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키스 자연스러우면 섹스가 더욱 달콤해진다

"섹스 시간이 무슨 엄숙한 종교의식도 아니고…. 답답해 죽겠어요."

얼마 전 3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성상담을 의뢰해왔다. 남편이 섹스를 할 땐 신음소리는 물론 작은 소리조차 절대 내지 않아 이 여성 역시 조금의 소음도 낼 수 없고 잔뜩 긴장만 한 채 섹스를 끝낸다는 하소연이었다.

"섹스를 할 때 웃으며 장난도 치고, 야한 농담도 하고, 야한 그림을 보면서 킥킥대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몇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남편이 전혀 호응을 해주지 않아 민망하기만 했지요. 깔깔대고 웃으면서 기분 좋게 섹스해보는 게 소원이에요."

이 여성의 고민처럼 우리나라 남성들의 특징 중 하나가 섹스를 할 때 굉장히 진지해진다는 점이다. 원래 말수가 적고 보수적인 남성들은 물론 평소 농담도 잘하고 자상한 남성들까지도 이불 속에만 들어가면 입에 지퍼를 채운 것처럼 말이 없어지고 엄숙해진다. 사실 여성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굳이 원인을 따져본다면 우리나라 남녀 모두 '섹스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양 사람들의 경우 키스나 포옹이 마치 악수하듯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사법이다 보니 섹스를 할 때도 그리 부담스러워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부부끼리도 포옹이나 키스는 연중행사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생각해 보라. 평소에는 키스 한 번 포옹 한 번 하지 않다가 마치 무슨 시합이나 하듯 '준비 땅'하며 이불 속에서는 진한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색한 일인지 말이다.

만일 우리나라 부부들도 키스나 포옹을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섹스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평소에 잘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도 무조건 남성들이 잠자리에서 잘 해 주길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남편에게 자주 애교를 부려줄 필요가 있다. 다소 어색한 게 눈에 보이는 애교라도, 그래서 남편이 '갑자기 뭘 잘못 먹었냐'며 그 앞에선 면박을 줘도, 속으론 애교를 싫어할 남성은 없다.

민망함은 과감히 떨쳐버리고 가끔은 기습뽀뽀도 해보고, 남편의 어깨에 매달려도 보고, '오늘따라 멋있다'는 입에 발린 칭찬도 해보자. 물론 남자들도 마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처음엔 매우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뭐든지 처음만 어려운 법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또 아내를 사랑하지만 표현엔 인색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 남성, 그리고 여성들이여. 굳이 섹스는 당장 안해도 좋다. 오늘 밤, 그리고 내일 밤 퇴근한 남편, 설거지 하는 아내를 한 번씩 안아보길 바란다. 며칠동안 따뜻한 포옹이 오간 후 맞이하는 섹스가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부드러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www.drjung.co.kr)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