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통제수역 안 전어 몰려…물길 막힌 탓"'일년 기름값만 6억 넘어'단속 해군도 "괴로워""먹고 살자" 방책선 넘은 삼귀 어민 대부분 전과자

   

추석 전후, 물오른 가을전어 맛을 전하는 기사가 언론에 등장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뉴스가 있다. 진해 해군수역 안에서 전어를 잡으려는 어민과 이를 막으려는 해군의 충돌. 이른바 '전어 전쟁'으로 불리는 이 싸움은 생존을 건 어민들과 군 통제수역을 지키려는 해군의 해묵은 대결이다.

급기야 궁지에 몰린 어민들이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해군과 추격전에서 어선이 침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위험한 싸움이 다름아닌 '해군의 소모도 물길 차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모도(왼쪽)와 방파제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해군의 방책선.

◇갈수록 험악해지는 전어전쟁 = 올해만 해도 해군과 통영해경은 군항 통제수역을 침입해 조업을 하던 15척 선단의 어민 40명을 붙잡았다. 이 중 8명은 구속됐고, 6명은 구속이 예정돼 있으며 나머지 27명은 계속 수사를 받고 있다.

해군 요청으로 올해 처음으로 단속에 동참한 해수부 동해어업지도사무소는 지금까지 356건의 불법 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분위기 살벌합니다. 대부분 늦은 밤 조업을 하기 때문에 사방은 어두컴컴하지, '떡대'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면…. 그 사람들, 전과자 되는 거 각오하고 방책선 넘은 사람들입니다. 단속하는 우리와는 입장이 달라요."

동해어업지도사무소 한 관계자는 "어민들이 방책선 넘는 것도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제수역 안은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인데 방책선 바깥에서는 밤샘 그물질에도 겨우 몇 마리 잡힐 뿐이라는 것이다. 전어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지, 그간 고기잡이가 시원찮았던 어민들은 최악의 경우를 감안하고서라도 바다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왜 통제구역 안에만 고기가 살까 = 하지만 이들은 해군 방책선 안에 유독 전어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추석 전후 그곳에 어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추측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평소 그곳에서 고기를 안 잡으니 고기가 많은 것"이라며 "고기도 살기 위해 해군 기지 쪽으로 피신해 온 것 아니겠냐"는 거였다.

그러나 어민들은 달랐다. 그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소모도 매립'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회유성(물길을 따라 다니는) 어종인 전어가 물길이 막혀 해군 통제수역 안에 우르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소모도 물길 차단 전까지만 해도 들물 때 먼 바다에서 떠내려 온 전어 떼는, 이 일대 가장 물살이 센 비봉마을과 소모도 앞으로 수챗구멍처럼 빨려 들어가 마산만을 '황금어장'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수로 차단이 전어전쟁 불렀다 = 삼귀어촌계장 이성국씨는 "소모도 매립으로 해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물 따라 떠내려 온 고기 떼가 없어진 것이야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며 "결과적으로 고기를 가둬 놔 그곳 아니면 고기를 잡을 수 없는데, 불법이라며 못 들어가게 하면 우리는 무얼 먹고 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삼귀 어민 치고 방책선을 안 넘어본 사람이 없다"며 "어민 70~80%가 최소 5범에서 10범 전과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불법 조업과 관련해 해군과 경남도, 해수부 등에 여러 차례 진정을 내고 유권 해석을 받으면서 방법을 모색하려 했지만 번번이 헛수고였다.

특히 이들은 지난 1969년부터 설치된 해군의 방책선(삼귀해안은 1978년)이 처음 위치보다 훨씬 넓어져 어민들의 합법적인 조업구역을 더욱 좁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이 전과자 = 석교마을(돌돌개마을) 어민 이 모씨는 "어민들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방책선을 넘는 이유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소모도 물길을 막지 않았다면 자연의 이치대로 물길 따라 온 고기 잡으며 살았지, 지금처럼 전과자로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바로 지난달까지 해군 기지 내 상습 불법조업 어선단으로 유명했던 '만금호'에 승선했던 어부다.

요컨대 소모도 물길만 트이면 해군 통제수역에 불법으로 침입해 고기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군도 인력·예산 낭비 막대 = 불법조업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은 어민뿐 아니다.

이를 단속해야 하는 해군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속 인력과 장비, 군수용 기름은 '쓰지 않아도 될' 국방예산이다.

해군은 지난 2005년 기준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낭비한 기름은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합쳐 96만ℓ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면세유가 기준으로 96만ℓ를 돈으로 환산하면 6억 7000여 만원 정도. 또 연인원 1800여 명, 경비함정 연 1200여 척이 불법조업 감시에 동원됐다.

급기야 해군진해기지사령부는 올해 '불법조업 근절 통합대책위원회'까지 발족시켰다. 지자체 국장급과 해수청장, 해경서장, 창원지검 검사, 수협장 등 32명의 인사로 구성된 대책위는 갈수록 불법조업이 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며 합동대응훈련을 하고 주민들 대상으로 대대적인 계도에 나서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얼마나 많은 불요불급한 예산과 인력이 들어갈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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