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국민 알권리 충족에 미흡" 수용불가... 정부 "새로운 협상 없이 기존 방침대로 추진"

기자협회는 운영위원회를 열고 정부와 협의한 '공동발표문(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사진은 의사봉을 두드리는 정일용 회장. /한국기자협회 제공
정부가 청사 내 브리핑룸 공사에 나서면서 기자실 통·폐합을 담은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 방안'이 시행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의 통합브리핑센터 공사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 업체를 선정해 8월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에서는 전자브리핑 시스템 시험가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TV토론에 나선 이후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과 협의를 벌여왔으나 막판 기자협회의 불참 선언으로 독자적으로 취재지원 시스템 개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기자협회 소속 '취재환경개선투쟁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상범 KBS지회장)'는 최종협의 후 공동발표문의 내용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미흡하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보였고, 이에 따라 합의가 무산됐다. 실제로는 기자협회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게 이유로 알려졌다. 특위가 있는데도, 특위보다 기자협회장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일선기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 기자협회 특위의 안과 공동발표문의 가장 큰 차이는 통합브리핑센터 공사 시점이다. 공동발표문안은 안이 공개되면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었고, 특위안은 기자들의 권리를 위한 제도를 먼저 만들어 놓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 정보공개법 개정 대책, 대면접촉권 확보, 수사기관 기자실 전면개방에 따른 보완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위는 구체적으로 △취재목적이 분명할 때 관리직 공무원은 즉각 취재 응대 △의도적 취재 회피시 반론권 요청 지양 △악의적인 정보 비공개, 공개결정기한 연장에 대한 책임자 처벌 조항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위는 자체적으로 만든 안으로 정부와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새로운 협상'은 없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기자실 통·폐합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는 13일 "청와대가 기자협회를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기사송고실 통폐합 공사를 강행한다면 합법적인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발표문을 함께 준비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기자협회에 대해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미비점 개선 내용을 담은 공동발표문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공동발표문 조항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의와 협의를 해 나갈 수 있게 돼 있다"며 합의의 틀을 유지하길 원했다.

◇공동발표문 내용은 =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신문협회, 정부 대표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지난달 17일 대통령과의 TV 토론 이후 네 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7월 초에 14개 조항의 공동발표문(안)을 작성했다.

그 내용은 △기사송고실 부스 총량 규모 최대한 현행수준 유지 △서울중앙지검, 경찰청, 서울경찰청 기자실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 존치 △대면 및 온라인 취재 요청 적극응대 가이드라인 규정, 총리 훈령으로 제정 △브리핑제 내실화를 위해 취재응대 전담 부처별 대변인제도, 온라인 대변인제도 설치 등이었다.

또 △정보공개청구제도 강화 추진 △공직사회 부패와 비리를 고발하는 공무원(내부고발자)의 보호범위 확대 방안 △신문윤리실천요강 제2조 취재준칙 준수 △정부와 언론단체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위해 공동노력 △언론단체와 정부는 이번 방안의 시행 과정에서 분기별로 언론계의 의견을 수렴 △언론탄압진상규명특별법 제정 △현 방안의 지자체 확대 적용 등 추가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 계속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자협회는 12일 운영위원회에서 내부 의견 수렴결과 공동발표문을 거부키로 했지만,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이외의 단체는 기존 공동발표문을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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