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106일째…회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방송인 왕종근 씨가 광고모델로 나오는 부산 막걸리 '생탁'. 이 '생탁' 제조업체인 부산합동양조 노조가 파업을 들어간 지 106일째에 이르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연간 6000만 병의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경남 35%, 부산 50%, 연매출은 200억 원에 달한다. 겉으로 '잘 나가는' 회사처럼 보이는 부산합동양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회사의 파업에 대한 블로그와 언론 보도를 통해 '생탁' 제조업체의 현 상황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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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합동양조에서 제조하는 '생탁'./최환석 인턴기자

41명의 사장이 갖는 배당금 연 98억…노동자는?

지난 4월 29일부터 부산합동양조 사하구 장림공장 소속 생산직 노조원들이 파업을 시작한 목적은 '고용여건 개선'이다.

이 회사 파업 소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는 이는 블로거 '커서'다. 그는 파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5건의 관련 글을 자신의 블로그 '거다란'(http://geodaran.com) 올렸다.

지난 7월 17일에는 부산합동양조 노조 파업캠프를 지키는 송복남 조직부장을 인터뷰해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주어진 공휴일은 한 달에 하루에 불과하고,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하지만 야간수당은 전혀 없다고 한다.

부산합동양조의 전체 이익금을 나눠 갖는 사장은 41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떻게 사장이 41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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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탁을 제조하는 부산합동양조 장림 공장 모습./블로그 '거다란'

부산합동양조는 1970년 부산에 있던 막걸리 양조장 43곳이 모여 만든 회사다. 이에 따라 이전 개개 회사의 사장들이 하나의 회사를 만들면서 동업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장림 제조장 사장만 25명에 달한다. 각각의 사장들은 매달 2000만 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연매출 200억 원에서 사장단이 받는 배당금을 계산해보면 연 98억 원 가량이 된다.

☞관련 글: 〔거다란〕지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매달 2천만 원씩 받아가는 41명의 사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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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회사 측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한 순수익은 71억 원에 불과해 사측과 노조의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5월 8일 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노조는 축소신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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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건물의 휴게공간. 현재는 수리했다고 한다./블로그 '거다란'

☞관련 기사: 〔연합뉴스〕막걸리 '생탁' 제조업체 노조 처우개선요구 파업

돈 문제 보다 일단 노조가 회사에 바라는 것은 고용안정과 노사 동수 징계위원회 구성이다. 6월 10일 자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수준의 노동조건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가 인사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를 해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부산일보〕사장만 25명 '생탁' 44년 만에 첫 파업

지하수 사용한다더니…식약처에 위반사항 적발

한편 노조와 사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7월 16일, 노조가 회사의 허위과장 광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업이 또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7월 16일 자 <연합뉴스>는 이 회사가 지하 320m 천연 암반수로 막걸리를 생산한다고 광고해왔으나 실제로는 상당 부분 수돗물을 사용한 일이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연합뉴스〕파업 '생탁' 노조, 수돗물 막걸리 의혹 제기

하지만 결론적으로 노조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7월 30일 <부산일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산합동양조 공장을 특별점검한 결과 허위 과대광고, 위생 취급기준, 보존·유통기준, 제조일자 허위 표시 위반을 적발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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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부산합동양조 공장 특별점검 관련 부산일보 기사./부산일보 누리집 캡처

☞관련 기사: 〔부산일보〕"일부 '생탁' 막걸리에 천연암반수 아닌 수돗물 사용”

끝나지 않는 파업…전망은?

노조에 유리해 보이는 부산합동양조의 적발 상황이 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송복남 조직부장은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남도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송 씨는 "여전히 회사 측은 '배 째라'식으로 나온다"며 "오늘 식약청에 신속한 영업정지 처분을 바라는 항의방문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또한 "내일(12일) 식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기간 이어진 부산합동양조 노조 파업이 어떻게 해결될까? 회사 측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파업 이후 매출이 20%가량 떨어지면서 과연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적 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빨리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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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 부산식약청 앞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주최한 부산합동양조 노조 기자회견이 열렸다./부산합동양조 노조 송복남 조직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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