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당에 있는 잘생긴 바위 앞에 선다. 서 있는 자리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바위 너머로 종려나무가 보인다. 야자수와 닮았으나 소금기 섞인 바람에 더 잘 버티는 나무라고 한다. 다시 한 발 뒤로 물러서면 종려나무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종려나무와 어우러진 푸르고 잔잔한 바다는 제주도 또는 나라 밖 풍경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몇 발 더 물러서면 멀리 마창대교를 비롯해 창원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
진주를 대표하는 맛은 여럿 있지만, 손에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육회비빔밥, 냉면 그리고 ‘장어구이’다.진주성 촉석문 앞 강변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장어거리는 진주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이들 장어거리 내력은 대략 40년 넘게 보는데, 처음에는 남강 다리 아래 야외 포장마차에서 평상을 펴놓고 시작한 것이 맛과 소문이 퍼진데서 비롯된다.한 20여 년 전 강변도로가 개통된 이후 본격적으로 장...
깔끔한 검은 양복 차림에 바바리코트를 걸친 노년의 신사.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강건함과 단아한 기운이 배어 나온다.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은 그간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잔잔하게 퍼져가는 물결 같은 말과 태도는 여유로움과 품격이 느껴진다. 아들 뻘 같은 기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함도 잊지 않았다.주경야독으로 늦깎이 교사에서 교장으로내년이면 일흔다섯 돌...
10일 저녁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사보이호텔 커피숍에서 진행된 임홍길(58)씨 인터뷰는 시종 유쾌했다. 천성이 그런 것 같았다. 무겁든 가볍든, 버겁든 쉽든 관계없이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 같았다. 노동자로 살면서 자기 한 몸과 가정의 안녕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활동에 적극 나서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이는 20년 넘게 꾸준하게 그런 삶을 이어왔다. 그이 나날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리 ...
“우리 행님, 보고 짚다. 영광에 있는데….”이 한 마디가 사단이었다. 겨울 저녁 친구들과 차 한 잔 마시다가 그 자리에 있던 한 친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들 ‘무신 행님? 갱상도 토백이가, 전라도에?’라는 뜨악한 반응이었다.“내가 엄청 좋아하는 행님인데…. 아!”“그래, 그럼 내일 토요일인데 다 같이 찾아가모는 되제.&rdq...
조광래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달 진주에서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 FC바르셀로나와 손잡고 유소년 대상의‘바르셀로나 조광래 축구교실’을 열었다. 이제 그의 직함도 감독이 아닌 조광래축구재단의 이사장으로 바뀌었다.11월의 한파가 몰아친 어느 겨울 밤 진주 문산에 있는 스포츠파크에서 그를 만났다.그는 FC바르셀로나 로고가 선명한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서 있었다.그는 바르셀...
나는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학생이다. 수업 시간에 ‘인터뷰 실습’ 과제를 받았다. 본능적으로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그리고 죽는 날까지 나를 가장 사랑하고 또 사랑해줄 어머니 이경숙(1966년생) 씨다. 돈 한 푼 낭비하는 일이 없고, 항상 가족을 사랑하며, 퇴근하자마자 가족들 저녁밥을 지으시는 어머니. 이번 과제를 계기로 어머니에 대해, 그동안 모르던 사실을 새로이 알 ...
작은 시장이어 더 애틋했다. 무분별한 현대화 개발 바람에도 손 타지 않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오래된 시장이어 더 눈이 갔다. 근대화 시기에는 인근 장꾼들을 모으는 큰 시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화 되고 새로 생기는 상권에 밀려 ‘그동안 서러웠다’고 했다. 벌이는 되지 않고 그래도 딴 걸 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먹고 살 길이 참 팍팍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세월을 견뎌내고 여전히 버티고, 이대로는 도저히...
“우리 시장이 국무총리상 받은 거 아십니꺼? 시장 입구에 현수막도 달려있는데….”시장 취잿길에서 만난 고성공룡시장 상인회 홍정식 회장과 김광우 총무의 첫 마디였다.“10월 중순 대전에서 2012 전국우수시장박람회가 열렸는데, 거게서 우리 공룡시장이 국무총리상을 받았어예. 전국에 시장이 1500개나 되는데 말입니더. 상 받앗다꼬 우리 시장이 난리가 아니었습니더.”홍정식의 회...
오래 세상을 떠도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알렉산더의 눈에 서린 그 짙은 외로움이라니1. 프랑스 남부 활기찬 대도시 툴루즈대학가 근처 숙소밤새 창밖이 시끄럽다 했더니아침, 여기저기 깨진 술병과 쓰레기어디서나 청춘은그 생의 에너지를주체하지 못하고지랄들을 한다그래나이 들면 지랄을 못하지 적당한 나이를 먹으면지랄을 안 하는 게어른이라 생각하지그게 말이야농사나 짓고 살던 옛날에는 통했어 삶이란 지루한 무한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들이 모였다. 연탄만큼이나 따뜻하고, 오래가는 정을 가진 사람들. 따뜻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순수한 자원봉사 모임, 창원 ‘따사모’가 그 주인공이다.월 회비 1만 원. 돈이 없어서, 여건이 안돼서, 봉사 방법을 몰라서 헤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나누기 시작한 정이 올해로 횟수로만 6년째다. 결연세대 후원, 연탄배달봉사, 집수리 봉사, 장애인과 함께하는 1일 봉사, 외국인 노...
‘버섯 농장’이란 게 정체가 조금 애매하다. 버섯은 엄격히 말하면 농산물이 아니라 임산물에 속한다. 즉 산림청 소속이다. 그런데 재배 방법 지도 등은 농업기술원도 함께 한다. 버섯이 발생하는 곳이 원목이냐 배지냐에 따라서도 소관은 달라진다.거창 남상면 감악골 현진표고농장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도 농업기술원이 아니라 남상면의 임창원 면장이다. 임 면장은 “태풍 산바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에 굴...
경전선 진주-마산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지역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문화와 지역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활성화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지난 12월15일 진주시 대안문화공간 펄짓재작소(소장 김군미)에서 10월 22일 폐선된 경전선(진주-마산)을 폐선 전과 폐선 후의 풍경과 변화를 기록한 ‘경전선 은퇴식, 굿바이 마이 트레인’ 행사가 열렸다.&lsquo...
이기 자식 눔들보담 더 효자아이가!“할매, 이 추븐데서 화롯불 하나 가꼬 되나예?”생선전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화롯불에 고구마 얹어놓고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는 할매가 눈에 띄었다.그런데 둘러보니 한 사람 앞에 한 개, 생선전 상인들은 모두 화로를 끼고 있었다. 조개를 까는 할매도, 담요를 둘러쓰고 쓴 채 아침밥을 먹고 있는 할매도, 지나는 손님을 소리해서 부르는 할매도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
“이 시장이 원래 고성장이다아이가. 이거 함 바라.”구구상회 여상조(80) 아재가 손짓을 했다.“이기 먼고 알것나?”허리까지 오는 사각진 돌담부락이었다. 그 안에 뭔가를 덮어두었을 뿐이었다.“함 디리다 바라.”여상조 아재는 그 앞에 있는 오토바이를 힘겹게 치워주었다. 황급히 같이 오토바이를 들려고 하니 “손 대지마라, 내가 아즉 이것쯤은 헐 수 있다이&...
“읍에 가모는 새 시장도 있지만 우시장도 있는데….”“우시장? 소 시장이라쿠는 거는 전부 상설이 아이고 장날이 정해져 있을낀데.”“그기 아이고 읍에서 위쪽에 있다꼬 우엣시장, 우시장이라쿠데예.”“아하, 우엣장.”“어쨋든 그 시장이 우리 어렸을 때부텀 있던 장이라예. 원래 중앙시장이었어예.”경남 고성에서 고등학...
음식의 기본은 청결이듯, 술 만드는 작업도 청결함이 강조된다. 흰색 신발과 흰색 작업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손병종(52)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장을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마산공장에서 지난 11월 20일 만났다. 하이트진로 상무인 손 공장장은 지난해 12월 마산품질관리팀, 생산팀, 양조팀을 총괄하다 지난 10월 27일부터 마산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말부터 9년가량 강원공장 생산팀에서 일하기도 했다.손 공장장은 ...
몇 해 전 창원시 의창구 상남동에 경이적인 실내장식과 쏠쏠한 이벤트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횟집’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바다루’. 매장 내부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배 모양 수족관 안에 매일 새벽 통영에서 공수해 온 싱싱한 횟감들이 노니는 풍경이 매우 이색적인 집이었다.손님들은 대형 수족관을 배경으로 자신이 먹을 고기를 직접 낚아 회를 떠먹을 수 있었다. 매일 저녁이면 낚시 이벤...
뇌졸중은 뇌혈관질환이다. 말 그대로 뇌 안에 있거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뇌출혈과 뇌경색 두 가지를 다 아우르는데 뇌경색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것, 뇌출혈은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갑자기 운동기능을 상실하고, 감각이 변화하며, 인지기능, 언어장애, 균형감각의 소실, 의식 소실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출혈에 의한 뇌졸중 발생이 월등히 많았지만 서구식 ...
제가 요양병원에 근무한지도 수년이 되었습니다만 근무하면서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은 골절로 인해 와상 상태로 누워있는 노인 환자분들입니다. 주로 와상으로 인한 척추체 압박골절이나 고관절 골절로 인해 삶의 질은 고사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그래서 골다공증에 대해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칼슘 섭취, 겨울에는 실내운동을 꾸준히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성 골절의 발생건수가 2006년에 23만건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