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노선 안내판...‘딱딱 못 맞추는’ 안내방송

깨끗하고 시간까지 지켜주는 시내버스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내버스는 깨끗하지도 않으며 시간도 안 지키고 장소조차 제대로 일러주지 않는다.
버스에 표시돼 있는 안내판은 여러 노선이 가로 5㎝ 세로 30㎝넓이에 감질 맛 나게 그려져 있고 이를 보완하는 안내방송조차 명확하지 않다.
또한 승객들이 기다리는 정류장도 택시와 승용차에 막혀 승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괴로움과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인 셈이다.

△엉망인 내부 시설
주민들은 버스 자리에 팔걸이가 없다는 데 대해 불만을 털어내고 있다. 이정우(28)씨는 “팔걸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졸다가 급커브에 옆으로 넘어진 적이 있다”며 “잠깐 빈 틈도 없이 끝까지 긴장시키고 불안에 떨게 만드는 시내버스는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지난 2월부터 시내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김옥대(63·마산시 문화동)씨도 “팔걸이가 없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쏠리지 않게 양 발로 힘껏 버텨야만 한다. 이렇게 하다가 내릴 때가 되면 다리가 뻐근할 정도가 된다”면서 열을 올렸다.
김모(41)씨는 머리받침대가 없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바빠서 급출발을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안전 시설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급히 출발할 때마다 목이 뒤로 젖혀져요.”
물통과 대걸레도 불만이다. 대학생 이원필(27)씨는 “대부분 버스들이 밀걸레와 물통을 넣고 다닌다. 더럽고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앉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가장자리 맨 뒷자리는 아이들이 앉아 창문을 열 경우 자칫하면 밖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너덜너덜한 표지판과 덕지덕지 붙은 광고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늦은 안내방송
안내방송이 늦어서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 못하는 승객도 있다.
307번 좌석버스를 타고 창원 가는 길. 창원대로에 진입해 동서식품과 동우기계를 지나자 차룡소방사거리 정류장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방송이 나오는 순간에 버스는 바로 그 정류장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동서식품과 정류장의 거리는 70m고 차량은 시속 60㎞를 넘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14번 일반 버스도 마찬가지. 마산 중부경찰서에서 경남은행 중앙동지점, KT 마산지점에서 부림시장 같은 경우도 방송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렸다. 이 경우 제대로 내릴 준비를 할 수 없으며 다음 구간에서야 벨을 누를 수밖에 없게 된다.
10번 17번 19번과 같이 마산 삼계로 가는 버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단 지대라 승객이 없다보니 버스는 속도를 높이게 마련이고 중리역에서 삼계현대아파트까지 여섯 정류장은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오거나 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무조건 한 구간 더 가야 할 형편이다.

△버스 표지판과 안내방송이 다르다
안내방송을 듣고 정류장에 내렸지만 정류장 표시가 이와 달라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
307번 좌석 버스를 타고 안내방송과 버스 표지판을 비교해 보았다. 창원 가는 길에서 방송은 3·15 의거탑이라 했지만 표지판에는 KT라는 영문이 나왔다. 창원대로를 접어들어 차룡소방단지라고 안내했으나 버스표지판에는 영진정밀이라 적혀 있었다.
이밖에도 가음정 성원아파트는 한국전기연구원, 기아기공은 가음정 사거리, 남산동 한양아파트는 남산시외버스정류장으로 방송과 표지판이 제각각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마산으로 오는 길에서는 신세계 백화점(방송)이 산호동(표지판)으로 돼 있었다.
14번 버스를 타고 마산 중부경찰서에서 합성동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길에서만도 무려 5군데가 서로 달랐다.
3·15 의거탑을 지나 경남은행 서성동 지점 신호등에서 좌회전을 받아 오르자 KT 마산지점이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표지판에는 마산 전신전화국이라 돼 있으며 제비산 입구는 노비산 입구, 축협두배로마트는 농협 하나로 마트, 석전동은 금호생명, 마산역은 동마산 병원으로 각각 방송과 표지판이 달랐다.
합성동에서 경남대로 향하는 26-2번, 63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6-2번의 경우 오동동 자유시장은 오동동, 대우백화점 앞 어시장은 어시장, 마산의료원은 마산시청, 경남대학교 남부터미널은 경남대학교로 표시돼 있다.
63번 동마산 주유소는 운동장, 마산 여성회관은 산호우체국, 대우백화점 어시장은 역시 어시장으로 적혀 있다.
4개 노선 일부 구간만 살펴봐도 안내방송과 표지판이 다른 정류장이 스무 곳이 넘었다.

△버스와 택시가 한 자리에
버스 정류장과 택시정류장이 나란히 있는 것도 불편을 주고 있다. 택시와 시내버스는 최소 10m 떨어지면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있지만 택시가 5대 이상 늘어서면 버스 정류장까지 밀려들어 버스 승객들은 정류장이 아닌 도로 한복판에서 승·하차를 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마산은 남부 터미널과 합성동 시외버스 터미널이 택시와 버스 정류장이 함께 있고 창원은 정우상가, 은아 아파트, 성원주상가 5군데가 있지만 상황이 심각한 곳은 창원 3곳이다.
정우상가 같은 경우에는 택시와 승용차들이 엉켜 2중 주차가 되기 십상이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대부분 버스들이 차로에서 손님 승하차를 시키는 실정이며 다른 두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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