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특집]세계 1위 조선산업 빛과 그림자

조선공업협회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산업의 신조선 수출 예상액은 250억~260억 달러로, 지난해 220억 달러(잠정치)보다 30억~40억 달러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수출액은 △2003년 111억 달러 △2004년 153억 달러 △2005년 177억 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출 예상액을 93억 달러로 책정, 전년 80억 달러(잠정치)보다 12억 달러 높게 잡았다. 삼성중공업도 작년 65억 달러보다 15억 달러 정도 증가한 80억 달러어치를 올해 수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5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출액이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0억 달러 수주를 달성한 STX조선은 올해 목표액을 45억 달러로 잡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사상 최대 수주량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수출액 증가세는 200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관계자는 "한국 조선산업이 2000년대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공급 과잉이라며 투자를 꺼리던 90년대에 조선업 호황을 예견하고 과감히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위협적이지만 결국 기술력과 숙련공의 문제인데 2010년 이후까지 우위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조선산업, 이제는 한국산업의 '우등생'인 조선업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은 삼섬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인건비, 땅이 없어 떠난다 =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실제로 호황인데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은 달러 하락, 기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대우조선이나 삼성조선 등은 적자를 감수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흑자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후반 들어서다.

조선업계가 당면한 내부적 과제는 인력부족과 고령화다. 조선협회는 조선기능인력 수급은 수요가 올해 1만413명인데 반해 공급은 7825명으로 2588명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부족현상은 내년에 2814명, 2008년에는 4408명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고민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조선산업 인력의 고령화에 대비하고 매년 평균 8% 정도 오르는 인건비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지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선적사든, 조선사든 대형화 추세다. 실제 300∼400t을 만들려면 최소 2만 평 정보의 부지가 필요한데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도 이러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조선사는 중국 등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덩달아 협력업체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우해양조선은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30만 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조선소도 70만 평 규모의 땅을 닦고 있다. 2008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TX조선도 지난 3월30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장싱섬에 'STX 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하는 등 중국 진출에 의욕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중국에서 선박을 전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만들어서 다시 한국으로 가지고 와 완성하는 형태로 벌크선 위주의 중국 블록 생산이 되고 있다"라며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중국에서 부분부분 블록을 만들어서 한국에 가져오는 데는 2.5일이 걸린다. 인건비 대비 물류비용이 싸기 때문에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업체들은 조선산업단지특구 지정 등 부지 확보에 정부가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조선소 유치과정에서 행정절차를 푸는데 2∼3년이 걸리고 민원이라도 발생하면 결국 보상 등 해당 기업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며 "정부의 개입 없이는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역시 부지확보와 인력난 등 비슷한 어려움에 당면해 있다.

◇중국의 추격 = 중국의 조선소가 1분기 및 수주잔량을 기준으로 세계 조선소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1분기 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을 앞선 중국이 조선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3월 말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중국의 다롄선박중공이 283만8000CGT(표준화물t수)의 수주잔량을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한국 조선소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이 차례로 1~4위에 올랐지만 그동안 5~6위 그룹을 형성했던 현대삼호중공업과 STX조선은 한 계단씩 밀려 6, 7위로 내려갔다.

다롄선박중공은 지난해 6월 잠시 5위에 올랐었다. 이때는 다롄조선과 신다롄조선이 합병한 후 순위가 급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주실적이 급성장하면서 순위가 오른 것이다.

한편, 한국은 SPP해양조선(사천), SPP조선(통영), 대선조선(부산) 등 3개사가 새롭게 100위권에 포함돼, 100대 조선소에 들어가는 국내 조선소는 모두 15개로 늘었다. 중국과 일본은 100대 조선소에 각각 31개와 30개 기업이 포함됐다.

◇조선산업 1위를 이어가자 = 중국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조선산업을 추격하고 있다. 1위 사수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우선 호화 유람선 건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의 도전이 거센 범용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새 시장개척이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에서도 주력인 LNG선 시장이 6조 원인 반면 호화 유람선 즉 크루즈는 10조 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과 현대, 대우해양조선에서 100억 원씩을 내 크루즈선 공동개발에 나서고 정부도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지난달 합의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0년께 크루즈선 산업 진출을 목표로 유럽 조선소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중대형 크루즈선의 선형개발과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지금부터 크루즈선 진출 기반을 체계적으로 다져나간다면 앞으로 우리의 조선시장 점유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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