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노래로 하나로’ 가요제도 블루오션 시대

1980년대 부산에 노래방의 원조 일명 가라오케가 등장한다. 노래방은 서민들의 혁명이었다. 노래방은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남성들에게, 가정에서 속 끓던 주부들에게, 학교 외에는 갈곳 없는 학생들에게 ‘생활의 활력’이었다. 시나브로 90년대 전국을 강타하면서‘고음불갗는 서서히 줄어든다.

자칭·타칭 동네 가수로 통하던 이들에게 노래방 무대는 좁았다. 오호라! 때에 맞춰 95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도내에는 전국 숨은 가수들을 찾는 가요제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 재작년까지 2회를 맞았던 박시춘 가요제는 아리랑가요제로 바뀌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당시 팡파르를 울리며 전성기를 맞았던 가요제는 명칭부터 시작해 참가자들의 성향까지 많이 변해 있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가요제에 회의를 느끼며 블루오션 전략을 내건 가요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변화와 반란을 거듭한 도내 가요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가요제 어떻게 변했나

‘도내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가요제’는 3개 정도. 진주 남인수가요제, 마산 반야월가요제, 밀양 박시춘가요제가 그것이다.

남인수가요제는 진주가요제로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름이지만 현재 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난해까지 10회 째를 맞은 남인수가요제는 올해 진주가요제(가칭)로 변경할 예정이고 재작년까지 2회를 맞았던 박시춘가요제는 아리랑가요제로 바뀌었다. 10여 년을 이어온 반야월가요제 또한 지난해부터 주최측이 분가해 경남가요제란 이름으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원로가수·작사가 이름을 딴 가요제들이 하나같이 명칭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남인수·박시춘 가요제의 경우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가 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등장했기 때문. 이름이 바뀌면 명칭에 힘이 떨어져 명맥을 잇기가 어렵다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요제 출연자들은 80%가 10·20대인데다 노래장르도 발라드가 대부분. 원로가수이름을 따고 있으면 오히려 출연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그렇다고 원로가수들의 추모의미가 강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안되는 행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원로가수 이름 지역명칭 대체

가요제 심사위원을 두루 맡아온 한 관계자는“요즘 젊은 친구들이 원로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지도 않은데다 트로트보다는 재즈발라드를 부르는 편이라 차라리 지역이름을 딴 가요제가 대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요즘 가요제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특징은 어떨까? 간략하게 말하자면 노래만 부르는 얌체족들이 많이 늘었다.

가요제만 찾아다니며 상품이나 상금만 챙기는 일명 ‘노래꾼’들이 있다. 지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모씨는 “4~5명씩 전국 가요제를 도는 인물들이 꼭 등장한다”며 “최근에는 심사위원들이 바로 알아보고 탈락시키는 경우도 늘었다”고 전했다.

가요제 수상자들에게는 가수자격이 주어진다. 이 가수자격은 가수협회나 연예협회 회원으로 등록되는 것을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등록 후 각종 위문공연이나 지역행사가 있으면 지역가수역할을 톡톡히 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국 돌며 상 타는 얌체족 늘어

이에 대해 가요제 관계자는 “활동하는 지역가수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요즘에는 어쩔 수 없이 행사 때마다 중앙가수를 모셔오는 고충을 겪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출신이나 목적도 많이 달라졌다. 실용음악과 출신이 많은 편이고 가수를 꿈꾸는 10대들은 대학진학 때 혹은 기획사의 문을 두드릴 때 제출할 이력서에 ‘한 줄’적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가요제들의 반란

전국노래자랑과 별 차이가 없는 천편일률적인 가요제. 이에 대한 반란으로 블루오션 가요제들이 부쩍 늘었다.

가요제에 소외된 중장년층을 위한 가요제가 있다. ‘노래로 하나로’ 차상우회장은 향토가요제를 한창 준비중이다. 차 회장은 경남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고 또한 그 노래를 부르는 지역가수들을 배출해 지역을 돌며 노래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시민축제 형식전환 계획 ‘활발’

가요제에서 페스티벌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연예협회 경남지회는 재즈페스티벌을 준비중이다.

구춘옥 회장은 “요즘 가요제를 보면서 참가자들도 청중들도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며 “경연대회 형식보다는 시민축제를 겸한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로 작곡가 이름을 따면서 정체성만 살린 가요제도 열린다. 오는 6월 9일 진주에서 열리는 이봉조 가요제는 가요제라는 이름을 달긴 했지만 형식은 진주출신 작곡가 이봉조를 추모하는 의미를 최대한 살린 가요무대 형식. 현미·정훈희·조영남 등 유명가수들이 나와 이봉조 노래를 부르고 즐기는 무대다.

가까운 부산에서는 현인가요제갖신인배출을 위한 창작 가요제’로 전환됐다. 지난해 시작된 현인가요제는 참가곡 중 창작곡이 1곡에 그친데다 현인 추모 의미도 살리지 못했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유능한 신인가수나 작사·작곡가를 발굴하는 통로로 만들기 위해 창작가요제로 이름을 바꾸고 29일 예선을 거쳐 8월 5일 가요제를 열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