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서울대 정시 기출문제 예시답안 작성

정당한 경쟁을 위한 조건

 ▲멘토 : 우선 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대등하지 않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경쟁 상황을 파악하고, 제시문에서 자유와 경쟁의 의미, 자유와 경쟁의 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것이다. <2006년 12월 12·26일자 13면 논술면 참조>

   
 
 
△학생 : 선생님,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사례>와 <제시문> 요약이 잘 되지 않아요.

▲멘토 : 우선 사례와 제시문 요약을 하자.

<사례 A>는 아무런 규제나 제3자의 개입이 없이 오로지 경쟁자 상호간의 경쟁 행위만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상황을 상정하여 경쟁의 공정성과 정당성 문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

<사례 B>는 심판이 경쟁에 개입하되 경쟁의 규칙이라는 틀만을 규제하고, 가능하면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자유를 존중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사례 C>는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이 새끼고양이 형제들 사이의 경쟁에 개입해서 사실상 경쟁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안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 즉 사회복지 정책을 위한 경쟁 제한의 예라고 할 수도 있다.

<제시문 1>은 하딘의 <공유의 비극>에서 나오는 목초지 사례로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유의 제한, 곧 경쟁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제시문 2>는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일부이다. 제시문은 연민과 동정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입각해서 <사례 B>와 <사례 C>를 옹호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3>은 슘페터의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의 일부이다. 이 주장은 독점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쟁 질서를 규제하여야 한다는 이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4>는 신자유주의 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하이에크의 저서 <법, 입법, 그리고 자유>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 제시문은 자유 경쟁을 철저하게 보장할 것을 주장하기 위한 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제시문 5>는 존 롤즈의 <사회정의론>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글은 자유의 제한이 정당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 6>은 슐레히트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일부로서 경쟁 질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경쟁 보호를 위한 규제의 목적은 경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지문으로부터 <사례 A>를 비판하고, <사례 B>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7>은 리스본 그룹의 <경쟁의 한계>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글은 경쟁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로 사용될 수 있다.

▲멘토 :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번 내용을 다시 정리 해 보자. 아무리 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란 기회를 공정하게 주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례 A>, <제시문 3>을 연결한다. 또한 경쟁의 효율성 위해서 신규 진입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는 <제시문 6>, <사례 B>를 연결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면 문제점이 있다. 이는 <제시문 4>, <제시문 5>를 참조한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라고 해도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제시문 1>을 참고하여 논의한다.

/백승호(창원 메타피아 논술학원 원장)

오늘날 세상은 국가 간이나 개인간 모두 경쟁을 하면서 살아간다. 강대국이나 약소국, 선진국과 후진국, 부자와 빈자 등 경쟁을 하면서 끊임없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경쟁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다. 경쟁을 자유롭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개입하여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경쟁은 불가피하며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쟁이 모두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정당한 경쟁이 되려면 경쟁 조건이 정당해야 한다. 만약 조건이 정당하지 않으면 경쟁은 부당하다. 따라서 경쟁은 경쟁 조건을 따져 경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라 하더라도 패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패자에 대한 배려가공정경쟁 싹 틔운다

<사례 A>에는 아무런 규제나 제3자의 개입이 없는 자유 경쟁을 말하고 있다. <사례 B>는 스포츠처럼 경기규칙과 심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즉 심판은 경쟁에 개입하되 경쟁의 규칙이라는 틀만을 규제하고 가능하면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사례 C>는 주인이 새끼고양이 형제들 사이의 경쟁에 개입해서 경쟁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은 사회의 갈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불가피하지만 경쟁의 조건이 공정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의 부정적 측면은 <제시문 7>에 잘 드러난다.

경쟁의 논리는 승자와 패자의 구별을 확연하게 하고 협상과 타협이라는 평화적인 갈등 해소방안의 여지를 없앤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에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은 불가피하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가치 있는 대상은 적은 반면에 그 대상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이다. 경쟁은 이러한 대상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이다.

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분배를 하려면 경쟁의 조건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 경쟁을 최대한 정당하게 할 수 있도록 경쟁 조건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경쟁 조건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먼저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즉, 경쟁의 출발선에서 평등을 보장하고, 경쟁과정에서 공정성을 보장하고, 경쟁 후의 결과에 대한 분배도 최대한 형평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제시문 3>의 저자는 독점기업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점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성공적인 혁신을 통해 얻은 대가라고 보면서 독점이윤의 향유는 정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독점기업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도 있고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도 있어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도 실질적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려는 일정정도 독점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의 제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자유 제한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제시문 5>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사회 전체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의의 원칙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자유의 제한은 사실상 자유의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제시문 4>에서 말하고 있듯이 어떤 목적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게 되면 그 효과는 직접적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점차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자유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다.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시문 5>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부정의는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서 일정 정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자유의 일정한 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실효성이 완전한 자유의 보장으로 말미암아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더 크다면 효율성의 관점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는 언제라도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할 절대적 가치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자유는 우리가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 가치 중의 하나일 뿐이며 그 내용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의 조건을 공정하게 하더라도 경쟁 결과의 정당성과 관련해서 남아있는 문제들은 있다. 첫 번째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나타난 결과는 언제나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만약 경쟁의 결과가 <제시문 1>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 자체의 유지를 위협한다면 그것은 과정의 공정성과 무관하게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쟁의 승자가 패자에 대한 배려 없이 승리의 대가를 독점적으로 누리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윤리는 연민과 동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제시문 2>에서 주장하듯이 우리의 본성에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존재하고 윤리는 이러한 연민과 동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경쟁의 결과가 윤리적으로까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패자에 대한 승자의 자발적 배려가 요구되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경쟁은 사회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경쟁 자체의 정당성은 경쟁 조건을 최대한 평등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정당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경쟁은 정당하고 또 바람직하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도록 패자를 배려해야 한다. 패자에 대한 배려를 하여 공정한 분배를 하면 경쟁의 조건을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다. 공정한 조건을 많이 만들어 경쟁을 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승자든 패자든 공정한 경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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