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이전 대상 기관은 전체 공공기관(346곳)의 절반이 조금 넘는 176곳. 이들 기관은 정부와 해당 자치단체 간의 협약체결과 지역별 배칟후보지 선정·건물신축 같은 이전절차를 거쳐 주공·도공·토공 등 선발 이전 기관은 오는 2010년까지, 나머지 기관은 2012년까지 이전된다. 이전이 마무리되면 해당지역은 경제적·심리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인력 면에서 본사 직원 3만2000여 명이 지방으로 분산 유입된다.

그에 딸린 가족까지 한꺼번에 움직이면 이동 규모는 12만명 선으로 늘어나고 관련기관·연구소 같은 연관산업까지 옮긴다면 지방의 인구 유입 효과는 많게는 90만명, 적게는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세수도 상당하다. 지난해 이들 기관이 낸 취득세·등록세·재산세 같은 지방세는 1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은 기관 이전과 함께 고스란히 해당 자치단체 몫으로 돌아간다.

예산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이들 기관의 전체 예산은 139조원으로 정부의 1년 예산(134조원)을 능가한다. 여기에 이전에 따른 고용창출과 이전지 주변의 상권 활성화 같은 적지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주택공사를 포함해 12개 기관이 이전하는 경남도 예산 22조원·인력(정원기준) 6100여명·지방세수 106억원 등의 이전 효과가 기대된다. 이 때문에 일선 시·군은 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전계획이 확정되자마자 본사를 찾아 눈도장을 찍는가하면 대규모의 터 제공과 세제혜택·직원 전용주거단지 조성·자녀 교육문제 해결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

지속적인 이전 방안 마련을

본사 유치에 목을 매는 시·군과는 달리 기관 배치의 주체인 경남도는 일단 ‘선택과 집중’ 이라는 기본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조만간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배치지역을 결정하되 나눠먹기식 배치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균형발전과 지역여건·이전기관의 의견 등을 고려해 2~3개 지역으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탈락한 시·군의 반발과 해당지역 주민의 상대적 허탈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과 기존 산업과의 연관성·재정자립도·입지에 따른 시너지 효과 같은 합리적 조건을 제시해 탈락 시·군의 반발을 무마할 필요가 있다. 그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경남도의 몫으로 남게 됐지만 어쨌든 이번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썩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지방자립을 위해서는 추가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남은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과 민간기관의 이전도 추진해야한다고 본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이전 방안을 마련해 진정한 지역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 있어 외국의 사례를 반면거울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영국·프랑스·스웨덴 같은 서방국가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등의 지방이전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기관 이전을 통해 지방거점도시를 육성한 프랑스의 이전정책은 눈여겨 볼 만하다. 프랑스는 지난 1960년부터 이전사업을 시작해 30년간 2만5000여 명을 지방으로 옮긴데 이어 90년대 이후에도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 지금까지 270개 기관 3만4000여 명을 분산시켰다. 그 결과 리옹·마르세유 같은 8곳의 지방중심도시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가 기관 이전사업을 추진한 동력은 미래를 내다보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분권 의지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조, 이전 대상기관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금융기관 동반이전도 고려

물론 우리와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즈음 멀게는 통일까지 내다보는 분권 프로젝트 수립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뿐 아니라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이 당연히 포함돼야한다. 대기업 이전은 대기업 그 자체뿐 아니라 협력업체나 연구기관 등의 동반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또 기업과는 뗄 수 없는 금융기관 본점 이전도 고려돼야할 대상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기관 본점의 지역분산이야 말로 기업과 연관산업을 움직이는 최고의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학과 병원 같은 공공 및 민간시설 분산도 유도해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사는 공존과 균형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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