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정부 허락 없이는 분양 결정 못해...2008년 10월 분양 위해 교류·협력 절실

따오기를 살펴보려고 중국을 다녀온 요즘 자주 듣게 된 얘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따오기를 언제쯤이면 우포늪에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따오기 복원을 목적으로 삼아 창녕군을 비롯해 경남도 관계자와 환경단체, 지역주민들이 다녀왔다니 곧바로 따오기를 볼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따오기 복원 산넘어 산 … 정부·경남도 나서야

따오기복원센터 마당에 있는 따오기상. 조잡해 보이기는 했지만 중국 사람들의 자부심은 잘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해 버렸고 중국에서만 살고 있는 따오기를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소벌)에 들여오려는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몇 차례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데 더해 경남도와 창녕군이 직간접으로 따오기를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따오기 복원, 여전히 걸음마 단계 = 지난 경과를 살펴보면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의장 등이 우리나라 학자와 중국 따오기 전문가 등과 접촉한 끝에 지난해 창녕군에 따오기를 들여오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창녕군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김종규 당시 군수가 유고(有故)인 상황에서도 지난해 9월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삼아 따오기 서식지인 중국 양현을 찾아 갔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단체와 경남도, 환경부가 노력한 결과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9차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다음 총회 개최지가 대한민국 경남으로 결정됐다.

환경단체의 처음 구상은 2008년 제10차 람사총회를 경남에 유치하고, 따오기 서식이 해당 지역 습지의 청정함을 상징하는 만큼, 대회를 기점 삼아 따오기 복원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람사총회를 전후해 따오기를 들여오거나 들여오게 됐다고 공식 선언하면 한국과 중국, 경남과 창녕은 멸종위기 생물종과 망가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애쓴다는 칭찬을 안팎으로 듣게 된다는 점에도 착안한 것이다.

경남에서 람사총회가 열릴 때 국제적인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내륙습지인 우포늪의 청정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경제적인 효과까지도 이룩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깔려 있었다.

탐방단 일행이 아침 추위를 녹이려고 화톳불을 피워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창녕군
◇한 걸음 더 나아간 두 번째 방문
= 이런 진행 위에 이번 두 번째 중국 방문이 놓여 있다. 탐방단을 이끈 하종근 창녕군수는 중국의 따오기 관계자들을 아주 능동적으로 만나 한 걸음 더 나가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하 군수는 먼저 중국에서 인공 육성되고 있는 따오기에 대한 인양 협약을 하고 한 쌍을 탈 없이 기르는 데 한 해에 마리당 중국돈으로 1만원씩 도움을 주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19일자 보도에서 소개한대로 중국 따오기복원센터의 여러 요청을 받아들여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금전물질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산시성 임업청 관계자 등과도 만나 따오기 복원을 전제로 창녕 우포늪(소벌)과 중국 따오기 서식지의 비교연구, 주민 인식증진을 위한 공동프로그램을 진행하자는 제안도 했다.

중국 쪽 관계자는 이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따오기는 세계 모든 인민의 보물이므로 한국 하늘에서도 훨훨 날아다니기 바란다"고 되풀이 말하기도 했다.

따오기복원센터의 담장에는 '따오기 보호가 바로 인류 보호를 이룩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도 외교채널 가동은 아직 없었다
=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만난 중국 쪽 관계자들은 '따오기를 창녕(또는 한국)에 분양하겠다'는 말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되기 바란다거나 그렇게 되도록 돕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를테면 산시성의 임업청 야생동식물보호처 왕완윤 처장은 "따오기를 가져가려면 중국 외교부와 임업부를 통해야 한다"며 "보호·번식이나 야생 적응 기술은 합작(교류·협력)을 통해 전해줄 수 있다"고만 했다. 산시성은 우리나라의 광역도와 맞먹는 자치단체에 해당한다.

이처럼 말을 아낀 배경에는 이들이 중앙정부(국가기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이 있다. 자치단체에는 따오기 반출 결정권이 없으므로 그에 대한 발언도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정에 비춰봐도 마찬가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식물을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제 맘대로 내보낼 수는 없다.

물론 이 같은 사정은 이번 탐방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창녕군 하종근 군수와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의장은 "따오기 복원은 국가 차원에서 결정될 문제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간 차원 또는 자치단체 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이 같은 바탕 위에 국가 차원에서 접촉과 노력이 이뤄질 때에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인식 의장은 국가 차원의 시도가 조만간 시작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남도의 람사총회준비기획단은 제10차 람사총회가 열리는 2008년 10월에 따오기를 한국에 살게 하기로 중국과 협약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성사시키려면 외교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중앙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관계당국과 본격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오기가 좋아하는 논. 이처럼 겨울에도 물을 빼지 않은 논에는 미꾸라지라든지 논고둥, 지렁이들이 살기 때문에 따오기가 여기서 먹이를 얻는다.
◇중국의 복원 노력 존중 자세부터 갖춰야
= 살아 있는 따오기 한 마리가 상징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거나 모든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데 익숙한 이들은 "얼마만 들이면 따오기를 들여올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물음을 몇 차례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답하면 가장 적당하겠다. 몇 마리 있지도 않고 교환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데다, 게다가 중국이라는 데가 시장경제논리가 통하는 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엿장수 마음대로'라 할 수도 있다. 희소가치라는 무게추가 따로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투입된 노동력에 따라 값어치가 매겨지는 등가(等價) 교환의 법칙이 여기서는 더욱 통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관계자들은 '멸종위기에 내몰린 세계적인 희귀새'인 따오기를 보호·육성하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1978년 당시 이미 중국에서 멸종됐다고 판정받은 상태에서 오로지 따오기를 찾기 위해 14개 성 2만km를 돌아다닌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당연하다.

게다가 81년 따오기 7마리를 발견한 뒤에도 희생과 노력은 계속됐다. 임업청 왕 처장은 "발견 12년만인 93년에야 처음으로 인공부화에 성공했다"며 "이를 거쳐 오늘날 1000마리로 규모를 키우기까지 산시성정부와 양현정부, 지역주민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했다.

따오기 복원센터 청화이허 센터장도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복원센터가 제 노릇을 하는 까닭은 두 달 동안이나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산골 번식지만 돌아다니는 직원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중국 따오기를 들여오려는 처지에서는 이 같이 따오기를 되살리는 과정에 들인 노력과 대가를 실제보다도 더 크게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이 해온 고생에 대해 충분하게 예우해주고 그에 따른 명예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면 '복원'에 드는 비용을 오히려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