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이 닷새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거기서 한 기자가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도시 스토리텔링을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적이면서도 중...
1876년 일본을 방문한 제 1차 수신사 김기수는 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접대를 맡았던 일본인 구키 류이치가 "귀국의 학문은 오로지 주자(朱子)만을 숭상합니까? 아니면 그밖에 숭상하는 다른 것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김기수는 "우리나라 학문은 500년 동안 오로지 주자만 알 뿐입니다. 주자를 배반하는 자는 즉시 난적으로 처단합니다. 과거에 응시하는 문자에도 부처나 노자의 말을 쓰는 자는 용서하지 않습니다!"고 답했다.이른바 '주자일존(朱子一尊)'이다. 주자만이 유학을 설명할 권능을 지녔다는 ...
통영항에서 강구안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서호시장이 있고 통영중앙시장이 있다. 서호시장이 통영항을 앞에 끼고 있다면 통영중앙시장은 동피랑과 강구안, 남망산공원을 끼고 있다.먼저 서호시장 활어 골목에 들어서면 펄떡대는 횟감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빨간 대야이다. 경상도 사람들에게는 '대야'보다 '다라이'가 익숙하다. '다라이'라고 말해야 그 순간 온갖 추억과 감정이 살아나는 듯하다. 거기에다 꼭 '빨간 다라이'여야 한다. '빨간색'은 복과 길을 점쳐 서민들은 빨간 내복, 빨간 장화 등 흰색 다음으로 우리 민족이 많...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지여자고등학교 내에 있는 성요셉성당입니다.마산 사람들은 돌성당이라 합니다.1901년 프랑스인 에밀 타케(Taquet·한국이름 엄택기) 신부가 지금의 성당 터에 초가삼간으로 임시 성당을 세워 선교활동을 하였고, 1928년 율리오 베르몬(Bermond·목세영) 신부가 이곳에 성요셉 성당을 짓기 시작했답니다.성지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에는 '1932년 6월에 새성당(성요셉) 완공'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교회당을 정문에서 바라보면 오각형 모양의 맨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 종탑이 있습니다,두께 40센티미터 가량...
1. 산타클로스와 한글산타클로스 존재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일찌감치 이나 에 맞먹는 세계관을 딸에게 심어줬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아.- 먼 옛날 지구에는 어린이가 적었는데 지금은 몇십 억이 되는 어린이에게 산타가 하룻밤 만에 선물을 나눠줄 수는 없다. 그래서 전 세계 곳곳에 산타 지부를 둬 일을 돕는 사람을 심어뒀다. 그들이 누군지는 엄마와 아빠도 모른다. 어쨌든 세계 곳곳에 있는 산타를 돕는 사람들 덕에 오늘날에도 착한 어린이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그렇게 6~7세...
'적수공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창원에서 시작한 '부부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만들었으며 UN을 통해 '세계 부부의 날' 기념일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는 권재도(52) 목사와 최근 우연히 연락이 됐고, 그가 창원에 와서 부부의 날 기념관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돈키호테'적 기질 때문에 약간 망설여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이기열전'이라는 꼭지에 잘 맞는다 싶어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독자 앞에 내 놓으려니 여전히 조심스럽다. 상식(common sense) 차원에서 봤을 때 위험 수위를 넘나드...
창녕대장간은 읍에 자리하고 있지만 사람 발길 많은 곳은 아니다. 오며 가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아는 사람만 찾을 뿐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곳을 기웃하는 사람은 제법 되는 편이다. 한 아주머니가 대장간을 찾았다. "할배, 칼 다 됐는교?"할아버지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돈도 안 되는 거, 천천히 하지 뭐…."아주머니가 서서 몇 번 더 재촉하자 할아버지는 '허허허' 웃으며 장갑을 낀다. 화덕을 지피자 금세 불씨가 올라온다. 여기에 쇠를 집어넣자 벌겋게 타오른다. 한동안 쇠를 굽고 나서...
'소나무집'을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찾아봤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었다. 함안군 법수면 국도변에 있는 식당은 낡았지만 주인의 애정이 듬뿍 담긴 모습이었다. '소나무집' 찾아간 이유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남다른 역경을 거치며 살아온 홍해옥(56) 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가진 건 개근상뿐이었던 '근성소녀'홍 씨는 1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나 창원시 대산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막내라 집안사정을 체감하며 자라지는 않았지만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부모님의 삶은 고단 해보였다고 했다. 남의 집 머슴살...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에서 경남은 경기도, 서울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전국체전에서 거대공룡을 손꼽히는 경기, 서울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은 실질적인 1위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거의 모든 포커스는 권영민 상근부회장에 집중됐다. 14년 연속 전국체전 상위권을 최전선에서 지휘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그렇지만 선수단 총감독인 배희욱 사무처장의 공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그는 '주연을 인터뷰해야지. 조연은 뒤에서 조용히 있는 게 편하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
유리창 너머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짖어대는 강아지, 창 밖 낯선 인간을 쳐다보는 고양이, 흰 가운을 입고 새를 만지며 교감하는 수의사 등이 내가 본 동물병원 풍경이다. '우리 곁에 또 하나의 구성원인 반려동물, 그들의 생과 사를 다루는 직업 수의사'라고 생각하고 동물병원 원장을 만났다. '대동물병원'과 '소동물병원', 두 종류 동물병원이 있다는 것은 인터뷰 후에 알게 되었다.365일 진료는 현장에서 "병원으로 오지 마시고 현장으로 바로 오세요. 오늘 첫 진료는 의령군 지정면인데 함안군으로 오세요. 법수면 ○○농장에서 구제역 예방...
대학 시절 불교에 관심을 뒀던 때가 있었다. 머리를 깎아본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를 신앙으로 삼지는 않았다.지금도 불교와 관련된 것들을 접하면 그리 낯설지 않다. 그래서 주말에 혼자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가면 가끔은 절을 찾아간다. 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그 분위기란 것이 무엇이라고 딱 집어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들뜬 것도 아니고, 완전히 가라앉은 것도 아닌,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내가 느끼는 그 분위기의 정도를 표현하자면, 열 개의 계단이 있다면 아래에서 세 번째 계단쯤 되겠다. 어쨌든 그렇게
어릴 적 바람개비를 가지고 뛰어놀기를 좋아하던 소년은 지금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내는 업체 대표가 됐다. 앞으로 20~30년 안에 '신재생에너지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는 그는 ㈜미래테크 박희천(52) 대표이사다.행복한 경영, 즉각적 실행, 사회공헌밀양 출신인 박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때부터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기업을 운영해도 잘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 출발점이 2008년 ㈜미래테크 설립이다. 앞서 2006~2007년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기도 했다...
지난 12월 18일 저희로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이었는데요. 기자가 출입처 취재원(뉴스 재료 공급자)만 만나는 데서 벗어나 뉴스를 읽는 독자(수요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첫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기자와 독자 간 커뮤니티를 형성해 늘 소통하고 교감한다면 독자에게 사랑받는 신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간 몇 차례 말씀 드렸듯이 저희가 를 내는 이유 또한 거창한 게 아닙니다. 동시대, 같은 나라, 같은 지역에서...
엄천강(임천) 물길은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강정 두물머리에서 남강 본류와 합수한다. 여기서부터 남강은 산청군 경계를 벗어나 진주시 진양호에 이르기까지 '경호강(鏡湖江)'이라 불린다. 이름의 유래는 정확지 않으나 '명경(거울)같이 맑은 강'이라는 뜻이다. 진주시 진양호로 접어드는 단성면 소남나루까지 이리저리 굽어 도는 물길은 대략 100리에 이른다.경호강은 대부분이 자갈과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생초면 어서리 강정, 오부면 양촌리 등 자연발생유원지는 1960~80년대 인근 지역 주민들의 꽃놀이 또는 피서지로 손꼽혔는데 크고 작은...
산청군 생초면에서 물길을 거슬러 톺아가던 길이었다. 금서면에 닿았을 때 아버지와 나는 벌써 허기를 느꼈다. 시골길에서는 늘 뭘 먹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면소재지에 가야 몇몇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는 최근까지 면소재지가 있었던 자리여서 그런지 제법 번듯한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짜장면'으로 의기투합한 아버지와 나는 삼거리 화계반점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짜장면을 시켜놓고 지도를 펼쳐 어디서부터 어떻게 길을 잡을까 궁리 중이었다. 옆 자리 노인이 무슨 일인가 싶어...
닭날개구이어느 식재료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닭고기는 조리 방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쉽고 편하고 빠르게 해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재료인 것 같다. 소고기·돼지고기와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소나 돼지는 잘 알다시피 부위별로 조리법이 다 달라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다. 굽기에 알맞은 부위가 있는가 하면 삶거나 국물·부재료용에 어울리는 부위가 있다. 값도 닭고기보다 훨씬 내지 다소 비싸다. 반면 닭고기는 '별 고민 없이' 그냥 통째로 굽거나 삶으면 그만이다. 토막 쳐 써도 마찬가지다. 다릿살, 가슴살, 날개, 닭봉...
음식에 담긴 30년 요리 인생. 고집스럽기까지 한 요리사를 만나보면 맛에는 그의 생각이 깃들였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김해 외동 먹거리 골목에서 '하동한우국밥'을 운영하는 신동원(50) 주방장이 남긴 어록 첫 번째. "요리사의 본분은 국민 식생활 향상에 있습니다." 국민 식생활 향상이라…. 뭔가 거창한 말 같지만 출처가 분명하고 고기 부위별 식감과 재료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내놓는 저렴한 요리는 식생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음식문화를 향상시키기에 충분하다.신 주방장이 "아는 소고기 부위가 뭐 있느냐"고 기자에게 묻는...
'교육관련학을 전공하고 평생교육사나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관련 자격증이 있는 분. 여기에 1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는 분. 마지막으로 학부모로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2010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부모를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자 학부모지원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 계획 안에는 학부모지원센터라는 것이 있어 여기서 근무할 학부모지원전문가를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경남의 경우 2011년 1월 두 명의 전문가를 선발해 학부모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달래(45) 씨는 경남에...
"빨리 빨리 온나. 와서 이거 다 입고 빨리 감 따라.""어찌하는지 보면 모리나. 눈으로 보는데 그걸 몬하나. 따가지고 와서 살짜기 부면 된다 아이가.""가매야~ 가매야~ 니는 이리 와서 따논 거 좀 골라라. 감 딴 거 다 가매 갖다 주라. 숙자야 니도 이리 온나."하동군 악양면 중대리에 있는 악양 왕언니 농원 대봉감 과수원. 주인 안현자(65) 씨의 중학교 동창들이 감 따는 것을 도와 주러 하루 짬을 냈다.하지만 주인의 휘몰아치는 닦달에 이내 불만이 터져 나온다."야~ 몇 개 땄으니깐 먼저 묵어보고 나중에 따자.""밥은 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