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조옥희(56) 아지매옥희 아지매는 남부시장 번영회부녀회장이다. 번영회 부녀회원은 87명이다. 옥희 씨는 25년 동안 한결같이 이 자리에서 그대로 장사하고 있다.“거제도 고향입니다. 예전에 부산서 장사하다가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이제는 오래돼 단골손님 80%이상이지요. 제수용품과 해물 위주로 팔고 있습니다. 88년부터~ 90년대에는 장사 잘 되었습니다. 근데 마트 생기고 나서는 손님이 많이 줄었습니다. 축협...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내 여행지는 어디일까. 역시 제주도 아닐까. 푸른 바다, 따뜻한 날씨, 아름다운 자연, 한라산, 오름, 올레 그리고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최근 제주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나가지만 제주는 사시사철 실망을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여름에는 성게, 보말, 전복, 자리돔, 옥돔, 돌돔, 황돔, 히라스, 다금바리, 겨울에는 갈치, 고등어, 방어, 전갱이 등이 우리를 유혹한다.가는 ...
40년 전통 잇는 빵집, 허니버터제과점“이 집 빵맛은 죽입니다. 남부시장에서 유명합니다.”시장 골목 모퉁이 빵집 앞이 와글와글하다. 고소한 빵 냄새가 시장바닥을 찰랑대고 있었다. 밀려드는 손님을 맞아 일일이 빵을 담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김경분(58) 아지매이다. 손님들은 빵을 몇 개 씩 사는 게 아니라 한 아름씩 산다. 그러고도 10000원이면 된다. 빵집 앞으로 세팅해 놓은 판매대에는 이제 갓 구운 빵...
와글와글 북적북적,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느 시장과는 달리 아주 활기찬 분위기였다. 경남 양산시 중부동 남부시장. 취재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다니는 동안, 남부시장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하다는 게 첫인상이었다. 외부 사람이 보기엔, 제법 많은 시장을 둘러본 사람의 눈엔 오래된 시장다운 특색과 현대화된 분위기가 비교적 조화를 잘 이룬 곳이었다. 시장의 진화가 기대되는 곳이었다.상설·...
아지매 이기 머시라예?윽, 좀 징그럽다. 시커먼 게 꼬지에 꽂혀 있다. 생선과 해산물을 파는 좌판이었다.“생전 못 보던 건데. 이기 머시라예?”“군소라예. 바닷가에 마이 나는 건데 요새는 좀 귀허다고 하네예. 그거는 삶은 거라예. 원래는 엄청 큰 건데, 아마 2~3배는 될 거여. 삶으면 그리 쪼그라드네예.”군소. 미역 등 해초를 먹고 사는 이놈은 몸의 90%가 수분이라, 생물일 때는 ...
“도서관모임이 아주 잘 되는 데가 있는데, 한 번 가볼래요?”경남 사천시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책마루도서관’. 경남 사천시 정동면 총 314 세대가 살고 있는 삼성아파트, 복지관 2층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 아이들에겐 놀이터요, 주민들에게는 배움터이자 광장이라 했다.‘작은 모임이 일상을 바꾼다’라는 취지로 지역내 작은 동네에서부터 고만고만한 활동을 ...
창원은 소비하기에 좋은 도시라고 말한다. 가장 트렌디하며, 값지고 좋은 상품을 마음과 돈만 따라준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래서 ‘길마켓’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시민이 주체가 되어 열리는 이 능동적인 재활용시장은 이번이 3회째.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많은 ‘길마켓’이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소소한 재미와 행사 때마다 준비하는 작지만 알찬 즐길거리에 많은 시민이 서서히 ...
“7월 첫 주가 되면 홍화꽃이 활짝 펴서 완전히 장관을 이룹니다. 1주일가량 피기 때문에 그때 방문해야 예쁜 홍화밭을 볼 수 있습니다. 산청으로 홍화꽃 보러 꼭 놀러오세요.”100% 산청에서 생산되는 홍화로 제품을 만드는 산청 홍화원 김수한(58) 대표는 틈만 나면 홍화 자랑이다.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더워 홍화꽃이 일찍 펴 7월 첫 주에는 이미 홍화꽃이 ‘끝물’이었다. 노란꽃이 폈다가...
여행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여러 곳을 훑으며 스쳐 지나가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한곳에 오래 머물러 보는 거다. 오랜 걷기로 지친 나는 스페인에서 포르투갈 국경을 넘자마자 바로 기차를 탔다. 포르투갈의 상업수도라 불리는 항구도시 포르투에서 하루, 성모의 기적으로 유명한 가톨릭 성지 파티마에서 하루를 머물고서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다.몇 해 전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희망봉에 간 적이 있다. ...
교과서나 위인전에 실릴 만큼 주류는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건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을 조명해봄으로써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지금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지만, 90년대 초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 ‘새 시대가 배우고 따라야 할 인물’ 1호로 꼽힌 사람이 있다. 에도시대 일본 요네자와번 영주 ‘우에스기 요잔(上杉鷹山)’이다.일본 작가 &l...
국명 : 먹그림나비학명 : Dichorragia nesimachus (Boisduval)창원 정병산 용추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이상한 나비를 보았다. 2008년 5월이었다. 나비는 보통 흰색이거나 황색인 경우가 많은데 멀리서 보니 아주 까만색의 나비였다. 살금살금 다가가보니 까만색에 흰색 무늬가 그림처럼 들어있고, 햇빛에 반사되니 푸른빛도 살짝 도는 게 오묘한 느낌이 났다. 화려한 색깔이 아름답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이 나비를...
피아노 트리오나 색소폰(혹은 트럼펫) 쿼텟 등 전통적인 악기편성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때때로 틀을 깨는 파격적인 구성에서 신선한 감흥을 느끼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접했던 피아노 색소폰 이중주나, 기타 세 대가 리드 악기로 등장하는 트리오 기타 등이 그러했다. 라이브 공연 도중 종종 벌어지는 피아노 드럼 이중주나 다른 조합들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과문한 탓인지 트럼펫과 기타, 드럼으로 이뤄진 3인조는 들어본 바 없다.처...
창원시 김달진 문학관에 가면 심화선(44) 학예사가 있다. 대부분 문학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문학 관련 경력이 있게 마련인데 심화선 학예사는 그렇지 않다. 물론 문학을 좋아하는 마음이야 없을 리 없지만,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거나 아니면 시나 소설 또는 수필 창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에서도 문학이랑 관계가 없는 관광을 전공했고 일찍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평범한 일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구조물은 그 자체로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개발 욕구는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낡은 것은 허물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세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우리 주위의 낡았지만 오랜 된, 잊혀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껴안고 보듬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기록을 시작하는 까닭이다.일본식 목조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원시 진해...
1년 전 연극분야를 맡게 됐다. 때마침 회사 선배 기자와 통영에 갈 일이 생겨 극단 벅수골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차를 강구안 공영주차장에 대고, 선배의 발길을 따라 중앙시장으로 들어갔다. “이런 곳에 소극장이 있어요?” 왁자지껄한 시장 안에, 그것도 지하 깊숙한 곳에 극단이 있다니 상상이 잘 안 됐다. 중앙시장 입구에서 안쪽으로 쭉 걸었다. 세 번째 교차점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극단 벅...
“아이고, 저는 그리 들려드릴 얘기가 없는데…. 좀 양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허허허.”창원시 의창구 ‘창덕한의원’ 조길환(51) 원장은 인터뷰를 몇 차례 사양했다. 하지만 한의학계를 위해 궂은일도 기꺼이 감내한다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들어보고 싶었다. 몇 차례 전화통화 끝에 마침내 “그럽시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며칠 후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로 일하다보면 각종 건강식품이나 한약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런데 이건 사실 그렇게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똑같은 건강식품이나 한약이라도, 그 사람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서 효과나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불신도 모두가 문제이며 각자가 복용 전후의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아무리 좋은...
1990년 이후 식습관의 변화,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증가, 비만 등의 문제로 인하여 뇌혈관질환의 빈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혈관성 질환의 빈도증가와 함께 각종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로 (실제 잘못된 정보도 많이 있다) 일반인이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될 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아스피린의 심각한 부작용 ‘출혈’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것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 한
“이탈리아 음식이 한국에서야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지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집밥’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스타를 포크로 찍어 숟가락을 대고 돌돌 말아먹죠.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네 국수 먹듯 그냥 후루룩 들이켜는 것이 상식입니다. 국내 이탈리아 식문화는 너무 경직돼 있어요.” 진주시 신안동 배영초등학교 옆에서 이탈리아 음식점 ‘비란치아’를 운영하는 박영석(...
소년의 아버지는 다섯 남매의 끼니를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년은 배고픔보다 배움이 더 고팠다. 소년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꿈도 버리지 않았다. 힘들수록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45년이 지나 소년은 구청장(3급·부이사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랐다.김현만(59) 전 창원시 마산회원구청장. 그는 7월 12일 퇴임식을 마지막으로 34년 공직을 마무리했다. 공직 생활 중 아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