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사제를 두고는 사학 자율성이 없다며 17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어 개악한 사학법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 초·중·고 836개 법인 가운데 개방이사가 선임된 법인은 489개, 개방이사는 97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임기만료로 개방이사(648명)의 52%인 337명이 전임 이사가 개방이사로 재선임 되었으며, 학교장이나 이사장 등 그 학교 법인의 내부인사가 개방이사로 선임된 경우는 47.9%에 달한다.

전·현직 학교장(감)이나 법인의 이사장 등 내부인사만으로 선임된 법인만도 무려 30.1%나 된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가 이 정도이지 실제 개방 이사 중 법인 이사장과의 친분관계 등 수치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고려한다면 참여와 자치를 통한 학교 운영의 민주화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학법인연합회와 일부 종교계, 한나라당, 보수 언론 등이 개악해 놓은 사립학교법 내용을 보면 사학 민주화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개방이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사장 친인척도 학교장을 할 수 있고, 이사장의 다른 학교 이사장과 학교장 겸직도 가능토록 해 놓았다.

학교장의 임기제한도 없애고, 임시이사 파견주체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로 하고, 대학평의원회조차 자문기구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사학민주화가 가능하겠는가? 개방이사도 이미 무용지물인 개방이사를 두 번 죽이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두어 법인이 임명하는 것으로 개악하였다.

개악된 사학법은 사학 민주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모두 차단함으로써 교육 민주화를 극단적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 것이다. 종교 법인은 선임된 개방이사 99명 중에 96명(97%)이 동일교단 소속의 종교인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일부 이기적인 종단들과 사학 재단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학비리와 사유화를 더욱 조장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사학을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고자 민생 법안을 볼모로 17대 국회를 파행으로 몰았던 국회의 직무유기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립학교의 부패를 방지하고 사학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면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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