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당시 강경토벌전을 벌였던 11연대장 박진경의 출생지이며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과 군민동산이 조성돼 있는 남해군에서 동상 이전과 관련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박진경대령의 동상 이전운동을 벌여오고 있는 남해지역연대회의(의장 박정두)가 지난달 31일 ‘제주4·3항쟁과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 박진경 대령 동상 이전을 강력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군장성 출신 모임인 성우회가 2일 박대령 추모행사를 개최하고 이같은 동상 이전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박진경대령의 양아들인 박익주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회장 정승화)는 2일 오전 11시 30분께 남해군 이동면 부림리 소재 남해군민동산에서 ‘고 박진경대령 추모공원 참배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익주 전 국회의원은 “지난해 4·3문제 특별법이 제정된 후 한번도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었다”며 “남해신문에서 박진경이 2개월 동안 3만명을 죽였다고 오보를 내고 시민단체에서 제주의 젊은 사람을 초빙해 강연회를 연 것은 우리 모두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예비역대표로 참석한 백선엽(대장)씨는 “박진경 대령은 인간적인 분이며 국군의 초석이요 창시자이며 지도자였지만 그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공산당에게 죽었다”며 “그 유훈을 길이길이 후세에 빛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남해지역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군민의 의식을 표현하는 소중한 장소이어야 할 군민동산이 한 개인의 동상을 모시기 위한 공원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하고 “해방 이후의 행적은 덮어두더라도 일본군의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박진경 대령의 동상이 어떠한 이유로든 군민동산에 있을 까닭이 없다”며 동상 이전을 주장했다.

또 강연에 나선 이영권 제주 전교조 4·3특별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여기 세워져 있는 박진경 대령의 동상은 그 동안 역사에 대과를 저질렀던 친일세력과 6·25 전쟁의 양민학살·쿠데타 세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면죄부로 건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논쟁은 이태문 남해사랑청년회장이 지난 2000년 4월21일자 남해신문에 박대령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고, 같은 달 남해지역 시민단체 기관지 ‘남해사람’이 4·3 사건의 평화적 해결을 노력하다 해임당한 김익렬 연대장의 유고록 내용중 “박진경 연대장은 폭동사건을 집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는 기록을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 대령 동상은 지난 1990년 4월7일 박익주 전 국회의원에 의해 세워졌으며 20m 전방에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 2기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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