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자정능력이 없는 곳인가요?


새삼 느끼지만 학교 담장이 참 높습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담벼락의 높이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또 자신들의 잘못을 알리고 반성하는 이를 통해 학교현장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자는 학내 구성원들 특히 교사들의 마음과 말의 담벼락과 울타리가 높다는 것입니다.
최근 학교를 둘러친 담장을 허무는 대신 나무를 심고 꽃을 심어 동네에 개방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무너뜨려야 할 것은 물리적인 담벼락과 함께 학교와 교육행정의 폐쇄성이라 생각합니다.
내신성적을 돈 등과 맞바꾼 내신성적 조작에 이어 학교폭력 패거리 집단인 일진회 광풍과 함께 학교폭력 자진 및 피해신고 등 학교폭력 문제가 현재 교단을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급식비를 내지 않거나 못 낸다고 학교급식을 끊어버리는 등 학교현장의 반도덕적이고 비교육적인 참담함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계는 새로운 비리나 잘못이 드러나도록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쉬쉬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참에 학교현장의 각종 부정·부패·비리 등 반도덕성과 비교육적인 모습들이 더 터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름은 완전히 짜내야 상처가 덧나지 않고 치유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실입니다.
특히 교육계의 손을 떠나버린 듯한 일진회와 학교폭력 문제 외에도 학교현장에서 터져 나와야 할 문제들이 더 있고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누구보다 학교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잘 알 것입니다. 쉬쉬하며 덮는다고, 지금 이 시기를 대충 넘긴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는 것 또한 말입니다.
학교와 교육행정의 폐쇄성은 학교장으로의 승진 등에 따른 개인적 불이익과 함께 해당 학교나 교육계 전체가 욕을 먹는다는 잘못된 방어심리에서 눈감아주려 했던 것에 기인했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교육자적 양심에 따른 애정 어린 비판을 아꼈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결국 교육계 전체의 도덕성이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학교별로 혹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열더군요. 참여하는 학생들도 속으로는 웃고 있다는 것,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효성 전혀 없는 구태의연한 이런 행사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더욱 서글퍼집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충실한 애정 어린 말문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자신과 학교와 서로에게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교육현장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자정능력이 있고 또 역량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