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뒤 인공시설서 사육 불가피...그러나 목표는 도움없는 야생활동

경남도와 창녕군은 알려진대로 오는 2008년 10월 경남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총회에서 중국과 협약을 통해 따오기를 가져온다는 선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따오기 서식지를 관찰하고 있는 하종근 창녕군수(가운데). /사진제공 창녕군
하지만 앞으로 남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와 잘 협의해 계획대로 선언을 한다해도 따오기가 당장 창녕 우포늪(소벌)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 맞춰 들여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들여와도 상당한 기간은 인공사육 시설에 머물러야 한다.

생태계 복원 안하면 들여와도 못 산다...복원의미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이 관건

계획대로 한국람사습지센터가 우포늪에 건립된다면, 그 안에 앉힐 습지연구원의 새 사육장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려온 따오기가 인공 시설을 벗어날 수 없다면 전혀 의미가 없다. 멸종된 새 한 마리를 수입해 동물원에 풀어놓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따오기의 우포늪 복원은 우포늪 생태계의 복원과 똑같은 뜻이다. 우포늪 일대 자연 환경이, 따오기가 인공의 도움 없이 야생으로 살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해져야 한다. 따오기를 야생으로 풀었을 때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죽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뿐이다.

청충린씨 가족과 탐방단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훤주 기자
◇친환경농업부터 이뤄야 = 따라서 따오기 복원 과정은 농업을 비롯해 해당 지역사회의 여러 산업을 생태적으로 재편성해 나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우포늪 같은 습지만을 청정하게 보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야생 따오기는 강가나 습지를 비롯해 사람의 생산활동이 이뤄지는 논에서도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동의 또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따오기 복원은 현재 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약속이다.

산시성 임업청은 창녕군 탐방단을 맞은 자리에서 따오기 서식지에서는 △벌목 △농약 사용 △광물 채취 △황무지 개간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게다가 겨울철 농사를 짓지 않아도 논에는 물을 채워 먹이가 살 수 있도록 한다고도 했다. 따오기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임업청은 나아가 해당 지역 산업구조의 개변을 시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에서 지정한 수준으로 지역사회를 무공해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아침에 탐방단이 난데없이 쳐들어가다시피 했는데도 청충린씨는 전혀 화내지 않고 성실하게 답해줬다. 왼쪽에 있는 이는 청씨의 아내다. /김훤주 기자
◇따오기 서식을 자랑스러워 하는 중국 양현 지역주민
= 지난 11일 아침 따오기 서식지를 찾았을 때 탐방단은 뜻하지 않게 해당 지역 농민과 진솔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탐방단은 바로 아래 있는 집에서 인기척이 나자 곧바로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주거 침입'을 당한 이는 청충린(41·程中林)씨였다.

청씨는 따오기가 자기 마을에 살고 있는 데 대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청씨는 "따오기가 세계적인 희귀새인줄을 우리도 안다"고 답했다.

청씨는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따오기 보호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농약을 일절 치지 않는다. 농약은 물론 쥐약도 안 놓는다. 다만 음력 8월에 황충 방제를 위해 한 해 한 차례 뿌린다." 황충이란 떼지어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결딴내는 풀무치를 이른다.

제약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동네 사람 한 명이 따오기가 밤에 잠자러 날아가 앉는 상수리나무 두 그루를 베었다. 그 사람은 관계당국에 불려다녔고 나중에 벌금까지 냈다."

청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 지원을 받고 있고 정부나 자치단체와 교류를 많이 한다고 했다. 마을 어귀에 사는 따오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식지를 옮기면 곧바로 알려 준다고도 덧붙였다.

따오기복원센터 관계자는 "야생 따오기 관련 정보는 70∼80%가 주민들이 알려준다"며 "지역주민의 협력이 없다면 복원센터의 관찰·보호가 사실상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시성 임업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탐방단(왼쪽)과 임업청 관계자들이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제공 창녕군
◇지역주민 지원대책 마련과 인식 증진이 급선무
= 산시성 임업청 야생동식물보호처 왕완윤 처장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에 대한 교육·선전은 물론이고 직·간접 지원까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산시성 임업청과 따오기복원센터 관계자는 몇 가지 지원책을 얘기했다. 먼저 겨울철 농사를 짓지 않는 논에 물을 대는 데 대해 보상이 있고 농약 따위를 쓰지 않는 데 대해서도 보조금이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지역주민이 다른 데 옮겨가기를 바란다면 관련한 이주대책을 모두 마련해 준다고 했다(사회주의 나라인 중국은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이주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2004년부터 새로운 나락 종자를 확보해 따오기가 사는 지역의 논에만 씨앗을 뿌리게 하고 있다고 했다. 소출이 지금은 원래의 30∼40% 수준밖에 안 되지만 조만간 평소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팔려나가는 값은 kg당 4.6원으로 보통 쌀보다 3∼4배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사회주의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품질 보증과 관리를 하고 유통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통역을 맡은 중국동포 최모씨는 "중국도 인식이 높아져 도시에서는 유기농산물을 많이 찾는다. '따오기쌀'은 없어서 못 사 먹는다"고 했다.

중국은 이런 지원대책 마련과 아울러 주민 인식 증진을 위해 꾸준히 애쓰고 있었다. 80년대 따오기를 발견한 직후에는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일일이 사람을 만나 설득했다고 했다. 복원센터 관계자는 이를 두고 "물방울로 바윗돌에 구멍을 내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봄철 번식기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서식지 이동 등 따오기 관련 정보를 일러주면 장려금이나 상금을 준다는 광고를 하며, 4월 마지막 주간에는 홍보차량에 스피커를 달고 문화공연까지 곁들이면서 야생동물 보호 행사를 치른다고 했다.

우리나라 중앙정부나 경남도 또는 창녕군의 경우 중국 당국이 벌인 지역 주민에 대한 노력은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나라이고 민주주의가 좀더 진전돼 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따오기의 '복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민과 관이 함께 토론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감대를 마련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따오기의 복원으로 어느 정도로 '청정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지, 이 청정 이미지가 지역 농축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따오기와 우포늪을 어떻게 묶어야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지, 또 이렇게 묶어낸 따오기·우포늪과 창녕(또는 경남)의 인문·자연·문화 자원을 어떻게 연결지어야 좋을지 등 관광산업 측면에서 지역주민과 행정당국이 보조를 맞춰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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