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현 작가는 내가 아는 주변 작가들 중 존재감이 제법 묵직한 친구다. 그가 작가들과 함께 자리를 잡으면 그를 중심으로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강 작가는 지역 젊은 작가들에게 우뚝한 큰형님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작업실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전시장에서 유독 빛나는 그의 작품을 보고는, 저렇게 만들려면 작업실이 아마 쇳가루와 작업도구로 어수선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대대적으로 청소를 한 번 했단다. 그런 청소도 페인트가 온통 벗겨진 바닥이며 먼지 가득하고...
'차세대 유망예술인' 10명이 뽑혔다. 지난 3월 경남도가 지역예술계를 이끌어나갈 공연예술·시각예술 분야 젊은 예술인을 발굴했다.김현주(30) 씨는 차세대 현대무용수로 선정됐다.지난 8일 만난 그녀는 10월에 개인 공연을 마쳤고 며칠 후 열릴 차세대 유망예술인 성과 발표회를 준비한다고 했다."앞으로 뭐 할 거냐, 어떻게 될 거냐고 많이들 물어요. 글쎄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채우고 공부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요. 몇 년 후에도 똑같지 않을까요? 음. 그래도 고민해봐야겠죠."김 씨는 인터뷰 끝에 이어진 '상투적인' 질문,...
어느 날 헬스장 바닥에서 발견된 CD 한 장. 음악이나 있을까 하며 열어본 CD엔 예상외로 문서 파일이 들어 있다. 망설임은 잠깐, 호기심에 이끌린 채드는 그 문서를 열어본다. 문장을 읽어내려가던 채드는 놀란다. 문서에 'CIA(미국 중앙정보국)'이라는 단어가 빼곡하기 때문이다. 추측하건대 이것은 '1급 정보'! 마침 성형 수술 비용이 필요한 채드의 동료 린다는 이 CD를 '거래'하자고 부추긴다. CD를 주인인 오스본 콕스에게 돌려주며 돈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오스본 콕스는 선뜻 돈을 줄 기세가 아...
통기타의 시대이던 70년대,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가수가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들었던 맑고 순수한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녀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중학교 음악교사였던 신귀복을 찾아가 학교 강당에서 테스트를 받고 악보를 받았다. 앞으로 이 노래가 그녀의 생에 어떤 인연으로 다가올지 모른 채,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서울 마포에 위치한 동도중학교, 1967년 3월 2일 신학기를 맞은 첫 교무회의는 평소보다 무척...
부산 영도는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고구마가 시범 재배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조 39년(1763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가던 조엄(趙)이 쓰시마섬에서 고구마를 맛본 뒤 구황식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영도에 심어보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조엄은 쓰시마섬과 기후 조건이 유사한 영도에 먼저 심어보고 성공하면 거제와 제주에 심을 것을 명했다고 한다.조엄은 통신사로 일본에 가기 전에 동래부사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내서 부산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동래부사 강필리는 선임자의 뜻을 받들어 직접 배를 타고 영도에 여러 차례 건너...
1. 명연기(1) 배우 정도는 아니겠지만 살면서 연기라는 게 필요하잖아.딸에게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연기력을 본 것은6살 때가 처음인 것 같아. 외할머니 집에서 자던 딸을 안고 집으로 가는데비가 막 퍼붓고 짐은 또 얼마나 많은지.한 손으로 딸을 안고, 다른 한 손에 우산을 들고앞뒤로 가방을 메고, 손가락마다 짐을 끼우고 걸었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딱 보이더라.안긴 채로 말똥말똥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기회다 싶어서 "잠깐 걸을까"라고 물었는데아무 반응이 없는 거야.다시 거울을 보니 눈을 질끈 감았더라.미간에 약간 주름이 생길...
남들보다 한참 이른 30대 나이에 귀농해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부부가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둑방길을 손잡고 걷거나 때론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하며 여유를 즐긴다. 함안군 법수면 윤내리 2000평 비닐온실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귀농 4년차 백승완(42)·박미애(40) 부부다.무대포 초보 농부 좌충우돌 귀농기"전혀 준비 없이 무작정 이곳으로 들어왔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죠. 주위 믿을만한 분이 '비닐 온실이 하나 나왔는데 해볼래?' 하더군요. 그런데 더 결정적인 건 아내 얘기였습니다. '우리 농사 지을까?' 하기에 '...
우연히 자동차 딜러 김민진(31) 씨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여성 비율이 높지 않은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녀가 10년 가까이 공을 찼다는 점도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민진 씨를 만나러 수입차 전시장이 줄지어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봉암로로 향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민진 씨는 170cm 늘씬한 체격에 서글서글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동네 아주머니가 알아본 운동신경민진 씨는 세 살 때부터 창원에서 살았다. 동네에서 민진 씨는 눈에 띄게 활발한 아이였다. 남자아이들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매일 야구나 축구를...
독자투고란에 월 1회 정도 투고를 하는 이가 있다. 주로 창원시정, 경찰행정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 30여 년 '범한 총포사'라는 사업을 영위해왔고 12년 동안 한국총포협회장을 지낸 이력도 이채롭지만, 최근에는 수렵인 참여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밀렵 단속이나 불법 엽구 수거 같은 공익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그런 그를 눈여겨 보게 된 계기는 투고한 글을 읽으면서였다. 총포사업이란게 엄격한 법령에 따라 규제도 많이 받는데도, 경찰 조직을 비판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자신의 업과 직접 관련있는 ...
운동이 하고 싶었던 학생 임용훈 "내 운동 모습을 보는 것만큼 완벽한 복습은 없다."김해카누장에서 만난 경남체육회 임용훈 카누 감독은 "인간의 육체로 자연을 이겨내는 종목"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거창한 설명을 늘어놓은 데는 카누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카누는 노로 젓는 작은 배를 이용한 경기다. 때문에 바람이나 물살에 매우 민감한 종목이다. 조정, 요트와 같이 '배'를 이용해 승부를 결정짓는 종목들처럼 카누도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환경과 맞서는 종목이다. 임 감독은 지난 2004년 경남체육회 창단부터 시작해 올...
전교생 36명의 기적, 양산원동중학교 야구부 신화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하지만 이 신화를 만든 교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양산원동중학교에서야구부를 만든 교사가 공모제 교장으로 지금 합천야로중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회초리 들지 않고도 학생 흡연율 낮추는 법합천군 야로면에 들어서자 '야로중학교 최윤현 교장선생님-2015 조아제약 아마·프로야구대상 모범상 수상'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보통 학교 교장이면 교육부나 공공기관 혹은 관변단체 같은 곳에서 상을 받는데 최 교장은 달랐다. 학교에...
"병원에 오지 않는 건강관리법이요? 그런 걸 알려주면 안 되는데. 하하하."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상준(50) 창원 하나병원장은 '일반인을 위한 건강관리법'을 묻는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박 병원장은 "차나 한잔 먼저 하고 시작합시다"라고 말했지만, 찻잔에 입을 대기도 전에 바로 신경외과에서 다루는 질환과 건강관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또한 중간중간 박 병원장은 '인재 부족' 등 지역 의료계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박 병원장에게 허리 건강 관리법과 지역 의료계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응급실서 ...
주류시장이 최근 유행에 아주 민감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소주 시장은 저도주에 이어 과일 맛을 첨가한 소주가 전국을 강타했고,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위스키 시장 역시 도수를 낮춘 제품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와인은 가격을 낮추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종이 있으니, 바로 전통주·막걸리 시장이다. 우포의아침(주)은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 제조 업체다. 창녕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우포의아침(주)의 대표작은 창녕 양파와 오가피 열매를 사용해 빚은 전통발효주 '우포의아침'...
재경 의령군 향우회가 펴낸 속에는 서울에서 생활해온 의령 향우들의 모습만이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다. 의령 향우들의 삶의 이력을 다루는 데 집중한 게 당연한 출판의 일차적 목표였겠지만, 그들이 60년 동안 걸어온 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고 보니 경상남도 속에 자리잡은 의령군의 모습은 물론이고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까지 꿈틀거리고 있었다.2014년 7월에 를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형 양장본 책이 출판되기까지 실제 작업 시간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의령 출신의 각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아너소사이아티(Honor Society)는 나눔문화를 실천하려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입니다.두 남자가 작은 방에 앉아 손을 맞잡고 웃고 있다. 한 남자는 장애인으로 보인다. 또 다른 남자는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다. 너무나 환한 웃음 속에 소년에게나 볼 수 있는 순수함까지 묻어 나온다. 사진 속 주인공은 김태명(56) ㈜리베라 관광개발 대표이사(회장)다. 그는 2014년 7월 1억 원 기부를 약정, 경남 아너소사이어티 37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인터뷰 중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지석마을 비행기바위에 얽힌 이야기사등면 지석 마을 14번 국도 갓길을 걷는다. 손수레를 끌고 어르신 두 분이 지나가신다. 인상도 좋아 보이시니 지난번 오량성에서 북데기 타작하던 할머니처럼 팔자 늘어졌다는 퉁은 놓지 않을 듯싶다."어르신 여기 지석이 어딥니까?""지석이? 지석이가 누고?""문디, 지석이 우리 동네 이름 아이가. 여기가 지석 마을인데 와 그라요?""여기 지석묘가 어디 있다는데 혹 모르십니까?"이번에는 두 분 다 못 알아들으셨는지 서로 얼굴만 마주 보신다. 넓적한 바위를 작은 돌로 받쳐 놓은 것으로 아주 오랜 옛날 ...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가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이다. 병신년 새해가 다가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시위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흐른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순 없지만 옛 추억을 떠올려 볼 수는 있겠다. 시골에 갈 기회가 생기거나 혹 그만한 여유가 생기면 오랜만에 논두렁을 따라 걸어볼 일이다.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두부나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지금부터 그 옛날 논두렁 밭두렁 뛰어다니며 놀던 옛 추억 속으로 살짝 스며들어가 보려한다.가을이 끝나갈 무렵 수확이 마무리되면 논은 아이들 차...
찬바람이 불면 왠지 육류가 당긴다. 느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과학적 이야기다. 겨울이 오면 몸속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기 마련이고 자연히 고단백·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수많은 고기 요리가 있지만 거의 '대명사' 격이라 할 수 있는 수육과 불고기 두 종류를 소개하고자 한다.많이 찾고 흔히 먹는 요리인 만큼 레시피 역시 다양하다. 이런저런 양념을 넣어보고 조리기구를 바꿔보고 복잡한(?) 공정이 넘치는데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훌륭한 맛을 뽑아낼 수 있다고 본다. 좋은 고...
사실 익숙한 음식은 아니다. 고급 요리여서 즐겨 먹기는 부담스럽지만, 욕심내보고 싶기도 한 요리다. 주당들이 호시탐탐 술안주로 탐내기도 한다. 바로 참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동신참치'를 찾았다. 가게는 호화롭지 않아 누구나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해초 와사비' 곁들여 참치맛 더욱 풍부하게메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가격대별로 코스 요리가 열거돼 있었다. 스페셜, 특스페셜, 실장스페셜, 골드, 비즈니스 스페셜로 회 코스 요리는 5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가격이 높을수록 참다랑어 부위가 ...
이번에 소개할 경찰관은 창원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정수일 경위다. '경찰청 사람들'인데 일선 경찰서 소속?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정 경위 명함에는 '경남지방경찰청 창원서부경찰서'라고 적혀 있다. 이렇듯 일선 경찰서는 지방경찰청 소속이라는 점! 따라서 이 코너는 도내 모든 경찰관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사기꾼 사이에 소문난 '저승사자'출자금 전액 또는 초과액 지급을 약속하고 출자금을 거둬들이는 행위를 '유사수신'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이른바 '다단계 사기'가 많이 일어난다. 정수일 경위는 이와 같은 '다단계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