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모(satchmo 입이 큰 사람을 일컫는 미국 속어)라는 애칭으로 더 이름 높았던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은 생전에 흑인 민권운동에 아무 관심 없는 '엉클 톰'이라고 비아냥 받았다. 청중들, 특히 백인 청중들 앞에서 흰 이를 드러내고 과장된 광대연기를 선보이던 그를 두고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60~70년대에 청장년기를 보낸 국내 팬들도 그를 가래 끓는 목소리로 'What a wonderful world'나 'Hello Dolly'같은 곡...
이제는 남강 철새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경칩 지나니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등 텃새 몇 종만 있을 뿐 겨울 내내 남강에서 보이던, 이제는 제법 친숙해진 큰고니 독수리 비오리 등을 볼 수가 없다.다시 남강 물길과 영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보고 있다. 남강을 가운데 두고 서쪽은 진주시 하대동과 초전동으로 이어지고 동쪽은 진주시 금산면 속사리와 송백리로 이어지고 있다. 송백리 남쪽에는 큰 나루터가 있었다. 누런 버드나무가 많아 황류진(黃柳津)이라 했다. 마을 사람들이 진주로 가던 유일한 뱃길이며 또 진주 사람들이 마산, 대구 방면...
"남강이라 하지 않고 고마 큰 강이라 했제. 백사장이 워낙 넓었으니 지금보다 강폭이 2∼3배는 넘었을끼야. 어린 눈에 처음 봤을 때 아 이리 끝이 없는강도 있구나 싶었으니까."아버지와 중학 동기인 김재구(78·진주시 중앙동) 씨는 1960년대 초반 고향에서 나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진주에 왔을 때 남강을 본 첫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중앙파출소에서 반도병원 앞 도로가 둑이었던가. 사변 직후만 해도 시외버스주차장이고 동방호텔이고 전부 남강 백사장이었으니. 지금 시청 있는 도동벌은 전부 모래땅 논밭이었제. 농사지어봤자...
'도서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상품만은 아니다.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사고의 매체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발전의 바탕이다. -도서헌장 중에서-'60년 역사를 가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학문당 액자에 있는 글귀다. 안타깝게도 현재 출판산업은 점점 쇠퇴하고 책과 독자 '만남의 장'이었던 서점 수는 날로 줄고 있다.도서 발행 부수·독자 감소대한출판문화협회 2014년 출판 통계에 따르면 1998년 1억 9053만 5987부였던 도서 발행 부수는 2014년 9416만 5930부로 1억 부 가량 줄었다.발행 부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시...
멍게비빔밥과 멍게파스타봄이 제철인 식재료는 맛과 향이 강렬한 게 많다. 멍게·미더덕이 그렇고 미나리·쑥·냉이 등 채소류도 그렇다.물속이든 땅속이든 긴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티느라 그만큼 주변의 기운을 많이 빨아들였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이번 달 주인공은 멍게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 물량의 70%가 통영과 거제, 즉 경남에서 나는 멍게.멍게는 날것 그대로 먹거나 젓갈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전문 식당에나 가야 멍게비빔밥 정도를 먹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아쉬움이 많다. 제대로 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멍게비...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새로운 한식을 만들어가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 뒤 쪽 주택가에 있는 '마루'다. 가게 외관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주택처럼 보일 정도로, 튀지 않게 꾸몄다. 내부로 들어서면 가로수 인근 가게들처럼 깔끔한 커피숍 같은 인테리어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을 것 같은 가게인데, 이용규(35) '마루' 대표는 애초 40대 이상 연령층이 외식할 수 있는 곳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주요 타깃층은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열고, 어디에도...
'디스크'라 함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흡수와 움직임을 제공하는 조직의 명칭이며,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는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더 정확히 수핵 탈출증이라 말할 수 있다. 디스크는 중앙의 수분을 함유하여 충격을 흡수하는 수핵과 테두리를 형성하는 섬유테로 이루어져 있는데 추간판 탈출증 초기에는 섬유테의 일부 혹은 전부가 뜯어져 주로 요통을 일으키며 병이 더 진행하면 뜯어진 섬유테를 뚫고 수핵이 탈출해 신경근을 압박하여 하지 방사통, 근력약화 등을 일으킨다. 이때 척추관 협착증 같은 동반된 질환이 있다면 환자는 더욱 극심한 증상...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휘어 짧은 치마나 바지 대신 긴 치마를 찾고, 다리 모양새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외출을 꺼리는 여성들이 많다. 휜 다리는 다리뼈가 휘어져 있거나 뼈의 정렬이 바르지 못해 넓적다리뼈와 무릎, 정강이뼈의 축을 이루는 선이 원래의 각도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O자형 다리를 떠올리면 되는데, 단순히 외형적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퇴행성관절염을 앞당기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다.중년 여성에게 주로 발생, 방치하면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중년이 되면 퇴행성 변화가 일어...
지난겨울, 추위와 미세먼지 등으로 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진 정연희 씨(55세)는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따뜻해진 봄 날씨에도 몸을 감싸는 한기에 집 안에만 머물렀다. 감기 기운처럼 으슬으슬한 느낌에 병원을 찾았는데 검진 결과는 '우울증'. 감기 증상으로 오인할 수 있는 추위와 한기는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였다.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우울증갑상선은 목과 어깨 사이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으로,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체온조절, 호흡, 각종 호르몬 대사, 심장 수축 등 인체의 전반적인 대사과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
50대 이후 퇴행성 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척추 안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하는데, 발생 부위에 따라 경추관협착증(목부분)과 요추관협착증(허리부분)으로 나뉜다. 요추관협착증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의 사용 증가로 경추관협착증도 늘고 있다. 경추관협착증은 목디스크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일반인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경추관협착증은 경추부분에 발생한 척추관 협착증을 말하며 목디스크가 이상 증상이 곧바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경추관 협착증...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성 연화산 자락 한 골짜기. 하루에 두 번 고성읍을 오가는 버스가 들를 만큼 외진 곳이지만 마을에 들어서니 따뜻한 햇볕이 포근히 감싼다. 수십 년은 됐음 직한 큰 은목서 너머로 장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고성군 개천면 좌연4길 149-6번지 좌이마을에서 전통방식으로 된장 간장 등을 만드는 탁동열(61)·김향숙(56) 부부가 운영하는 '개천된장'이다.돌담길·은목서에 반한 고성 땅현대식 기와로 지은 개천된장 본채로 들어서기 전 허름한 고택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음악을 접하는 대중들은 보편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을 많이 들을 것이다. 대체로 좋아하는 음악은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추억과 어우러진 멜로디나 리듬에 저절로 이끌리게 된다. 또한 가사 내용이 자신의 감정과 절묘하게 이입된다면 더더욱 그 음악은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래서 많은 음악가들은 내면적 정서와 시대상을 고려한 곡을 주옥같이 펼쳐내고, 대중들은 감동한다. 때론 음악가의 의도대로 대중이 쉽게 감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저 듣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음률과 가사의 내용이 좋다는 자체만으로 감동 받을 수 ...
'정구'가 청테이프를 찢더니 자신의 입에 갖다 붙인다. 마스크를 쓰고 세탁소 옆에 차린 붕어빵가게에서 달콤한 앙금을 넣은 빵을 굽기 시작한다. 정구는 언제 튀어나올 줄 모르는 욕설 탓에 긴장하고 의기소침해있다. 틱장애를 앓는 정구는 "씨발새끼", "씨발년", "개새끼"를 연발한다.창원 극단 미소 (작 장종도·연출 천영훈)의 한 장면이다.미소는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창원에서 열린 '제33회 경상남도연극제'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다.미소는 단 한 번의 무대로 금상과 희곡상, 연기 대상을 휩쓰는 저력을 발휘했다.특...
새벽부터 전교생 54명 남짓 되는 시골 작은 학교가 소란스럽습니다. 교실 뒤편 마당에 트럭이 멈추고 여러 개의 솥단지 취사도구들이 놓였습니다. 천막을 치고 물을 데우고 재료들을 씻습니다. 큰 솥단지에서는 금세 뜨거운 김이 숭숭 납니다.4월 1일 무상급식 중단 첫날, 진주시 지수초등학교 건물 뒤편입니다.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몰려와 아이들 급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갑자기 급식비를 내라카몬 우짭니꺼? 아이 둘 다 내면 12만 원이나 되는데…. 그것도 농촌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시내 아이들보다 더 비싼 급식을 해야 ...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진해역입니다.진해역은 1926년 일제가 해군기지와 진해항을 연결하기 위해 마산~진해간 철도를 건설하면서 세운 역사입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지방역사 형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5년 등록문화제 제192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진해역./김구연 기자그동안 마산과 창원, 진해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되어왔던 진해선 열차였으나 2006년 통근열차 운행 중단에 이어 2012년에는 새마을호 운행도 중단하게 됩니다.계속된 철도 환경의 변화로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왔...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외출에서 돌아온 그들은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든 걸 알게 된다. 다음날 아침, 도둑이 망가뜨린 현관문을 고치기 위해 조르주는 수리공에게 전화를 건다. 그 밖엔 별다를 것 없는, 여느 날과 같은 아침 식사 중 안느는 돌연 마비증상을 겪는다. 안느는 수술을 받는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성공률이 95%에 달하는 간단한 수술. 하지만 안느는 불행히도 5%에 속한다. 결국 안느는 오른쪽 신체가 마비돼 반신불수가 된다. 다시 집에 돌아온 안느. 안느는 조르주에게 부탁을 한다. 다시는 자신을 병원에 입...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다가오던 2015년 4월 9일에 세계적인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과 손녀 엠마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남 진도의 팽목항에서 가까운 곳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션과 엠마, 그리고 헵번 가족들은 노란 리본과 넥타이, 그리고 스카프를 하고 있었다. 션은 70년대 말 한국에서 영화를 제작한 인연으로 한국 사정에 늘 관심을 가져 왔고,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세운 '오드리헵번어린이재단'의 이름으로...
이정희. 33. 조소 작가.솔직히 한동안 정희를 '그 말 많은 여자'라고 기억하곤 했다. 호탕한 웃음소리, 시선을 잡아끄는 입담은 어디서나 눈에 띈다. 그는 동료 작가 전시회마다 나타나 자기가 전시하는 것 마냥 돕고, 전시 오프닝 뒤풀이까지 알뜰하게 챙긴다. 그런 모습을 자꾸 보다 보니 어느 때부터 그런 자리에 정희가 안 보이면 섭섭하기까지 하다. 정희가 하는 작업이 회화나 조각 같이 고정적인 게 아니어서 가끔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 봄날 처음 ...
기자에게 지난 겨울 유난히 부고가 많았다. 장례식장에서 양복을 입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이들을 봤을 때 저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해졌다. 수소문 끝에 20대 젊은 여성 장례지도사와 40대 중반의 장례지도사가 한 조를 꾸려 굉장히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들었다.20대 아가씨와 부장님 '의리'로 뭉치다송준표(47) 장례지도사와 하형정(26) 장례지도사는 2009년 만났다. 당시 송 씨는 동남상조에서 부장을 맡고 있었고, 하 씨는 갓 대학을 졸업한 21살! 아가씨였다.-아니, 하형정 씨는 정말 장례지도사를 하고 싶었습니까?하형정: "그럼...
1인 기업 스포츠에픽의 윤거일(32)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한 회사의 대표자이기 전에 '스포츠라이터'다. '스포츠(Sports)'와 '에픽(Epic:서사시)'을 더한 회사 이름 '스포츠에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 대표는 주로 스포츠를 주제로 글을 쓴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포츠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서른 살 초반에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창업을 했다.스포츠에픽을 연 지 2년, 아직은 스포츠에픽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야 하는 자리가 더 많지만 그만의 영역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활발하게 일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