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자유발언서 드루킹 언급에 대부분 할애…기존 언론 보도 되풀이 불과

“뭐야, 아무런 내용이 없잖아! 그런데 왜 이런 걸”

18일 열린 경남도의회 제35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박삼동(자유한국당·창원10)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을 들은 기자들 반응이다.

박 의원은 이날 ‘김경수 신임도지사에게 바란다’는 제목으로 드루킹 관련 발언을 했다. 순조로운 원 구성으로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 뜬금없는 자유발언으로 벌써 그 기대가 깨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5분 자유발언 내용은 미리 공개되지만 박 의원의 발언문은 사전에 배포되지 않았다. 본회의 시작을 앞두고서야 기자들 사이에서 박 의원이 ‘드루킹 사건’ 관련 언급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김 지사 사퇴하라 등 ‘폭탄 발언’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갖가지 추측을 낳았다.

02.jpg
▲ 18일 열린 경남도의회 제35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박삼동(자유한국당·창원10)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하지만, 이날 박 의원의 자유발언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팩트’가 없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나타난 김 지사의 말 바꾸기와 드루킹과 경공모의 친밀도 경공모의 운영자금 등 이런 정황을 볼 때 김 지사와 드루킹이 공범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며 주어진 5분 대부분을 드루킹 사건을 보도한 기사를 인용해 발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6·13지방선거 때부터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자료를 모아왔다. 오늘 자유발언은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이라는 역경을 뛰어넘어 도민들이 더 편안하고 살맛 나게 해달라는 바람에서 한 것”이라며 “오늘 자유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처음에는 더 강하게 ‘멘트’를 하려다가 순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의정활동을 국회의원이, 당이 하라고 해서 하지는 않는다”며 “나름대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안 좋게 비치더라도 소신과 원칙대로 해왔다. 당으로부터 자유발언과 관련해 어떠한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판단임을 강조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업무보고와 추경 제안 설명을 하면서 박 의원에게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7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제 책무는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특검을 통해 확실하게 우려를 털어내는 것”이라며 “일일이 정치적 공방으로 들어가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해명할 게 아무것도 없다. 이미 다 밝혔고 특검이 소환하겠다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박 의원 발언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내용 없는 흠집내기’라며 발끈하고 있다.

송순호(민주당·창원9) 의원은 “11대 도의회는 갈등과 반목을 종식하고 협치를 통해 도민 복리증진에 매진하자고 했다”며 “이런 흐름에서 이번 박 의원은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고 본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협치는 끝났다. 더는 뭘 양보해야 하나. 우리도 쪽수로 밀어붙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조만간 의원단 대표 모임이 있을 예정이다. 원내활동과 관련해 ‘한국당과 관계 재설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도정 시절 ‘채무 제로’와 관련한 공방이 사실상 도의회로 옮겨온 상황에서 박 의원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