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낫놈'

대부분 '닭갈비' 하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닭고기와 갖은 채소를 붉은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후 철판에 볶아먹는 것이라고 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원을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닭갈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 어느 식당에서 시작된 조리법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선입견을 품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닭갈비가 태어날 때부터 시뻘건 고추장 양념과 친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아는 닭갈비는 원래 닭고기를 숯불 위 석쇠에 얹은 후 구워먹었던 것이 변용돼 만들어졌다. 숯불 닭갈비가 자취를 감춘 것은 가스 보급이 시작돼 철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숯불, 관리가 어려운 석쇠에 닭고기를 굽는 것이 업주들에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맵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 입맛, 프랜차이즈 자본이 더해지면서 닭갈비는 양념한 닭고기를 갖은 채소와 함께 불판에 볶아먹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렸다. 이 틈새를 비집고 명맥을 유지하던 많은 집이 다시 전통적인 숯불 닭갈비를 통해 명성을 얻고 있다.

비법양념으로 밑간해 초벌구이를 한 뒤 숯불에 올려지는 닭고기와 해물은 그윽한 숯불 향이 더해지면서 냄새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박일호 기자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있는 '낫놈'.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름 '낫놈'은 '날으는 닭갈비' 발음을 빠르게 했을 때 나오는 줄임말을 그대로 담았다.

이 집은 전통적인 숯불 닭갈비에 해물을 더한 '해물 숯불 닭갈비'를 전문으로 내세운다. 비법 양념으로 재워 둔 닭고기와 함께 갖은 해물을 숯불에 구워 먹는다. 닭갈비와 해물구이를 더한 신개념 메뉴다. 이를 개발한 대표 겸 조리장 김순옥(49) 씨. 김 씨는 마산 일대에서 음식 장사로만 29년 세월을 이어온 맛 베테랑이다. 촌된장 쌈밥을 비롯해 오리전문점, 갈빗집 등 다종다양한 음식으로 소위 대박 장사를 한 경험이 있다. 한창 때던 17살에 그저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어 식당 주방 보조로 들어갔다가, 음식을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됐다. 그 뒤 21살 되던 해 갈빗집을 차려 독립을 했다. 여러 업종 변경을 거듭하다 한때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차렸던 쌈밥집은 하루에만 2000만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남부러울 일 없을 것 같은 대박집 사장님이 '숯불 해물 닭갈비'라는 신세계에 도전한 것은 '트렌드'를 읽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 보면 육류만 좋아하지 않잖아요. 육류가 건강에 안 좋다는 얘기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해물을 찾는 사람은 늘고…. 그래서 육류와 해물을 적당히 함께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 뭐 없을까 생각하다가 닭갈비와 해물을 접목해 봤죠."

메뉴에는 매운 해물 숯불 닭갈비와 간장 양념 닭갈비 등이 있지만, 이 둘보다 인기 있는 것은 '스페셜'이다. 스페셜에는 닭고기를 비롯해 오징어, 낙지, 가리비, 전복, 닭발, 닭 모래주머니 등 7가지 재료가 숯불에 구워진다. 일반적인 해물 숯불 닭갈비에는 전복과 낙지를 뺀 나머지 해물이 나온다. 해물들은 하나같이 굵고 실한 것이 싱싱함이 살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마산어시장 내 수산물 도매업체에서 물건을 들인다. 낙지는 특별히 큰 놈들로만 들인다. 한 마리 8000원 정도 하는 물량도 거리낌 없이 들여온다. "이 정도 크기는 돼야 많은 손님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비싼 낙지에 전복까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지만, 닭값에서 이문이 좀 남는단다. 닭은 전문 가공업체인 '하림'에서 들인다. 주로 껍질이 붙은 가슴살과 뼈를 발라낸 다리 살을 쓴다.

이들 재료는 비법 양념으로 밑간을 들여 초벌구이 한 뒤 손님상에 마련된 숯불에 올려진다. 양념에는 고춧가루(굵은 것, 가는 것), 마늘, 생강, 후추, 고추장 등이 들어가 맵싸한 기운이 돈다. 양념이 타며 내는 맵싸한 향에 그윽한 숯불 향이 더해지면, 냄새만으로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이제 맛을 볼 차례. 먼저 닭고기를 한 점 입에 넣는다. 매운맛이 강할 것 같은데, 뜻밖에 달큰한 맛이 입맛을 확 살린다. 살아난 입맛에 숯불 위 다른 재료에 이것저것 손이 가는데, 몇 점 먹다 보면 순간 비상신호가 온다. 두피가 가려워지고, 머리칼이 쭈뼛 서면서, 혀가 알큰하게 쓰려 온다. 매운 기운이 더운 콧김을 타고 뿜어져 나온다.

그런데도 젓가락질은 멈출 수가 없다. 첫맛은 '달큰' 뒤끝은 '맵싸'한 감칠맛에 어느새 중독이 돼버린 탓이다. 함안 임촌 참숯 공장에서 생산한 질 좋은 숯에서 나오는 강한 '불맛' 또한 음식에서 쉽게 손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오징어 가리비 등 마산어시장 수산물 도매업체에서 들여 온 해물들은 하나같이 굵고 실하다. /박일호 기자

이렇게 매운맛 황홀경에 빠져들었을 때 곁들이면 좋은 것이 있다. 바로 밑반찬으로 나오는 '백김치'.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백김치에 재료들을 싸 먹으면 매운 기운이 한층 중화된다. 집에서 직접 담근 백김치는 국물도 자작하게 배어 나와 이를 떠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간장 양념 닭갈비를 추천한다. 매운맛에 가려지지 않는 온전한 숯불 향에 달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술안주로도 딱 안성맞춤이다. 이렇듯 특별한 메뉴와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매운맛에 체인점 모집 문의도 잇따른다. 얼마 전에는 고성에 분점을 냈고, 얼마 안 있어 고성 2호점도 생길 예정이다. 창원에서도 분점을 내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금세 소문이 났다.

"체인도 체인이지만, 새로운 메뉴 개발도 많은 신경을 쏟고 있어요. 조만간 옻 진액을 발라 구운 닭갈비도 내놓을 생각이에요. 물론 사람 몸에는 좋지만, 잘 타지 않는 옻으로 말이죠. 하하."

내년이면 음식 인생 30년을 바라보는 김순옥 대표의 변함없는 열정도 아마 '낫놈' 음식 맛이 가진 큰 비결 가운데 하나 아닐까 싶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해물숯불닭갈비 1인분 7000원 △간장양념 해물숯불닭갈비 1인분 7000원 △스페셜 소 3만 원, 대 5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124-9 옛 도원예식장 입구 삼거리. 055-25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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