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일대 ‘몸살’ …소나무재선충에다 방제인력도 모자라

소나무 재선충이 경남지역에도 발생해 관계 당국이 방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마산시와 창원시 일대 산림에 흰불나방이나 오리나무잎벌레·나비목 애벌레 등 잎큰나무(활엽수)의 해충피해가 겹쳐 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산 내서 광려산 일대 활엽수림에 오리나무잎벌레, 나비목 애벌레 등의 많은 개체의 해충들이 우글거리고 있다(왼쪽). 이들 해충들이 잎을 갉아 먹어 광려산이 초겨울산처럼 변해버렸다./유은상 기자
16일 경남도민일보 취재팀이 광려산·천주산·팔룡산·무학산·청량산을 둘러본 결과, 8분 능선을 중심으로 해충들이 잎넓은 나뭇잎을 갉아먹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바람에 마치 겨울산을 연상케 했다.

특히 해충피해가 산 아래 민가 쪽으로 확산돼 농작물이나 과수의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어 당국의 방제가 시급하다.

오리나무잎벌레의 성충은 4월 말부터 나타나 오리나무 잎 살만을 갉아먹어 잎이 붉게 변하게 되며, 피해를 입은 나무는 부정아가 나오고 2~3년 계속되면 나무가 죽기도 한다.

또한 미국 흰불나방은 한 마리가 한번에 2000~3000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며, 약 300여 종의 나무를 먹이로 하는 유충은 엄청난 대식가로 잎이 무성한 나무도 며칠 사이에 벌거숭이로 만들어 버린다.

마산시 내서읍 감천마을의 임민석 이장은 “작년에도 이런 애벌레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올해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감나무 등 유실수에 대해서는 주인 개개인의 방제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산속의 나무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산에서 신감지구까지 960m의 임도만 따라가 보더라도 해충의 습격을 받은 앙상한 나무들이 즐비한 데다 심한 능선은 나무의 3분의 2가 암갈색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놓고 있어 새잎이 돋은 정상적인 나무들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인근 광려사의 한 스님은 “몇 주전에 비해 지금은 그래도 많이 잦아 든 상황”이라며 “심할 때는 나무에서 떨어진 수백 마리의 유충들이 길을 덮을 정도였고 치워도 다음날이면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마산시청 재난예방과는 피해지역 도로와 임도 주변을 중심으로 방제차량을 이용, 16일부터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피해지역이 워낙 넓은 데다 효과가 좋은 항공방제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와 양봉농가 등의 반발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소나무재선충 방제까지 겹쳐 인력과 장비가 모자란 탓이다.

재난예방과 관계자는 “연례적으로 해충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예년보다 따뜻한 날이 많은데다 방제약품에 대한 내성도 갈수록 강해져 더욱 극성”이라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 말부터는 소멸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그 안에 해충의 확산을 막아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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