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지만 아프진 않아요!

우리 식구 사는 집이 동향이라 겨울이면 거실 깊숙이 햇볕이 들어 아침잠을 잘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겨울이 되면 베란다 화초가 더 싱싱하게 잘 자랍니다. 막 꽃송이를 내미는 게발선인장이 오월의 풀잎처럼 싱싱하고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계절과는 상관없이 올 들어 네 번째나 탐스런 꽃송이를 줄줄이 달고 피었습니다.

   
여남은 개의 화분에서 각자의 모양과 빛깔대로 멋 부리며 아침 해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만만찮습니다. 제 잎이 무성하지 않은 나무들은 엉성한 가지 사이로 드는 볕살로 여러 잡풀들을 키웁니다. 괭이밥·고슴도치풀·바랭이·쇠별꽃·뽕모시풀·논냉이는 숫제 하얗게 꽃을 피웠습니다.

창 밖이 갈빛으로 말라가는 겨울 아침 쏟아지는 햇볕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화초들을 보는 이 기분 때문에 다음에 이사를 가더라도 동향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중 고슴도치풀은 도시 주변에서 잘 보지 않았는데 어디서 날아온 씨앗인지 신기하여 고슴도치처럼 송송이 달고 있는 바늘 털을 만지작거려 봅니다. 꼭 절굿대 같이 생긴 열매가 조졸조졸 달려 있어 신기합니다.

씨앗 맺히면 가시모양 변모

가을이 시작될 즈음이면 양지쪽이나 산그늘에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절굿대 꽃이 긴 줄기에 막대사탕처럼 둥글게 피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꽃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꽃잎이 피기 전엔 뾰족뾰족한 꽃받침이 침처럼 나 있어 꼭 밤송이나 손지압볼처럼 생겼는데 만져보면 딱딱한 게 정말 그 느낌이 납니다. 절굿대라는 이 이름은 특이하게 생긴 이 꽃모양 때문이라는데요.

꼭 절구공이처럼 생겼거든요. 그래서 ‘둥둥방망이’라는 별명도 있으며 잎의 뒷모양이 희고 털이 많아 떡 해먹을 수 있는 성질이나 꽃피는 모양이 비슷하다고 ‘개수리취’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8~9월에 연한 청보라색 꽃이 손지압볼 같이 딱딱한 꽃받침을 열고 파꽃처럼 퍼져서 피어나는데 아주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어린순은 떡 해먹기 딱!

가을이 깊어 씨앗이 맺히면 꽃송이 맺었을 때처럼 딱딱한 가시모양으로 돌아갑니다. 어린순은 매우 부드럽고 뒷면에 털이 많아서 쑥떡처럼 떡 해 먹어도 좋고 나물해 먹어도 좋습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풀과 뿌리 전체를 ‘루로(漏盧)’라는 약명으로 부르며 회충·창종·인후염·고혈압·기관지염·폐렴·황달·임질·발모 등 십수 종의 병에 좋은 약재로 쓰이는데요. 특히 뿌리는 부스럼을 치료하는데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절굿대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듯 다가가 만져보다가 그 딱딱함에 찔려 놀라기도 하고 활짝 핀 남자색 꽃 모양에 취하기도 할 텐데요. 볼수록 묘한 매력을 가진 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번쯤 캐다가 관상용으로 심어 키우려 시도를 했을법한데요.

쓰임새 많고 예쁜 꽃이라 자기보호 용으로 그런 침방망이 모양의 꽃송이를 가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계’라는 꽃말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되지요.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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