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기획과 달리 오색천 설치…미술인들 논란 '분분'

예술에 대한 무지로 인한 창원시의 테러인가, 무성의한 작가에 대한 시민들의 외면인가. 축제를 기념해 선보인 '설치미술'이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철거돼 미술계 등 지역 사회 한가운데 논쟁거리를 던졌다.

창원시는 오는 31일부터 시민의 날 기념 야철축제와 2007 창원월드퍼레이드 프리 페스티벌을 열며 '시티 체인지'라는 주제로 창원시청과 창원광장 인근에 설치미술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내려온 작가가 지난 19일부터 시청사에 오색 천으로 작업을 했지만, 23일 오후 완성된 후 이틀만인 25일 오전 창원시가 전격 철거했다. 애초 4월 8일까지 유지하려 했지만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막을 내린 것.

창원시가 시민의 날을 맞아 시청에 <시티 체인지> 설치미술작품을 선보이려 했지만 25일 완성된 이후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전격 철거했다.
왜 많은 예산을 들여 시청사를 뒤덮었던 '미술작품'이 설치 이틀만에 없어졌을까.

이에 대해 작가인 최정화씨와 창원시가 서로 다른 입장과 경과를 밝히고 있다.

   
 
최정화 작가.
△작가, "논란 그 자체도 예술"
= 이번 작품에 대해 작가인 최 씨는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작품으로, 우리 전통의 오방색 천을 사용해서 실 뜨개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성공적이었으며 이번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이후 더 발전시켜 서울·영국·미국에서도 선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창원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당집 같다" 등의 의견이 대두되자 시장 등 시 관계자는 고민을 거듭했다.

시는 23일 오후까지만 해도 설치 완료를 지켜본 후 월요일인 26일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24일 시민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다 25일 오전 철거를 전격 결정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토요일인 어제 행사 사무국으로부터 시민들의 여론이 안좋아 철거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아침 급히 내려왔다"며 "하지만 오늘 아침에 되도록 유지하도록 해보겠다고 공무원 등 관계자가 밝혔지만 갑자기 철거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예술은 1000명의 관객이 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거기서 이야기가 생성된다"는 최 씨는 "서낭당이 왜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애초 기획안.
또 "이번 일은 시 측에서 원상복귀를 해야 할 일로, 미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원론적으로 봉쇄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며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기획팀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창원시, "시민 비난 거셌다" = 여기에 대해 창원시 담당 공무원의 이야기는 다르다. 어떻게 작가의 작품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있겠느냐며 "작가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창원시의 철거 의견에 승낙을 했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

시 담당자는 "그동안 시민들의 항의 전화에 많이 시달렸으며 토요일에는 당직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거의 10분 간격으로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25일 아침 최 씨와 만난 자리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전달하고 "어차피 설치미술이라는 것이 영구 소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만큼 전시 기간을 오늘까지로 줄이자"고 제안해 "창원시의 일정대로 그렇게 하라"는 양해를 얻었다고 한다.

창원시 생활복지국장은 "최 씨가 애초 디자인대로만 설치했어도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최 씨가 제시했던 안은 리셉션장 휘장처럼 시청 옥상에서 반달 모양으로 천을 늘어드린 형태. 하지만 19일 설치를 하던 중 '심한 바람' 때문에 최 씨는 디자인을 현장에서 바꾸었고, 몇 번의 수정 끝에 사선으로 늘어뜨린 형태의 작품을 23일 완성했다.

이에 작가가 현장 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설치 당일 무성의하게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최 씨는 "현장 답사를 두 번 했지만 미처 바람이 이렇게 쎈 지 몰랐다"며 "무성의에 대해서는 일부 그런 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도리어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더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술인 "논란과 재미있는 미술 해프닝" = 지역 미술인들은 '작가의 작품이 전격 철거'당한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해까지 창원미협 회장을 지냈던 박금숙 창원예총 부회장은 "시청사라는 것은 개인의 작업장이나 전시장이 아니다"며 "어떤 형태의 작품이라도 작가에게 권한이 있지만 시청사는 시민의 것인만큼 시민이 원하지 않는 상태라면 예술가라도 어쩔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 철거를 지켜보던 한 지역 미술인은 "작품의 질은 차치하고, 애초 디자인대로 설치가 되지 않았다면 이는 계약 불이행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설치미술을 하는 또 다른 미술인은 철거 소식을 듣고 "예술가의 작품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철거하는 것은 분명 시의 잘못이다"면서도 "그러나 작가가 지역에 와서 작품을 하며 조금 무성의하게 설치하고 대처하지 않았나 한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황무현 마산대학 교수는 "창원시가 원하는 설치미술의 모습과 최정화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애초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작품이 설치됐으면 이는 작가도 창원시도 아닌 시민의 몫인데 창원시가 너무 성급한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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