 상무와의 리그 2차전에서 서상민은 또, 한 번의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다. 이날 경기를 올림픽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직접 관람하기 때문이다. 무명의 신인에서 슈퍼루키로 등장한 서상민이 이번 모의고사도 합격점을 받을지 경남FC 시즌 2차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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