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의심하는 교육당국

최근 ‘학생회의 권리 찾기’를 선언하며 ‘한국고등학교 학생회 연합회’라는 단체가 결성됐습니다. 전국 단위의 이 단체에는 경남지역 학교 가운데 몇 곳도 가입돼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학생회의 제자리 찾기와 학생들의 권익 보호와 증진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전화를 통해 접한 한국고등학교 학생회 연합회는 학생들의 생기발랄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잔뜩 움츠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연합회에 가입된 회원이나 학교가 외부로 알려지는 데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 또한 역력했습니다.

왜 이런 태도를 취할까. 알고 보니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현재 몇몇 학교를 중심으로 연합회에 가입한 학생들이 노출되는 바람에 학교측으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를 비롯한 교육당국이 연합회에 대해 갖는 우려는 무엇일까요. 고교생의 집단화, 세력화 등 순수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학생들은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체의 순수성은 향후 활동을 통해 평가받을 부분입니다. 교육당국의 성급한 판단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위축시킨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입니다. 학교와 교육당국은 어떤 학생이 연합회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하려 들기 전에 학생들이 왜 이런 단체를 결성해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