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없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극빈층이 5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나라. 일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교육, 의료, 주택, 결혼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10 대 90의 중산층이 사라져 버린 사회라면 희망이 있는 사회라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에는 교육이 오히려 계층재생산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그리고 사교육비 지출규모가 자녀의 수능점수와 정비례한다는 연구는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과 지방 읍면지역 학생들 사이에 평균점수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김경근 교수가 연구 발표한 〈한국사회의 교육격차〉에 따르면 수학능력고사의 평균이 강남과 지방 읍면학생 사이에 무려 43점 차가 나타나 수학능력고사에서 지역과 계층 간의 교육격차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서울지역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점수 격차가 32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가 주관하는 수학능력고사가 얼마나 사교육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월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학생의 평균점수가 291.12점인 반면, 부모의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학생은 316.86점을 얻어 26점 가량의 차이를 보였으며 부모가 박사 학위 이상의 전문직일수록 그 차이는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이 계층 재생산의 통로가 되고, 교육의 결과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풍토는 청산되어야 한다.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던 참여정부조차 이러한 현실을 부추기는 경쟁논리로 일관하고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마다 특목고와 외국인학교, 공립형 자율학교 등, 특수 계층을 위한 학교 증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수월성 중심의 교육이 이러한 불평등을 구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강남아이들 못 쫓아간다’는 자조적인 수험생들이 치르는 수학능력고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빈부 양극화를 해소시키기 위한 소득재분배정책과 함께 교육의 기회 균등과 공교육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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