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만들어 먼저 파는 ‘시장 개척자’
“항상 남보다 한발 앞서가야 합니다. 잘되는 사업이 있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서는 이미 늦죠. 내가 먼저 앞서가서 잘되는 사업으로 만든 후 다른 업체가 우르르 뛰어들 때에는 이미 신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먼저 만들어 먼저 판매하는 전략이 중요하죠.”
최근의 불황마저 비껴가고 있는 곳이 있다. 말 그대로 물량이 달려 없어서 못팔고 있다는 ‘지리산머루(주)’의 김종흠(47) 대표.
지난 2002년 피파월드컵 때 라이선스 공식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던 지리산머루는 지난해 하동·산청에 공장을 3개나 지어 확장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사업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김 대표의 (주)지리산주조·지리산머루(주)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는 상품은 복분자주·복분자 막걸리를 비롯해 머루주·오디주·솔주 등이 있으며, 일본 수출용 상품으로 ‘다이어트 라즈베리주’ 등이 있다.
이제는 기계를 보기만해도 비슷한 성능의 기계를 만들 수 있고 쌓여있는 물량을 대강 훑어봐도 수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사업에 푹 빠져 있다는 김 대표는 그러한 열정으로 지난해 지은 새 공장에 일본에서 수입하면 5억원에 이르는 밥 짓는 기계를 기능까지 보완해 몇천만원에 개발, 들여놓기도 했다.
△네이밍 마케팅은 필수
김 대표가 주류 사업에 뛰어든 것은 18년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머루를 품종개량해 묘목을 분양하는 일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이전까지 경기도 등지에서 사업을 하던 김 대표는 아버지가 품종 개량한 머루를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화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다 술로 빚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리산 인근인 산청으로 내려오게 된 것은 마케팅을 위해서였다. 당시 머루는 무조건
야생종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어 다른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에 공장이 있다는 것으로는 홍보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상품 품질이 최고 우선이지만 사업을 위해서는 상호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미지의 후광을 노렸습니다. 인근 진주에서 인력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여러 가지 지리적 여건도 좋았고요.”
드라마 등을 통해 <허준 designtimesp=5483>이 널리 알려졌을 때 김 대표가 선택한 상표는 ‘산음골’. ‘지리산’은 상표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99년 복분자주를 개발한 김 대표는 ‘산음골 복분자’를 상표로 결정했다.
현재 일본 수출이 진행중인 새 상품은 이미 ‘욘사마 복분자’로 상표 등록이 돼 있다.
“상표와 디자인을 신경쓰지 않고는 상품을 팔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포장·도자기 등의 기술이 우리보다 몇 년 앞서 있는 일본에 자주 가서 보고 배워오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 덕분인지 2000~2003년에는 매년 200% 이상씩 외형이 성장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라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김 대표.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복분자는 우리나라에서만큼의 인지도가 없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일본에서는 버찌같은 작은 열매인 ‘카식스’라는 것이 함유된 술이 많더군요. 그래서 일본 수출용 술을 만들기 위해 미리 카식스 100t을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실험과정에서 김 대표가 일본 수출용으로 선택한 것은 복분자와 카식스를 섞은 술이었다. 색깔은 원래 복분자술에 비해 연해졌지만 맛이나 향은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 가지 술을 만들면 두 가지를 만들 때에 비해 원가와 재고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었다.
상품에 대한 자부심은 또한 바이어와 계약할 때 김 대표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힘이 된다.
“가격 협상을 할 때 일본 측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더군요. 하지만 합당한 가격에 수출하겠다는 결심이었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에게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품질이 아닌 그 가격에 맞는 품질의 술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물러서더군요. 결국 내가 원하는 가격에 내가 원하는 품질의 상품을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 업체에게 일본 내 독점적인 판매권을 보장해줬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상품에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김 대표가 생산하는 술은 국내용과 일본수출용의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단 맛이 덜하고 정종의 맛이 섞인 술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다고 그 맛 그대로 수출했다가는 전혀 통하지가 않죠.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처음 수출길을 뚫기 위해 일본에 갈 때 김 대표는 아예 원료주를 가지고 갔다. 바이어들이 보는 자리에서 바로바로 술을 배합해 서로 맛을 봤다. 통역을 하는 사람에게 바이어들끼리의 대화도 통역해달라고 부탁해 그대로 배합하는데 반영했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한 끝에 바이어들이 원하는 바로 ‘그 맛’의 술을 만들어냈다.
“요즘은 도리어 바이어가 국내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카식스를 섞은 ‘욘사마복분자’의 경우 올 1월 3일 국내 공장을 둘러본 일본측 바이어가 공급 계약을 맺기도 전인 5일 이미 일본내 상표등록을 마치고는 상품을 달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바이어들이 찾아오게 만들면 좋은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죠.”
△사람의 파워를 키워라
김 대표가 거래하는 전국의 대리점은 5개. 그 대리점에 달린 대리정거래처는 100곳이 넘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5개의 대리점만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즉 5명만 관리하면 그 밑의 수백명 직원을 김 대표의 직원으로 그대로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대리점 관리 노하우는 참여와 책임 부여로 자신의 공장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대리점 사장들을 주주로 인정하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술을 배합하고 같이 만들어 나갑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었으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죠. 술병 디자인이나 세트 구성도 각 대리점에서 시안을 만들어 각자 관리합니다. 즉 같은 상품이라도 부산에서 판매되는 것과 서울에서 판매되는 것은 디자인과 세트 구성이 다릅니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는 것이죠.”
또 하나는 철저한 믿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아무리 돈을 가져와도 물건을 안줍니다. 공장에서 바로 판매되는 물량도 전혀 없습니다. 어디서 공장으로 직거래 특판 주문이 들어와도 대리점에 모두 넘깁니다. 한 두푼 더 벌려는 욕심에 사람의 신뢰를 잃으면 안되죠. 오히려 내가 선물할 일이 있어도 대리점을 통해서 합니다.”
△확장 계획 수정 또 수정
김 대표는 지난해 공장을 3개나 지으며 아주
바쁜 한해를 보냈다. 하동공장을 지을 때는 현장 컨테이너에서 살며 차로 몇십분이면 갈 수 있는 집에도 3개월째 가지않고 하루 한끼로 버텼다.
1년 동안 사업 확장 계획이 3번이나 확대 수정됐다.
지난해 1월 1년 매출 10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계획을 세워 공사를 시작했으나 신상품인 ‘복분자 막걸리’의 인기로 5월에는 60억원 규모의 공사로 변경됐다.
“연 매출 60억원 규모의 공장을 다 지어 가동하려는데 상품 출고 시점에
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더군요. 이 정도 시설을 가지고는 장기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없으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다시 계획을
수정해서 3년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김 대표는 발전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있다.
현재의 주문량 등을 고려하면 3년으로
계획했던 일이 1년 계획으로 앞당겨져 올 한해에만도 거뜬히 400억원의 외형 달성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초에는 내년 초 발효실 등을 추가로 만드려고 했으나 올 초 하동공장 완공 이후 철수했던 철공소 팀 등을 다시 불러들여 비워뒀던 터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복분자 막걸리를 올해 주력으로 내세운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개성있는 술’을 개발, 대중성을 무기로 시장 확보에 나설 방침이며, 미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