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철옹성 해군 상대 승소 '한껏 고무'군 "공소시효 소멸" 주장…논란 계속될 듯

마산만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아버린 소모도 매립지. 오른쪽에 작은 산처럼 보이는 곳이 소모도였으나 매립으로 육지와 연결돼 버렸다. 바다위에 어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책선이 쳐져 있다.
   
비록 일부 승소이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진해 소모도 매립 기지와 방파제가 마산만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 공식 지목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해군이 마산만 오염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경과 = 그간 마산만을 둘러싼 어촌계는 물론이고 언론을 비롯한 지역사회는 해군이 소모도를 매립해 물길을 막는 바람에 마산만 오염이 가중됐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그 때마다 해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2000년 당시 강삼재 국회의원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이 군이 소모도 매립 피해를 인정한 유일한 사례였다.

2005년 3월에는 녹색연합이 소모도 기지에 정박 중인 미군 핵추진 잠수함의 사진을 찍어 공개하자 전국적인 파장이 일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공격형 핵잠수함은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했을 뿐 아니라 정박항인 마산만에 핵 찌꺼기를 남길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함께 해군이 수로도 없이 소모도를 매립해 마산만을 휘감아 돌아나가는 해류를 차단, 마산만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다시 한번 지역사회에 환기됐다.

이에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과 경남통일연대, 마창진 민중연대 등은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매립기지 현황을 공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고 촉구했지만 해군은 끄떡하지 않았다.

◇어민 반응 = 이번 승소는 어민들에게는 철옹성 같은 해군에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마산만 어민들로 구성된 '마창어민피해보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영재)는 적어도 마산만 수질악화와 그로 인한 어민 피해를 법원이 인정해 줬다며 한껏 고무돼 있다.

박영재 위원장은 "제주도와 부산, 민통선 주변에서 군을 상대로 일반인들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소시효와 별개로 소모도 매립으로 인한 어민 피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책위는 공소시효 적용을 달리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시점이 아니라 어민들이 공사 여부를 인지한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2000년에 가서야 소모도 매립과 방파제 건설 공사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해군은 소모도 매립 공사가 늦어지면서 준공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매립지역을 군사기지로 사용해 왔고, 이를 적발한 경남도가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자 도에 의무면제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이 안건이 도의회에 상정되면서 비로소 어민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소모도 매립과 방파제 건설 공사는 한국군 전력증강 사업인 '율곡사업'의 하나로 일반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 어민들은 기지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쳐 놓은 방책선 때문에 마산만을 지척에 두고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진장백 부위원장은 "요즘처럼 사업설명회나 공청회는 열리지도 않았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며 "서슬 퍼런 군부대 일은 입에 올리기도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에 가서야 마창대책위가 중심이 돼 소송을 제기했고, 2003년 여수대학교 수산생명과학부에 어민 1500여 명이 갹출해 모은 5억 원으로 용역을 의뢰, '진해 소모도, 현동지구 공유수면 매립 및 방파제 건설에 따른 어업피해 영향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피해용역 결과 = 3년간 걸친 용역 결과, 여수대학교는 해군의 매립과 방파제 공사로 소모도 물길이 차단됐고 인근 해역의 조류통수량과 교환율이 감소해 수질이 악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공사 인근 해역은 계절과 관계없이 수산생물이 서식하기 적합하지 않아 어민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이에 따른 소송청구금액을 214억 여 원으로 산정해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마침내 지난 7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14부)은 해군의 매립 공사 등으로 어민들이 피해를 보았으니 37억 여 원을 보상하라고 선고했다. 어민들이 피해 원인으로 지목한 △수도차단과 △소모도 매립 △방파제 건설 △현동지구 매립 등이 모두 인정되나 현동지구 매립을 제외한 앞의 세 가지는 공고시효가 소멸돼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군측 입장 = 이번 소송과 관련 해군측은 공소시효 소멸로 맞서고 있다.

해군측은 변론에서 "1990년 소모도와 마산만 사이 수로가 차단됐고, 1993년 소모도 매립공사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으며, 1994년 방파제 건설공사가 완료됐으므로 각 공사의 완료일로부터 예산회계법상의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경과된 뒤에 제기됐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8월 말 해군과 어민대책위는 하루 차이로 각각 항소해 놓은 상태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