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논개 영정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옛것이 아닌 새로 제작된 표준영정으로. 진주시와 전북 장수군이 합동 공모한 끝에 지난달 초 문화관광부 표준영정심의위를 최종 통과함으로써 확정된 논개영정은 유관순 열사 영정을 제작한 바 있는 충남대 윤여환 교수가 그린 것이다.

윤 교수와 충남대는 조만간 이 영정을 진주시에 납품할 것이라고 밝혀 머지않아 촉석루 옆 의기사에서 우리는 논개 영정을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애초 의기사에 봉안돼 있던 논개 영정은 친일화가인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몇 년 전부터 진주 시민단체가 철거운동을 펼쳤었다.

국토를 유린한 왜장을 껴안고 의암에서 남강으로 뛰어내려 순국한 논개를 친일화가가 그렸다는 데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때마침 과거사 정리작업이 벌어지고 있던 때라 이 운동은 들불처럼 번졌고 마침내 의기사에 걸려있던 영정을 떼어내는 사태로 발전했다. 주도했던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벌금형마저 거부한 채 옥살이를 자청했던 사건은 잊힐 수 없는 역사적 정의감으로 남을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논개 영정에 특별한 애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작자인 윤 교수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역사적 고증이 제일 힘들었다고 실토하고 있거니와 이것이 영정의 생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작 과정과 심의위 심사과정에서 수십 수백 번의 손질이 필요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치밀한 고증작업과 산고를 거친 만큼 김은호가 그렸던 영정과는 당연히 다른 점이 많다. 애초의 영정이 미인도로 불릴 수 있다면 새로 제작된 영정은 사실적이며 실존적인 현실감을 던져준다.

수십 번의 보완 작업이 필요했었다는 가체머리, 그리고 임진왜란 이전의 복식을 표현하기 위해 동시대 출토품을 샅샅이 뒤졌다는 설명에도 신뢰감이 따른다. 소매에 가려져 표현된 열 손가락 옥가락지는 논개의 충정을 유추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단 대신 무명 베옷으로 채색된 복식에도 친밀성이 더 따른다.

논개가 이제 철저한 고증 아래 의연한 자세로 우리 앞에 다시 서게 됐다. 우선 시민 갈등이 치유되고 그로써 민족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주시는 봉안식을 시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