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이다. 진주시 대곡면 대곡리에 이르자 이곳 대곡제 끝자락부터는 물길이 절벽을 타고 흘러간다.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은 더 이상 없었다. 이곳 강 건너는 지수면 압사리, 용봉리이다. 물길 가까이를 따라 그곳으로 가려면 다시 되돌아가 대곡면과 진성면을 잇는 월강교를 건너야 한다. 지난 21회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갔던 대곡면 대곡리에서 월강교를 건너가야 물길을 따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건넌 길 위에서는 참담한 현실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억하며 걷는 사제단도 만나고, 경남 최초로 유상급식 전...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샛강이 남강과 만나고 있다. 진주시 집현면 덕오교에서 1013번 도로를 따라 대곡면 대곡리에 이르기까지는 지내천, 향양천, 대곡천, 반대편으로 진성천, 대필천 등이 남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차례의 경지정리와 하천유역 공사로 너른 들은 홍수 재해를 막기 위해 높고 긴 제방을 두르고 있다. 들에서는 강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바둑판처럼 곧게 질러놓은 길들 사이를 헤매며 강둑에 올라서야 비로소 강 하류에서 볼 수 있는 모래톱과 웃자라는 물버들 습지 풍경이 눈 안에 들어온다. 진주 도심을 빠져나온다 싶은 이번...
하루 1000km 달릴 수 있을까2010년 이전에 250cc 스쿠터를 탈 때는 9박 10일 전국일주를 한 것을 빼놓고는 대부분 가까운 곳으로만 여행을 다녔다. 여기서 '가까운 곳'이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50km 이내 지역쯤 되겠다. 스쿠터를 타고도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많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동력의 한계라는 것이 있어서 하루 만에 아주 멀리까지 여행을 다니기는 어렵다.반면, 할리데이비슨·BMW 모터사이클처럼 배기량이 1000cc에 가깝거나 그보다 훨씬 큰 모터사이클을 타게 된 이후로
경남에 영화제가 있을까? 있었다. 올해로 9회째인 경남독립영화제가 그것이다.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경남에서 그것도 독립영화제를 9년 동안 끌고 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경남독립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박재현 경남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봤다.하룻밤 새 쓴 원고지 100매사실 박재현(42) 경남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람들에게는 '박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작품을 찍거나 경남영화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다, 경남독립영화제를 치를 때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대소사를 맡는 것이다.박 감독은 대구에서 출생했지만 마산에...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음…. '부~부부~'처럼 연주하는…."서태헌(45) 몽크 대표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지난 5월 12일 오후 4시 재즈클럽 몽크(창원시 성산구 상남동)를 찾았다. 오후 6시쯤 문을 여는 클럽이 일찍 셔터를 올렸다.어두운 밤 은은한 조명 아래에만 앉았던 몽크에 오후 햇살이 비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텅 빈 무대 앞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할 찰나, 서 대표는 먼저 질문을 쏟아냈다.왜 나를 인터뷰하려느냐, 재즈는 무엇이냐 등등.나는 시원하게 답했다. "경남에서 꾸준히 재즈를 기획하는 사람이지 않...
일주문이나 천왕문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입구에서부터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이다. 오른쪽 산자락으로는 아름드리 붉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왼쪽 계곡 자락으로는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다솔사는 이름 그대로, 소나무 편백나무 숲길이 그대로 일주문이다. 경남 사천 봉명산 다솔사(多率寺).1500년도 훨씬 전에 연기조사가 창립했다지만 대양루(大陽樓)만 남겨두고 1914년 화재로 전부 소실됐다. 현재 건물은 이후 재건한 것이다. 신라시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셔온 자장율사를 비롯해 고운 최치원과 만해, 효당 등과 인연이 깊...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말이 있다. 어리석어지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청나라 문인 정섭(鄭燮 1693~1765)이 남긴 이 글귀는 그가 덧붙인 시를 음미해야 본 뜻을 알 수 있다. '총명난(聰明難) 호도난(糊塗難) / 유총명이전입호도갱난(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 방일착(放一着) 퇴일보(退一步) 당하심안(當下心安) / 비도후래복보야(非圖後來福報也)''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해지기는 더 어렵다. 한 생각 버리고, 한 걸음 물러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리니. 도모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된 응보가 올 것이다...
매년 6월 16일이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거리는 20세기 초 복장을 하고 무리지어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떤 건널목 앞에 모여선 그들 앞에 가이드로 보이는 이가 서서 한 대사를 읊조리고 해설한다."그들은 소설에서 서로 간격을 두고 바로 이 길을 건너갔습니다. 스티븐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빨간불이 켜졌지요."6월 16일은 아일랜드의 대문호이자 20세기 영문학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 '율리시스'의 배경이 된 날짜다. '율리시스'는 주인공인 헝가리 출시 유대인 레오폴드 블룸이 1904년 6월 ...
이 곡은 시장으로 팔려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송아지의 슬픈 운명을 표현한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이 곡의 이면에는 유대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어있다.실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작사가의 아내와 두 아들이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묘사한 노래라는 말이 있다.3절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극작가 아론 제이들린(Aaron Zeitlin)이 제작한 연극 '에스테르케'(Esterke)에 사용하기 위해 유대어중 하나인 이디시어(Yiddish)로 작사하고, 샬롬 세쿤다(Sholom Secunda)가 1...
영화가 시작한다.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 보인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대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한 아이는 알콜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오늘 지각했다. 한 아이는 포트폴리오에 넣을 사진을 찍었고, 한 아이는 체육복 긴 바지를 입지 않는다며 선생님한테 혼났고, 한 아이는 여자친구와 수학시험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아이들은 동성애에 관해 토론했고, 어떤 아이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점심을 먹자마자 게워냈다. 카메라는 아이들의 일상을 따...
'아름다운가게 창원용호점' 간사인 최명(43·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나눔을 실천하는 이로 유명하다. 특히 헌혈은 곧 습관이 되었다. 지난 25년 동안 300회를 했다. 혼자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거리로 나서 헌혈 홍보를 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도 헌혈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함이라고 한다."한번은 교통방송 리포터가 저를 인터뷰하고 나서 헌혈 인증사진을 보내줬어요. 남석형 기자도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는 헌혈증 가져오면 인터뷰하는 거로 해야겠습니다. 하하하."헌혈, 그리고 '유진'이라는 두 아이최명 씨는 ...
80년대. 지역에 집회나 시위 현장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각종 행사장에 약방 감초처럼 함께하는 이가 있었다. 얄팍한 자료집 같은 걸 시집이라면서 1000원을 받고 팔기도 했다. 2015년인 지금도 그는 어김없이 각종 행사장에 나타난다.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하기 예사다. 그래서 좀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군 형무소에서 2년을 복역했으며 교사에서 해직당했고, 교사 자격증마저도 무효화 됐다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건강을 위해 중요한 건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적절히 휴식하는 겁니다. 무리한 운동으로 인대나 관절에 손상을 입는 젊은 사람이 많은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고생합니다."보통 비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궂으면 병원을 찾는 환자도 줄어들곤 한다. 안옥균(56) 병원장을 만나기 위해 김해 갑을장유병원을 찾은 날. 종일 비가 내렸지만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병원 대기실 환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진료실 밖 모니터엔 대기 환자 이름이 계속 올라갔다.점심때가 다 돼서야 마주 앉은 안 병원장은 '반월상연골'의 ...
서울대를 졸업하고 두 번이나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인도 배낭 여행을 떠난 청년. 인도에서 다양한 삶을 보고 선택한 인간학문 한의학. 하루 두 끼, 1일 2식을 실천하며 건강 관리를 설파하는 한의사. 그가 차에 빠졌다. 차는 생명력이라고 외치는 백연근 향기 은은한 한의원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180cm에 60kg, 1일 2식 하는 한의사"박 기자님, 압력을 좀 빼셔야겠습니다. 땀도 많이 흘리시고 숨도 차시고 혈압도 높으시죠. 오늘 인터뷰보다 건강 상담부터 해야겠습니다."창원시 마산합포구 대동씨코아 건너편에 있...
해방 1년 뒤에 태어난 아이는 이름보다 '만복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서울 종로에 차린 작은 식당이 서서히 자리를 잡더니 아이가 태어나자 날로 번창한 탓이다. 제법 여유 있었을 듯한 어릴 적 생활에 대한 기억은 없다. 만복이에게 어렴풋이 남은 기억은 한국전쟁 이후 어머니, 누나와 함께 떠난 피난길에서 시작한다.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힘겨운 시절을 보낸 아이는 커서 의사가 된다. 그리고 50년 세월을 건너뛰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어렸을 적 별명대로 복을 안긴다. 아프고 의지할 곳 없어 서러운 외국...
날씨가 따뜻해서 화창한 날 산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양산 통도사도 인기 산사 중 하나다. 푸른 산과 고즈넉한 사찰을 동시에 접할 수 있기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식도락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절을 앞에 두고 음식점이 즐비하다. 통도사 신평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소박한 음식점을 찾았다. 6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메밀소바 우동전문점'이다.음식을 주문하면 곧바로 방석호(68) 대표가 면을 뽑아서 만들어낸다. 손님이 주문하면 반죽을 꺼내 면을 뽑고, 타이머로 면 삶는 시간을 엄격히 지켜낸다. 습도 등을 봐가며 타...
꽃게찜꽃게가 제철이다. 봄엔 암꽃게 가을엔 수꽃게라고 했다. 봄 암꽃게는 알이 꽉 들어차 맛있고 가을 수꽃게는 살이 튼실해 맛있다.평소 꽃게를 어떻게 즐기는지. 탕을 끓여 먹거나 찜·찌개 재료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역시 꽃게는 찔 때가 가장 맛있는 거 같다. 별 양념이 필요 없으니 만들기도 손쉽다. 맛? 혹 심심할까 걱정일지 모르겠으나 오산이다. 모름지기 '가난한 양념이 깊은 맛'을 낸다고 했다. 찌는 게 꽃게 그 자체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만들기 쉽다 했지만 지켜야 할 디테일이 의외로 많다. 좋은 재료는 기본...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 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사무실 앞에서 작자 미상의 중국 사람이 썼다는 글귀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 글 밑에 다음 글이 있었다. '봄을 행복으로 바꿔 읽어보세요.'주인장의 재치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동 들녘과 딱 어울리는 글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작업장 문을 열고 나온다. 하동군 하동읍 매화골먹점길 9번지에서 하동찰빵을 굽는 '복을만드는사람들'의 조은우(36)...
경남지역 전통시장들이 경쟁력을 갖추고자 뼈를 깎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진행하는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형마트와는 다른 전통시장만의 고유성,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 3년 차인 사천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은 별주부전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해 관광객이 60% 이상 늘었고 2년 차에 접어든 창원 '대끼리 상남시장'은 야시장을 만들어 하루 관광객 최대 7000여 명이라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원사업 성공 여부는 '상인들 의지'...
털보 감독을 안 지 꼬박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천하장사 한 놈 만들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팬들이 내미는 사인지에 '천하장사' 대신 '한라장사'를 적어야 했던 설움도 털어놨다.지난해 천하장사 정경진을 배출하자 털보 감독은 더는 지도자 생활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최근에는 그가 조만간 지도자를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비운의 씨름꾼에서 천하장사 지도자에 오른 그의 이력은 명장으로 남기기에 충분했다.그래서 비가 한창이던 4월의 마지막 주 서원곡 씨름장에서 창원시청 씨름부 이승삼(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