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써니? 딸이 여덟 살 때였나?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주도해서 친구 4명이 팔찌를 나눠 끼며 '4총사'로 뭉쳤다는 거야. 뭐 슬슬 그럴 때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시작해서 결국 '칠공주'도 되고 '써니'도 되고 그렇잖아. 신선했던 것은 모였을 때 외치는 구호였어. 4명이 모두 모였을 때 하나, 둘, 셋, 넷 손을 내밀어서 모은다더군. 손을 위로 들면서 외치는 구호가 있다는 거야. 1학년 초등학생이 생각해낼 구호라고 해봤자 고작 '아자', '화이팅', '얍' 정도 아닌가? 그런데 '플라워(Flower)'라고 하더군. '초딩'...
한 때 귀농귀촌을 떠올리면 머리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퇴직하고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여유를 가지며 사는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귀농 관련 단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귀농귀촌센터 등에는 새로운 직업으로 농사를 짓고자 귀농귀촌하려는 젊은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 김해베리팜을 운영하는 신현식(46)·안성희(43) 부부도 그런 경우다. 학원 운영하며 투잡으로 시작한 블루베리 부부는 김해 시내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아내 성희 씨는 학원 일을 한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부부가 열성으로...
'도레미파솔라'의 '미솔라'에서 따온 이름과 미소 띤 얼굴이 잘 어울린다. 이미소라(44) 사회복지사는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에 있는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공대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수학학원을 운영해 온 뼛속 깊은 공대생이었다. 그러다 덜컥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마치 원래부터 해야 했던 일처럼 사회복지사 일은 미소라 씨에게 아주 잘 맞았다. 새내기 사회복지사의 일과 꿈,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깡통라디오'라는 독특한 이름의 모임 등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미소라 씨는 몇 ...
지리산 청학동에 가면 '새'라는 서점이 있다. 이제 개점한 지 한 달 남짓. 진열한 책은 3000여 권. 하지만 이른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이라고 하는 인문·사회계열 책뿐이다. 휴양 관광지에, 그것도 그다지 팔릴 것 같지도 않은 책만으로 서점을 열었다기에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서점'이라기에 손쉽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간판도 없었다.(뒤에 알고 보니 널찍한 마당을 건너 들어가는 입구에 작게 서점이라는 안내는 있었다). 커피와 파스타, 피자, 들깨칼국수를 파는 카페 한쪽에 아담하게 책장을 ...
지난 5월 중순 1위 두산을 추격하는 NC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국인 에이스 해커가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탓이다. 5월 17일 1군 명단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해커는 8경기에 선발 등판해 51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다승왕(19승 5패)의 위력을 뽐내고 있었기에 그의 공백은 NC에 치명적이었다. 해커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C팀에서 소방수로 긴급 호출된 이가 바로 신인 정수민(26)이다. 지난해 2016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NC의 부름을 받은 정...
각종 강력 범죄와 대형 사고로 사회에 불안감이 높다. 이러한 사건·사고 후에는 피해자들의 심리 상담을 하기도 한다. 정신적 외상을 우려해서다. 여러 '큰일'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신영민(62) 창원병원장은 큰 사고·사건으로 정신적 외상을 받은 사람이 있을 때, 주변에서 '지지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신의학(Psychiatry)은 정신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이나 행동 문제, 나아가서는 건강과 병적 상태에서의 개인행동을 연구하고 치료한...
김광탁 회장은 재경 밀양향우회 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향우회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밀양 내일동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6살 때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대구와 서울 등지에서 사업을 일궈오느라 고향을 돌아볼 틈도 없는 세월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밀양에서 열린 어느 축제에 후원하게 된 게 인연이 되어 향우회장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김 회장은 향우회 회장을 맡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현역에서 사업을 일구고 있는 터라 바쁘기도 하고, 특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일에 매진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더...
은 공관복음서 중에서도 예수의 말씀을 가장 그대로 나타낸 복음서라고 본다. 마치 초기 경전인 이 뒷날 쓰인 대승경전들보다 부처의 육성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많은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유교 경(經)과 전(傳)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마태복음 5장 '산상설교(山上說敎)'를 다석의 견지에서 강독해 보면 어떨까? 3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로부터 '애통해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대를 전후하여, 연해주, 우수리스크, 수찬 등 러시아 여러 곳에는 '까레이스키'라 불리는 고려인 17만여 명이 살고 있었다. 당시 일본과 적대관계였던 소련의 스탈린은 까레이스키가 일본의 첩자노릇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기에, '일본 간첩활동 방지'를 이유로 고려인 전원을 민족탄압의 일환으로 강제이주(1937년 9월 21일~11월 15일)시켰다. 강제이주는 단 며칠 전에 이루어진 급작스러운 통보 후에 곧장 진행됐기에 세간을 챙길 틈도 없이, 고려인들은 곡식의 씨앗만을 품고서 맨몸으로...
경남 진주시 향교로42번길 5(옥봉동)에 있는 옥봉성당입니다. 이곳에 종교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옥봉공소가 설립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옥봉공소 설립 이전인 1898년에서 1910년 사이에도 이곳에서 종교 관련 행사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문산성당에서 이루어 졌다고 합니다. 1911년 옥봉공소 당시에는 기존에 있던 한옥 건물을 성당으로 사용했고, 1923년에 이르러서야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의 목조 성당이 지어지게 됩니다. 이때의 건물모양은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것처럼 양쪽 방향이 경사져 있는 박...
2014년 개봉한 (The Grand budapest hotel)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 화려한 캐스팅, 기상천외하면서 미스터리한 스토리 전개, 아름다운 색채의 미장센으로 입소문이 났다. 국내 누적 관객 77만 명, 상영관이 많지 않은 예술 영화인 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는데 이례적인 흥행이었다. 이 영화감독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출신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 같은 전작들도 인기를 얻었던...
마산종합운동장이 NC다이노스 신규야구장 리모델링(창원마산야구장)에 착수하면서 마산문화원도 정들었던 종합운동장을 떠났다. 이에 마산문화원 한 켠에 지난 2007년 10월 자리를 잡았던 마산문화원 영상자료관도 정들었던 터에서 떠나게 됐다. 이승기(78)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은 약 60년간 모아왔던 영화 포스터, 잡지, 이론서, 비디오, DVD, 팸플릿 등 약 1만 5000여 점을 마산종합운동장 내 창고에 보관 중이다. 영화자료관 터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지난 60년간 영화 관련물을 수집한 영화광...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5층에는 학생들에게 '진벅스'라 불리는 교수 연구실이 있다. 연구실에서 은은하게 세어 나오는 커피 향은 5층 전체를 물들인다. 학생들은 드립 커피와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마치 카페에 온 듯 수다를 떤다. 그곳엔 학생들과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진벅스'의 주인이 있다. 바로 경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진홍근(43) 교수다. 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교수님이 아닌 나이가 '꽤' 많은 복학생 형 같아 보인다. 그를 만나기 위해 소문이 자자한 '진벅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광고' "어렸을 ...
마산 창동 길을 지나다 '이상무 커트라인'이라는 상호의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창원 봉곡동에서 같은 상호의 미용실을 본 기억이 있었다. 가게를 옮긴 걸까 싶었지만, 알아보니 창원을 기반으로 몇몇 군데 가맹점을 둔 미용실이란다. 최근에는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미용실도 많기에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머리 한구석에 접어두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프랜차이즈가 많은 것은 아니다. 특히나 미용업으로 한정한다면 정말 몇 안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는 곧바로 미용실에 연락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나눔문화를 실천하려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입니다. 2011년 7월 19일 1억 원 기부 약정으로 김해에서는 처음이자 경남에서 12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안진공 김해 미치과 원장(53). 인터뷰 초반 그는 유난히 한숨을 많이 내쉬었다. 부산 난민촌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면서 입 하나라도 덜고자 여동생 외국 입양까지 고민했던 당시 상황들을 떠올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때의 고단함이 묻어 나왔다. 인터뷰 말미로 가면서 그의 표정은 밝아졌고 말소리는 점점 경쾌해졌다. 그가...
한일합섬, 수출자유지역, 무학소주, 몽고간장, 하이트맥주 등으로 대변되는 산업도시인 옛 마산시는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근린 관광지가 많은 특징이 있다. 2000년 이후 관광산업이 각광받으면서 마산시는 산과 바다 등 천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해양도시로서 마산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2004년 '마산 9경(景) 5미(味)'를 선정했다. 9경은 무학산, 저도연륙교, 국립 3·15 민주묘지, 어시장, 마산문신미술관, 마산항 야경, 팔용산 돌탑, 의림사 계곡 등이다. 9경 중 첫째 손가락에 꼽혔던 곳이 국내 유일, 돝섬해상유원지다. 연...
김성근 감독 뒤를 이어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야구부 감독을 했다는 정성국(70) 씨. 그를 처음 본 건 우연한 술자리였다. 그는 띄엄띄엄 기억을 더듬으면서 마산 야구 옛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타지 출신인 기자로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신기하고 놀라운 내용들이었다. 이후 그의 친인척을 '동원'해 어렵게 어렵게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짧게 끝난 야구 인생 솔직히 외모에서 왕년의 운동선수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뷰 전 악수를 하면서 맞잡은 투박하고 힘 있는 손에서 과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말을 구부리...
그 시절 겨울엔 참 추웠다. 산에서 나무 해와 군불 지피던 때 이야기다. 자기가 소유한 산이 아니면 나무하기도 정말 힘들었다. 한나절 이상 힘들게 고생해서 해 놓은 나무를 산 주인한테 통째로 뺏길 때도 있었다. 나뭇단을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먼 거리를 뛰다시피 다니기도 했었다. 여러 나무 중 제일 인기 있는 품목은 '동다리'이거나 '갈비'였다. '동다리'는 삭정이의 경상도 방언인데 살아있는 가지에 붙어있는 말라죽은 나뭇가지를 말한다. '갈비'는 말라서 땅에 떨어진 솔잎이다. 솔가리 또는 검불로도 불리는데 불쏘시개로 안성맞춤...
◇카스트로 헤리스에서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까지 27㎞ 새벽 2시쯤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3시가 지나 짐을 챙겨 주방으로 갔어요. 벌써 준비하고 출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마 그들도 저처럼 잠을 못 이룬 것 같아요. 아침 요기를 하고 출발해서 마을 끝쯤에 가서 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혼자 출발하려니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좀 그렇더라고요.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를 않네요. 그래도 새벽이 되니 날은 시원해서 앉아있기가 괜찮았어요. 저기 부지런한 한국 젊은이들이 먼저 나타납니다. 결국 5시에 출발하네요. 아~!...
1년 가까이 진행한 '경찰청 사람들'. 이번이 가장 젊은 주인공이다. 만 29세 구화랑 해양범죄수사계 경장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많이 쑥스러워했고, 또 조심스러워했다. 수많은 선배에게 혹시 누가 되진 않겠냐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맡은 분야 이야기에서는 강한 눈빛을 숨기지 못 했다. 사실 그는 좀 특이한 이력을 안고 있다. 바다에서 육지로 옮기다? 경남경찰청 수사과에 속한 '해양범죄수사계'는 좀 생소하게 다가올 법하다. 실제 만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이후 해양경찰은 국민안전처 소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