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달걀’ 로 ‘알부자’

특수란을 전문으로 생산·판매하는 사천 송포축산 허주세(60) 대표는 부자다. 5만여마리의 닭이 낳는 알이 허 대표의 눈에는 예쁜 ‘황금알’로 보이니 마음도 든든하고 흥이 절로 난다.

하지만 허 대표와 부인 조영수(55)씨는 지난해 8월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갑자기 난 불로 닭이 모두 타 죽고 이제야 겨우 재기를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3년 병아리를 잘못 들여와 큰 손해를 본 것을 생각하면 2년 연속 피해를 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는 허 대표 부부.

하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그 누구보다 강한 허 대표 부부에게는 빚도 고생도 참숯을 먹인 닭이 낳은 ‘황금알’ 앞에서는 그저 잠시 겪는 시련에 불과하다.

새로 들인 닭들이 이제 겨우 알을 낳기 시작해 현재 달걀이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 매일 달걀을 사러온 도매업자들과 심심찮게 실랑이도 벌이는 만큼 닭들이 ‘황금알’을 어서어서 낳아주기를 바라며 희망을 키우고 있다.

허 대표 부부의 ‘황금알’은 ‘참숯황금란’ ‘바이오황금란’ ‘바이오청정란’ ‘매향란’ 등의 이름으로 시중에 팔려 나가며, 지난 2003년 경남도의 ‘우수브랜드 축산물’로 소개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14년여의 경찰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을 하려던 허 대표는 아무런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막막하기만 했다. 마침 사는 곳이 송포양계단지라 닭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고 있다 싶어 정부가 저리로 지원하는 시설자금을 2억원 융자받고 퇴직금과 빚 등으로 땅과 닭을 사서 조그마한 양계장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농장으로 닭을 키우는 곳이냐며 찾아온 사람들이 4명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경상대 축산과와 재료공학과 교수 등이었는데 10㎏ 비닐 봉지에 뭔가를 담아와서는 ‘바이오그리트’라는 원적외선 증란재인 특수사료라며 100마리 정도의 닭에게 시험적으로 먹여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겁니다. 그후 95년까지 약 3년간 교수팀이 폐사율·계분·윤기·증란 등을 비교실험했습니다.”

경쟁력 강화와 제값 받고 달걀을 팔기 위해 95년부터 본격적으로 특수란을 생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융자를 얻어 독일에서 기계를 들이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참숯 특수사료 먹여 도 ‘우수브랜드 축산물’ 소개

당시에는 특수란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거의 없었고 사료도 비싼데다 판로 역시 없었다. 소비자들이 일반 계란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격만 비싸다며 기피하던 때, 부부는 인근 아파트 단지와 금융기관 등에 달걀을 무료로 나눠주며 홍보했다. 일단 먹어보면 품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고 그만큼 품질에 자신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성공해 농장으로 직접 달걀을 사러오는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늘어났고 입소문을 통해 도매상인들이 모여들었다.

빚은 겨우 2년 만인 97년말 거의 다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허 대표가 내세우는 품질 경쟁력은 ‘연구를 통해 제대로 특수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노른자위가 붉은 색을 띤다고 무조건 특수란이 아닙니다. 다른 곳의 특수란을 사와서 깨보면 포장만 특수란일뿐 가짜가 많아요. 또 이런 가짜들 중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많더군요. 이런 것들이 바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지금은 많은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오로지 좋은 달걀을 생산하는 것만 신경써 먼저 특수란에 대해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허 대표가 다른 특수란을 비교 연구하는 것처럼 타 지역의 특수란 생산업자들이 허 대표를 찾아와 달걀을 비교하는 일도 간혹 있다고 한다.

“한번은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즉석에서 노른자위의 탄력성을 알아보기 위한 작은 실험을 하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일반란은 이쑤시개를 10여개 찌르니 노른자위가 터졌고 다른 특수란은 20여개를 찔렀습니다. 그런데 저희 달걀은 49개를 찌르니 그제야 노른자위가 깨지는 걸 보고 뛰어난 탄력에 감탄하고 돌아갔습니다.”

허 대표는 문헌을 찾고 처음 특수사료를 가져왔던 경상대 재료공학부 신현택 교수와 끊임없이 연구하며 경상대는 물론 대전에 있는 양계연구소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한 실험도 하는 등 좋은 특수란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보통의 특수란을 낳는 닭은 알을 적게 낳고 알을 낳는 기간도 보통 닭에 비해 2개월 정도 짧다는 단점을 없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표면이 매끄럽고 노른자위의 탄력성이 아주 강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신선도도 일반란의 3배까지 유지되고 콜레스테롤도 적습니다.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쑥·솔잎분말·녹차잎 등을 먹여봤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찾은 게 참숯이었죠. 바이오그리트에 참숯을 섞어 먹였더니 신기하게도 비린맛이 나지 않는 거예요.”

지난해 화재 위기도 품질 자신감으로 극복해 내

현재 송포축산은 4개 라인 중 3개 라인의 닭에는 참숯을 먹이고 1개 라인에는 매실 진액을 먹여 특수란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한 사료만 먹인다고 좋은 달걀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병아리를 들이고 위생도 철저히 챙겨야 하는 등 시설이 기계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다.

100일 정도 키운 병아리를 사와서 135일 정도를 더 키우면 초란을 낳는데 업자가 정상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은 병아리를 들이면 이 또한 한꺼번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2번 정도 병아리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특히나 2003년 손해를 본 이듬해에는 재기하려는 찰나 엎친데 덮쳐 불까지 나서 한순간에 다 날려버렸죠. 지난해 8월 7일이었습니다. 오후 8시까지 농장에 있다가 집에 갔는데 8시 14분에 차단기가 폭발했습니다.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는데 그때 일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4억여원의 보험에 가입해 있었지만 보험금은 59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닭이 모두 죽어 전체 피해액은 8억여원에 달했지만 시설이 전소돼야만 보험금이 100% 나올뿐, 시설물이 반소된 상태에서는 그 정도밖에 평가되지 않았다.

시에서 저리로 특별자금을 융자받아 다시 사들인 병아리가 이제 알을 낳기 시작, 현재 하루 4000여개의 달걀이 생산된다.

이달 말이면 3만4000~3만5000개까지 생산량이 늘어나고 2월이 되면 최대 4만3000개까지 알을 낳게 된다.

그나마 최근에는 달걀 가격이 개당 120원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빚 갚을 걱정은 덜게 돼 희망이 보인다는 허 대표 부부.

“한때는 달걀가격이 40원대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신선도가 떨어져 결국 시골에 있는 농장에 달걀을 몇 트럭이나 싣고 가서 땅을 파고 묻어버렸죠. 조금의 수익을 노리고 품질이 떨어지는 달걀을 팔아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식같은 달걀을 매장해버렸습니다.”

허 대표 부부는 앞으로 닭을 키우는 막사를 1곳 더 짓는 것이 꿈이다. 현재는 한곳에서 닭을 키우다보니 병아리를 일정 기간 키우는 기간과 폐계를 빼내고 난 다음 새로 병아리를 들일 때까지의 청소기간 등에는 달걀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5만마리를 키울 수 있는 막사를 하나 더 지어 1년 내내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의 거래처 외에도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진 대형 할인점 등에 직접 납품해 참숯먹인 닭이 낳은 황금란을 많이 알리고 싶다는 희망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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