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터 내놔 폐쇄 절차 의혹…노조 "생산직 라오스 파견 거부" 내일 매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

소문이 무성했던 KR모터스 매각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측이 휴업에 앞서 공장 터를 내놓은 것이 확인되면서 공장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완암로에 있는 KR모터스는 지난 2014년 S&T그룹에서 라오스 한상기업인 코라오홀딩스로 넘어간 이륜차 생산업체다. 직원은 약 250명으로 생산직 직원은 180여 명이다. 지난달 2일 판매량 감소를 이유로 3개월간 임시휴업에 들어간 KR모터스는 휴업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직원 10명을 라오스로 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노동조합 측은 한국 공장 기술만 빼가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명 '기술 먹튀'를 위해 기술자를 파견하고 휴업 기간 국내 공장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회사를 둘러싼 매각설, 합병설 역시 '기술 먹튀' 주장을 뒷받침했다. KR모터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700㏄ 대형 모터사이클까지 자체 생산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이에 사측은 "한국 공장에 일감이 없어 남는 인력을 그룹사로 파견해 소화하려는 것뿐이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매각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사측이 앞에서는 회사를 살리려 노력하는 척하고 뒤에서는 공장 부지가 팔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1월 8일 한 부동산업체 홈페이지에는 '창원시 성산동 공장터 매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매각 대상 공장은 공장 대지면적 5만 2327.8㎡(약 1만 5829평), 전체면적 2만 8636.09㎡(약 8662평), 건물 규모 지상 2층 지상 1층이다.

정확한 주소는 나와있지 않지만 첨부된 지도 사진은 KR모터스 공장 터다. 아래 설명에는 창원 중앙역에서 약 5㎞ 떨어져 있고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어 지식산업센터나 공장으로 이용하길 추천한다고 돼 있다.

특히 공장을 내놓은 시점이 휴업보다 앞선 터라 사측이 생산라인 폐쇄를 염두에 두고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차근 노조위원장은 "한달 보름 전 노사협의 때 사측은 '매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었는데 뒤로는 자본을 철수하고자 절차를 밟고 있었다"며 "신뢰가 무너진 이상 사측의 어떤 말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7월 생산-영업 법인 분리부터 매각, 희망퇴직, 휴업, 파견까지 공장 폐쇄를 위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라오스 파견도 전면 백지화하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심판 일정은 다음 달 둘째 주 정도로 예상된다.

백 위원장은 "지난달 노조가 파견 전면 거부에서 한발 물러서 다음 달 6일 자로 파견일을 미루고 사측이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를 모두 취소했다"며 "3개월 휴업과 라오스 파견 모두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직원의 희생이었는데 사측이 회사를 팔고 먹튀하려는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직원을 머나먼 타국으로 보낼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R모터스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노조는 11일 오후 2시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매각 철회와 고용 보장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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