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4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기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무더운 여름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한창 추워야할 지난 1∼2월이 그 어느 해보다 따뜻했다는 점이 징후 중의 하나로 꼽혔다. 사실 무더운 여름은 우리에게 크게 낯설지 않은 말이다. 최근 몇년 새 '100년만의 무더위'니, '가마솥 더위'니 하는 말들을 수없이 들어온 터다. 때문에 더위에 대한 감각도 상당히 무뎌 있는 편이다. 더우면 얼마나 덥겠느냐는 정도다.

가스배출 손놓은 정부·기업

한데 더위 때문에 재미 보는 곳도 있다. 가전사들이다.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을 생산하는 가전사들은 이보다 좋은 소식이 없다. 그들은 찜통 예보가 나오기 무섭게 각종 특판전을 여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빙과류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빙과류는 날씨에 따라 현격한 판매량 차이가 난다. 그래서 더운 여름은 호재 중의 호재다. 날씨에 민감한 계절상품 제조 업종도 무더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기온이 높으면 높을수록, 무더위가 길면 길수록 고맙기까지 하다. 그러나 더 이상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무더위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경신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IPCC 4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영국의 필 존스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연구소장은 최근 50년(1956∼2005년)간 지구 온난화율이 최근 100년(1906∼2005년)동안 보다 2배 이상 높아졌으며 10년마다 지구온도가 0.2∼1℃씩 올라갔다고 진단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에스컬레이터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 기업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는 동안 북극에는 빙하가 없어지고 바닷물 수위가 높아져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질 것이다.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기업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주범은 잘 알려진대로 과다한 온실가스와 엘니뇨 현상이다. 때문에 세계는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가장 빠르게 실행해야한다는 움직임들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자동차 바이오연료 사용비율을 각각 20%, 1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새 에너지 공동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행 거부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하는 EU 중심의 대체기구도 가시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비교적 적극적인 편이다. 일본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대폭 감축하는 대신 2014년까지 풍력·태양광 같은 신에너지 공급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는 친환경 정책을 채택했다. 반면 중국은 두가지를 병행하는 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2010년까지 오염물질 배출총량 10% 감축 같은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 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겠다고 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기이한 건 미국의 태도 변화다. 미국은 그동안 교토의정서 이행을 거부하는 반환경적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런데 최근 태도가 급변했다.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천명한 친환경 정책이다. 2017년까지 석유소비량 20% 감축, 에탄올 증산, 석유생산시 세금감면 축소, 국경간 가스배출 축소법 입안 등이 그들이다. 두고 볼 일이다.

세계가 지구온난화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온실가스 감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느긋하다. 오히려 떼를 쓰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 의무감축국 가입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한다. 반환경 정책이 따로 없다.

2차 감축국 반드시 가입해야

기업도 그렇다. 우리는 99년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적응기반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기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또 스스로 오염물질 감축 계획을 내놓은 기업도 없다.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 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이번에 2차 공약기간 당사국 지위를 획득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내년에 의무감축국에 가입해야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감축비용은 훨씬 더 든다. 기업도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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