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발굴이 먼저

택지개발지구내 숲속에 문화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될 때 문화재를 발굴해야 할까, 숲 경관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할까.

현행법상으로는 숲의 경관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문화재 발굴을 위해 필요하다면 가차없이 나무를 베어내고 발굴을 해야 한다. 문화재 보호법이 특별법으로 상위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 경관을 보호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며 문화재를 제대로 발굴하거나 보호한다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보니, 이로 인한 가치 충돌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시공하고 있는 김해시 장유면 율하지구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도 이같은 가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토지공사는 처음에 이 지역에 있는 10년생이 넘은 소나무·은행나무 794그루를 택지 조성 후 공원이나 녹지공원에 옮겨 심는 것으로 설계를 했다. 토지공사측은 이렇게 옮겨 심는다 해서 공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지만 정서적인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의 도시 조경공사에서는 대부분 큰 나무를 선호하는데 이는 조경수가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크는데는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택지개발 공사를 하다 보면 이미 있던 숲을 그대로 보호할 수는 없겠지만 그 지역에서 수십년 이상 자라온 나무를 가까운 곳에 옮겨 심으면 뿌리를 잘 내린다거나 택지개발 지구 지정 전부터 살았던 나무가 공사 이후에도 그 지역에 그대로 있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화재를 발굴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이 지역 시굴을 담당했던 경남발전연구원의 이영주 팀장은 “아무리 좋은 나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아래 유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나무를 살리자고 유구를 파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단지 지표조사나 시굴을 통해 문화재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지역이라면 나무를 살릴 수 있도록 문화재 발굴지구 지정을 풀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은 덧붙였다.

역시 이 지역 시굴을 맡았던 경남고고학연구소의 김현식 팀장은 이와는 약간 다른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율하지역의 경우 토지공사가 땅을 전부 사 들였고 제대로 발굴도 할 수 있어 일부 의견 차이는 있을지라도 발굴에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 “민간에서 중·소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한다든지 할 때는 산림법에 따른 형질변경 허가 등이 까다로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문화재 발굴은 사업 설계단계에서 하게 되는데, 발굴을 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려면 산림 형질변경 허가를 받아야 해 따로 허가를 받는 등 발굴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

대부분은 산림형질변경은 본 사업 허가에 따라 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사업 허가신청도 안된 상태에서 산림형질변경 허가를 신청하려면 이를 위해 따로 설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김팀장은 “환경 관련법이나 문화재 관련법이나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이 둘이 충돌할 때 현장에서는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한편 김해 율하지구에서는 시굴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토지공사가 살리려고 애썼던 나무 중 절반 가까이는 베어져 나갔으며 이후 본격 발굴이 시작된다면 나머지 나무도 생사를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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