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간병인·주말엔 상담원... 봉사의 달인

   
 
 
"우리 집 대문은 항상 열어 둡니다.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오시거든요."

30일 '봉사의 달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강덕이(61·마산시 양덕동) 씨를 만났다. 강 씨는 현재 마산 YMCA 시민중계실 위원이며, 진해 동의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헌신적으로 하다보니, 2년 전부터는 간병인이라는 직업까지 얻게 됐다.

그의 집에 들어서서 초록색 대문을 닫으려고 하니 그냥 두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찾아와서 늘 열어둔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얘기하는 동안에도, 그의 사교성에 놀랐다.

"제가 예전에 노인정, 복지관에 계신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물건 강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어르신들께 설명하고 나서부터, 저희 집으로 찾아오시는 분이 많았어요. 전화도 계속하시고. 2년 전쯤엔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전화를 끊기도 했습니다."

전화기를 없앴다가, 다시 사람들이 하도 불편하다고 얘기를 해서 다시 전화기를 놓았다고.

왜 물건 강매 대처법을 알리기 시작했는지 전모를 밝혔다. "처음엔 남편이 오전에 일찍 회사 일을 나가면, 집 근처 대문에 장판을 깔아놓고, 할머니들에게 국수와 부추전을 만들어 대접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할머니들이 음식을좀더 일찍 만들어 줄 수 없겠냐고 하시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할머니들이 근처에 약장사한테 가시는 겁니다. 약장사가 뭔가를 할머니들에게 미끼로 주고, 약을 파는 거예요. 할머니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러면서 어르신들께 이것저것 설명해드리게 됐죠."

마산YMCA에서 10년 정도 일했다는 그에게 어떻게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주중에는 직업 간병인으로, 주말에는 마산YMCA에서 무료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TV를 보는데,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를 하는 거예요. 바로 시청을 찾아갔어요. 그 길로 회운구청에서 꽃밭도 매고, 유리창 청소도 했죠. 제가 남들보다 늦게 결혼해, 서른셋에 첫아이를 낳았죠. 큰 아이가 중학교 들어갈 때 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을 하는 내내 사람들과 어울려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무척 즐거웠단다. 석전동에서 잠깐 살 때에는, 시청에서 배추 200포기를 담는 일을 했다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대부분 아파트에 살아서 주택인 강 씨 집에서 주로 배추를 담았는데, 하도 배추를 많이 담가, 잘 모르는 이웃사람들이 배추공장을 차린 줄 알았다고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였단다.

한 때는 헌옷을 모아서 싼값에 내다팔기도 했는데, 근처 아파트를 아침 나절동안 돌면서 입지 않는 옷을 모으기도 했다며 설명했다.

또 시청에 이어 마산YMCA에서 일하면서, 집 근처에 있는 한일전산여고 상담자원봉사자로 일하기도 했다. 두 아들만 뒀기에, 딸들의 고민을 듣고 도와주고 싶었다고.

그가 벌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남편과 다툼이 있기도 했다. "지금은 남편이 제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지만, 처음엔 반대했었어요. 몸이 불편하신 분 집에 가서 일하기보다, 집에서 가족들을 더 많이 돌봐주길 바랐죠. 그런데, 어느 날 돌봐드린 할머니께서 저에게 고마움을 표하려고 포도 한 송이를 손에 들고 찾아온 걸 보고는 맘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집으로 온 둘째 아들 역시 어렸을 적엔 어머니가 활동이 많아서 불평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다고 얘기했다.

강 씨는 지금 간병인 일을 하는 게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같이 얘기도 나누면서, 도와드릴 수도 있기에 나에게 더 없이 좋은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지금만큼 일을 해나가고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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