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오코노미

흔히 일본식 빈대떡이라고 불리는 '오코노미야키'. '한국에 비오는 날 빈대떡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문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오코노미야키에 맥주를 곁들이는 문화가 있다' 할 정도로 일본에서 대중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도 오코노미야키를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상호도 '오코노미'를 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대한아파트 앞 '오코노미'도 이런 음식점 중 하나다.

창원 안에 '오코노미'는 마산 중성동, 진해 충무동, 창원 중앙동 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내부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 음식 맛이 모두 비슷하다. 마산 중성동 오코노미 분점으로 보면 된다.

반면 산호동 오코노미는 이름만 오코노미일 뿐 다른 곳과 인테리어와 메뉴 등 모든 게 다르다. 역사도 사뭇 깊다. 햇수를 모두 따지면 모두 8~9년 정도 됐다.

지난해부터 오코노미를 이끌고 있는 이용만(33) 마스터. 마산 토박이인 이 마스터는 원래 전공이 요리가 아니었다.

지난 2010년 영어선생님이 꿈이던 그는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던 형의 과외방에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형은 이따금 요리를 해줬는데, 이용만 씨는 이 맛을 정확하게 기억했다가 똑같이 만들어 내는 신공(?)을 여러 차례 발휘했다. 이내 공부는 뒷전이 되더니 점점 요리를 연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음식을 내놓았을 때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이 씨는 본격적으로 음식을 배워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에는 당시 막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수제버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야키소바./박일호 기자

영어와 음식을 함께 배우고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유학을 떠났다. 한데 유학 당시 그의 눈에 띈 건 호주 유명 체인인 '피시 앤 칩스'였다.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단순히 타르타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되는 매우 간단한 레시피인데도 사람이 몰렸다. 이거다 싶어 주방에 취직해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한국에서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큰 반대에 부딪혔다. 일반 생선튀김과 다를 바 없는 데다 우리나라 정서상 생선을 튀겨 먹는 게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았다. 더욱이 '웰빙' 바람이 불어 튀긴 음식에 안 좋은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 씨가 오코노미야키를 하게 된 것은 창동 오코노미를 드나들던 기억 덕이었다. 군 제대 후 인천에서 바텐더 생활을 할 때 손님들과 이야기하며 즐겁게 일한 기억도 떠올랐다. 사람과 대화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산호동 오코노미에서 식당 경영과 오코노미야키를 배우고자 무급으로 4개월을 일했다. 일을 하던 중 전 주인들이 가게를 넘기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잘 됐다 싶어 바로 가게를 인수했다. 인수와 함께 결혼을 한 이용만 마스터는 신혼여행을 오코노미야키 본산지인 일본 오사카로 떠났다. 오사카 내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 죄다 먹어봤다. 이를 절대 미각으로 분석하고 주인에게 물어가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들었다.

갈릭버터새우./박일호 기자

산호동 오코노미 메뉴는 모두 4개. 오코노미야키, 철판데리야키, 야키소바, 갈릭버터새우다. 일본 선술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메뉴에 피시 앤 칩스에서 배운 해물 요리 하나를 더했다.

이용만 마스터는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맛을 추구한다. 덕분에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불맛이 구수하면서도 식감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오코노미야키는 철판에 묽은 반죽, 계란, 양배추를 뒤섞어 만든 전을 올리고 그 위에 버터에 구운 베이컨과 새우, 계란. 잘게 썬 파를 올려 구워낸다. 묽은 반죽에 300도가 넘는 고열, 짧은 시간 삼박자가 잘 맞아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오코노미가 완성된다.

철판데리야키 /박일호 기자

철판데리야키는 숙주 위에 신선한 목살과 마늘을 올린 다음 데리야키 소스를 뿌려 구워내면 완성이다. 데리야키 소스는 일본에서 직수입한 데리야키 소스에 생강, 마늘, 과일 등 모두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달여 완성된 것이다. 목살과 마늘을 구울 때는 토치로 겉을 살짝 그을려 준다. 이렇게 하면 마치 나무장작에서 구운 듯한 훈제 향이 난다.

야키소바는 숙주, 당근, 버섯, 양파, 마늘, 목살 등에 7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비법 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자극적인 짠맛이 덜하고 약간 새콤달콤한 것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은은한 버터 향이 고소한 갈릭버터새우는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새우살을 쏙쏙 뽑아 먹는 맛도 좋지만, 살짝 구운 오렌지와 파인애플이 내는 시큼한 맛이 독특하다.

창원 내 오코노미를 모두 다녀봤지만 이 집처럼 활기 넘치는 데가 없다. 이용만 마스터와 함께 20대 중후반의 젊은 남자 3명이 함께 일하다 보니 더 힘이 넘칠 만하다.

이용만 마스터에게는 후계자도 생겼다. 군 대체복무 제대를 앞둔 김현종(23) 셰프다. 이 마스터는 앞으로 그와 함께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포렛, 경선 계란말이, 모던야키, 철판송이 등이 그 후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야키소바빵을 현지에서 배워왔다.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인 야끼소바빵은 만들어지는 대로 마산야구장 앞에서 시식 행사를 열 계획도 세워놨다.

"제가 원하는 오코노미는 술집이 아니라 맛집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찾아왔다가 술도 한 잔 곁들이게 되는 그런 집 말이죠. 일본 카모메식당이나 심야식당처럼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먹는 데 불편함이 없는 그런 집을 꿈꿉니다."

<메뉴 및 위치>

   

■ 메뉴

△오코노미야키 9000원 △철판데리야키 1만 3000원 △갈릭버터새우 1만 3000원 △야키소바 8000원 △철판주먹밥 2000원 △오코노미샐러드 4000원 △세트A(오코노미야키+야키소바) 1만 5000원 △세트B(오코노미야키+철판데리야키 or 갈릭버터새우) 2만 원.

■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11-6번지. 070-7362-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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