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봉산면 이대항 축구대회

서울에서 마산에서 광주에서 ‘축구’하나 때문에 모인다. 지난 8월15일 열린 ‘담양 봉산면 이대항 축구대회’. 시골 면민들의 ‘작은 월드컵’인 셈이다.

   
올해로 28회. 해방 이후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생겨났다. 6·25전쟁으로 사라졌다가 ‘봉산축구협회’라는 ‘조직’이 생기면서 지금껏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기범(35)씨는 “고향 선후배 만난다는 게 힘든 세상 아닌가. 일년에 한 번 서로 얼굴 본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한다. 광주에서 온 김성우(34)씨는 “시골이 자꾸만 왜소해지는 것 같은데 이 행사 치르고 나면 그래도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빠지지 않고 오게 된다”고 말한다. 올해도 ‘공사다망’한 사람들이 만사 제치고 모여들었다.

   
여름 해는 뜨거웠다. 하지만 그리운 고향 찾은 일편단심들은 그 불덩이보다 더 뜨거웠다.

<봉산면 24개 ‘리(里)’: 대추리 도고리 곡정리 제월리 서봉리 마항리 신학리 학동리 탄금리 방축리 연산리 상덕리 송산리 반월리 연동리 죽림리 유산리 마산리 양지리 월전리 와우리 신평리 봉학리 삼지리>

골~은 아무나 넣간디 우리 마을이 최고제~ 워메 좋은 거

“들어갔네, 들어갔어어∼∼” 골인! 얼싸안고 춤추고 잔칫집이 따로 없다. “골은 아아무나 넣나아 유산리나 돼야 넣∼∼지” 재치 있는 아줌마는 금세 유행가를 개사, 분위기를 띄운다. 응원 하느라 모두 목이 쉬었지만 환호성은 그치지 않고 ‘삼삼칠박수’에서 ‘파도타기’까지 ‘골맛’에 응원은 더욱 뜨거워진다.

“그냥 쏴부러

“슛, 슛, 그냥 쏴브러야.” 축구를 전혀 모르는 아줌마들도 이날만은 ‘히딩크’ ‘본프레레보다 더 훌륭한 감독. “시간 얼마나 남았는가, 인자 공격만 해야 쓰것는디.” 작전 지시는 물론 “심판 왜 근다냐, 우리가(우리선수가) 넘어졌는디, 왜 우리가 반칙이여.” 항의까지.

“형님 헛발질에 속아부렀네”

“형님은 인자 안 되겄는디. 나이가 몇 갠디 나왔소.” “우리는 늙은 노인이 셋이나 뛰었는디 니기들이 져브렀냐.” “아따, 형님 헛발질에 속아부렀제.” 45세 이상으로 이뤄진 장년부 경기. 사람이 없다 보니 60대 노인까지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다. 청년부도 사람 없기는 매한가지. “전에는 젊은이들이 많은게 애진간하니(어지간하니) 하믄 축구공도 못 만졌어.” 갈수록 공 찰 선수가 없어 출전하지 못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이 날이 제일 재미져”

   
“우리는 추석 설날보다 이 날이 젤 재미져.” “작년에는 가수 와 갖고 노래도 한자리 허드만

이번에는 없는갑네.” 별다른 얘깃거리 없는 시골에 축구대회는 ‘훌륭한 마을축제’. “돼지잡고 술판 벌리는 날은 이 날밖에 없제. 아믄!”

/김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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