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 하지 않는 학교에 학생들을 등교시켜놓고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잡담을 하도록 방치한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수학능력고사가 끝난 전국의 고 3교실은 이렇게 몇 달 동안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능 이후 고교 3학년의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그게 제대로 될 리 없다. 수학능력고사가 끝나기 바쁘게 교과서며 참고서까지 폐기 처분한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정상운영' 운운하는 것은 '눈감고 아웅'하기다.

교육과정은 법이다. 그러나 수능이 끝난 고 3학생들에게 교칙이며 교육과정이란 무용지물이다. 책가방도 없이 등교해 오전 내내 교실에서 비디오를 시청하거나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기 수십 년. 전국 수십 만 명의 학생과 고 3 교과 담당교사는 교육과정으로부터 치외법권 지대에 살고 있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될 고 3학생들은 1분 1초도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이들 학생들에게 예절교육특강이나 교육적이지도 못한 비디오를 시청하게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는가? 학교는 이런 기막힌 현실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만 교육부도 교육청도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없다. 잘못된 제도는 개선되어야 하고 시행착오는 최소화해야 한다.

교육과정 어느 조항에 특별강연, 단체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가? 교육적인 효과조차 검증되지 않은 유적지나 기업체 탐방은 과연 교육적인가? 교육과정에도 없는 시간 때우기 식의 이러한 행사가 어떻게 교육과정 정상화인가?

교육청이 지시하는 교육과정 정상화란 교육과정대로 운영하라는 뜻이 아니라 특별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을 교실에 묶어두라는 궁여지책이다. 제도가 잘못됐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수능이 끝났으면 대학생활을 위한 준비를 하든지 학기제를 바꿔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등교시켜 허송세월을 보내게 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적인 손실이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관행은 고쳐 고3학생들이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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