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따오기 구하기 작전...창녕군·환경단체·지역주민 중국 항저우·양현 탐방

창녕군이 창녕 우포늪(소벌)에 따오기를 데려오기 위해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2월 두 번째로 탐방단을 꾸려 중국을 찾았다.

8일부터 13일까지 5박6일 동안 하종근 창녕군수를 단장으로 한 일행 20명 가량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와 산시성 양현 일대를 방문한 것이다.

인공복원 위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중국 찾아 교류·협력 강화 나서

지난해 중국 산시성 양현을 찾았을 때 따오기가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 이번 탐방에서는 따오기가 이 같은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제공 창녕군
방문단에는 창녕군 공무원을 비롯해 창녕 지역 상공인과 우포늪 일대 지역 주민, 창녕환경운동연합 송용철 의장과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의장이 포함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습지보전사업 낙동강시범지역관리단 관계자 2명과 경남도의 람사총회준비기획단 관계자도 일정을 함께 했다.

이번 탐방은 한국의 습지 관리와 따오기 서식지 일대 지역 주민의 실태를 알아보고 따오기 관련 중국 당국과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해 중국 따오기 동행 취재 결과를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우포 하늘에 따오기를'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올해 중국 탐방도 지난해와 취지가 같다고 보고 마찬가지 '우포 하늘에 따오기를' 제하에 18일부터 다섯 차례 보도하기로 했다.

◇마을 가까운 데서 무리지어 잠자는 따오기 = 따오기는 알려진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했다. 일본에서도 일본 토박이는 명맥이 끊어졌으며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이 니가타현 사도섬에서 인공 번식에 성공해 현재 100마리 정도로 늘어나 있다.

중국 산시성 양현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따오기 야생 서식지다. 물론 인공으로 번식하게 하는 복원센터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9월 이곳을 찾았을 때는 따오기가 인공과 야생 모두 760마리 안팎이었는데 1년 남짓만에 900마리 수준으로 늘어나 있었다. 따오기복원센터 청화이허(丁海貨) 센터장은 야생이 500마리, 인공이 400마리 정도라고 탐방단 일행에게 소개했다.

탐방단은 11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먹이를 찾으러 나오는 따오기를 보기 위해 33인승 버스로 양(陽)현에서 북쪽으로 40분 가량 산골로 들어갔다. 장계향(長溪鄕)이라는 마을이었다.

일행은 버스에서 내린 다음 얼어붙은 흙길을 따라 고개를 몇 개씩 넘으며 1시간 남짓 더 들어가야 했다. 방(方)씨와 정(程)씨가 주로 살아 방정촌(方程村)이라고 이름이 붙은 곳의 5조(組=우리나라의 반과 비슷한데 보통 13가구로 꾸려진다)였다.

   
 
 
아침 7시 20분, 날이 조금씩 밝아오자 건너편 산기슭 상수리나무에 앉아 있는 따오기가 어렴풋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행한 중국 항저우대학의 따오기 복원 전문가 시용메이 박사가 모두 115마리라고 일러줬다.

시 박사는 "직선으로 100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처럼 많은 따오기를 한꺼번에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따오기는 창녕 탐방단이 와서 보는 줄 아는지 한꺼번에 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시 박사에 따르면 따오기가 아침에 먹이를 먹으러 나갈 때는 보통 두서너 마리씩 날지 수십 마리씩 날갯짓을 하지는 않는다.

날이 조금 더 밝아지자 둘레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탐방단이 있는 이쪽 산기슭과 따오기가 있는 저쪽 산기슭 사이에 물이 길게 고여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사람 사는 집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었다.

인가와 물 사이에는 논배미가 곳곳에 걸쳐져 있었다. 물은 강처럼 보였으나 강이 아니었다. 동방홍이라는 저수지였고 그 아래에도 다른 저수지 용왕담이 있다고 했다.

여기 방정촌에 사는 청충린(41·程中林)씨는 "저수지에 물을 대어 농사짓는 논이 1000마지기 정도 되고 내 논농사는 다섯 마지기다"고 했다. 또 "벼 말고 옥수수, 밀, 고구마, 유채 따위도 심는다"고 덧붙였다.

한낮에 가을걷이를 끝낸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따오기들. /사진제공 창녕군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팀 김경원 팀장은 "따오기가 살기에는 습지와 나무와 인가가 모여 있는 여기 같은 데가 가장 좋다"고 했다. 먹이와 잠자리가 있는데다 안전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먹이는 자연 습지와 논에 가장 많다. 그런데 수풀에서 잠자면 다른 야생동물의 공격을 쉽게 받는다. 그래서 습지를 벗어나 큰키나무가 있는 인가를 찾는다. 마을 둘레는 또 뱀이나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의 출현이 적은 장점도 있다"고 했다.

◇따오기, 낮에는 강가와 논에서 먹이 찾아다녀 = 한 시간 가량 탐방한 방정촌에서 돌아나와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는 먹이 활동을 하는 따오기를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강가와 논이 있는 산골을 돌아다닌 것이다.

안개를 헤치며 한중강(漢中江)에 갔으나 해오라기와 백로만 볼 수 있었고 따오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곧바로 강가를 포기하고 산으로 접어들었다. 중국 산시성 한중·양현 일대 산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두 흙으로 된 언덕배기처럼 보인다. 논은 시내가 흐르는 골짜기 아래쪽에 들어서 있고 위쪽은 대체로 채소를

가꾸는 밭으로 쓰이고 있었다.

마루금을 따라 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달리던 버스가 한 마을에서 멈춰 섰다. 따오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데라고 했다. 마을길을 따라 가을걷이를 끝낸 논이 펼쳐지는 지점에 섰으나 따오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서 나오려는데 하종근 창녕군수가 왼쪽 아래 가까운 논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따오기를 찾아냈다. 백로와 섞여서 논바닥에 부리를 박고 있는 따오기가 여섯 마리였다.

일부는 촬영에 들어갔고 일부는 망원경으로 동태를 살폈다. 마산문화방송 선영철 촬영부장은 "30m 남짓까지 접근했는데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다면 20m까지도 다가갈 수 있겠다"며 "두루미나 저어새는 100m 밖에서 낌새만 보여도 날아가버리기 십상인데 특이했다"고 했다.

복원센터 직원은 "여기는 고가하(古家河)저수지 부근"이라며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논에 물을 담아 놓으면 따오기한테 훌륭한 채식지(採食地)가 된다"고 했다.

물을 빼버리면 논이 메말라져서 습지로서 특성을 잃고 말지만 그대로 물이 담겨 있으면 미꾸라지라든지 논고둥 지렁이 같은 생물들이 살 수 있기 때문에 따오기한테 좋은 먹이가 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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