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배우 구로다, 사천에 탁경현 추모비 건립

일본 한 여배우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태평양 전쟁에서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활동하다 전사한 조선인 청년 고향에 추모비가 세워진다.

조선인 청년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집돼 가마카제특공대원으로 활동하다 1945년 5월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숨진 탁경현 씨.

탁 씨의 고향은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남구마을.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51·黑田福美)씨가 지난 91년 꿈 속에서 만난 조선청년이 "비행기를 조종하며 죽는 것에 후회는 없지만 조선사람이 일본사람 이름으로 죽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

이후 구로다 씨는 이 청년의 실체 파악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지난 95년 〈요미우리신문〉에 꿈의 내용을 칼럼으로 실은 뒤 "그가 가미카제특공대원 미쓰야마 후미히로(光山文博)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정적인 제보와 함께 사진을 보고 꿈 속의 청년이란 확신을 가졌다.

조선 청년의 한국이름이 탁경현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이 때부터 탁 씨의 자료를 추적해 교토(京都)에서 탁 씨의 가계 자료와 소학교, 중학교, 교토 약학전문학교의 학적부까지 찾아냈고 탁 씨와의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구로다 씨는 그의 고향에 비석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이런 과정에서 구로다 씨는 일본에 강제징집된 한국인들의 신원을 찾는 데 노력해 온 홍종필(71) 전 명지대 교수의 주선으로 탁 씨의 유족들도 만났으며 오키나와 '평화의 초석'(태평양전쟁 전사자 23만8000여 명(한국인 309명 포함)의 이름을 새겨 놓은 추모공원)에 탁 씨의 이름도 발견하게 됐다.

추모비 건립은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었다. "서포면에서 한국 청년 250여 명이 끌려갔는데 왜 탁 씨 비석만 세우려고 하느냐"는 지역민들의 반대에 홍 전 교수와 함께 서포면을 방문, 끈질긴 설득으로 끝에 주민들의 동의도 받았다.

추모비 건립을 위해 16년간을 헌신해 온 구로다 씨는 '평화스러운 서포에서 태어나 낯선 땅 오키나와에서 생을 마친 탁경현. 영혼이나마 그리던 고향 땅 산하로 돌아와 평안하게 잠드소서'란 귀향기원 비문까지 새겨 놓고 건립 날짜가 정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논픽션 <호타루 가에루(반딧불이 돌아오다)>와 영화 <호타루>의 모델이기도 한 탁 씨는 1922년 생으로 일본 교토시 오가다소학교와 리츠메이칸중학교, 교토 약학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태평양 전쟁에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참전, 1945년 5월 10일께 전사, 현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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