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스포츠신문 유머난에 '30~60대 남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때'가 세대별로 소개된 바 있다. 30대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때는 '매월 카드대금 청구서 도착할 때', 40대 남성은 '아내의 샤워 소리가 날 때', 50대 남성은 '아내가 곰국 끓일 때(며칠이고 놀다 오니까)', 60대 남성은 '아내가 여행 가자고 할 때(여행 가서 안데리고 올까봐)'였다.

웃자고 만들어진 얘기고 실제로 읽으면서 웃음이 나긴 했지만 왠지 우리나라 남성들의 비애를 한 눈에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여성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남성차별과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존재한다며 불평하곤 하지만 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이야말로 불쌍하기 그지없다. 과거에 비해 맞벌이가 증가한 추세긴 하지만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는 여전히 남성들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여성이 직업이 없어 집에 있으면 '전업주부'의 역할도 힘들다며 가끔 위로도 받지만 남성이 직장 없이 집에 있다면 놀고 먹기만을 좋아하는 천하의 무능력자가 되고 만다.

남성의 성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대가 되면 남성과는 반대로 성욕이 왕성해지는 아내를 위해 이른바 '의무방어전'도 치러내야 한다. 오죽하면 '아내의 샤워 소리'만 나도 두렵다는 얘기가 있을까. 또한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해 젊었을 때의 패기가 사라지는 반면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더욱 씩씩해지고 에너지가 왕성해진다. '아줌마'의 힘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젊은 시절 아내에게 큰 소리쳤던 남성들도 50~60대가 되면 꼬리를 내리게 되도록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본인들의 이와 같은 나이별 특성을 잘 파악하여 '살아남기 위한 작전'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웬만큼 기력이 있는 40대 부터는 아내에게 조금씩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주 사소한 일에 서운해 하고 반대로 작은 배려에도 감동받곤 한다. 때문에 아내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일은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아내가 음식을 차려주면 '맛있다'고 해주고 머리 스타일이 바뀌면 '잘 어울린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된다. 그리고 아내가 시댁 일로 고생할 때는 '고맙다'고 얘기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말에 돈드는 것도 아니고, 또 밖에서는 별의별 표현을 다 하는 남성들이 유난히 집에서는 말을 너무 아껴 정작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때가 적지 않다.

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인 욕심만을 채울 것이 아니라 아내도 오르가슴에 오르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사실 이 역시 파트너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다. 만일 성기능장애 때문에 잠자리를 피하는 남성이라면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함께 최선의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몇 년 후 아내가 끓여놓은 곰국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www.drj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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