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추모행사 준비한 함안여중 학생들
오늘 리본 나눔·다큐멘터리 함께 시청 등
"잊어버리는 순간 똑같은 일 되풀이될 것"

4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행동과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함안여중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모행사를 한다. 학생들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잊어버리는 순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잊으면 반복될 '세월호' = "우리가 기억을 못 하면 결국 잊히고, 잊으면 같은 일이 다시 생기겠죠."

함안여중 학생자치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행사로 세월호 4주기 추모식을 준비했다. 지난 13일 학생들은 학교에서 함께 노란 리본과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함안여중 학생들은 '세월호' 하면 노란 리본, 배, 희생자, 노란 고래의 꿈 조형물, 희생자, 안전불감의 민낯 등이 떠오른다고 했다.

"세월호 추모식을 준비하겠다고 하니까 '4년이나 지났는데 왜 하냐'고 묻는 어른이 있었어요. 마치 자기 일은 아니라는 듯이요. 잊으면 안 되죠. 세월호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것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를 보면 검찰, 해경, 정치인들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뭘 밝혀냈지요? 어이가 없어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후 함안군 가야읍 함안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추모 행사준비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16일 아침 등교시간에 노란 리본 고리를 나누고, 현수막에 추모글을 쓴다. 점심시간에는 교내 방송을 통해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함께 시청하고,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내 영혼 바람이 되어' 등 추모곡을 듣는다. 전교생은 1개씩 '세월호 잊지말자'를 새긴 램프도 만들었다. 신관과 구관을 잇는 구름다리에 리본을 달고, 희생자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여전한 '가만히 있으라'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은 결국 304명 희생자를 냈다. 4년이 지났지만 청소년 시각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 가정과 학교, 직장, 사회는 '우월적 지위에 대한 거부는 건방진 짓'이라고 은연중에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함안여중 나은비(3학년) 양은 "만약 세월호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나도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자율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라며 "어른들은 늘 자신은 그렇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사회 구조 개선은 내버려 둔 채 우리에게 공부를, 계속 '노오력'하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거듭된 강압 속에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김두은 함안여중 교사도 "역시 배 밖으로 못 나갈 것 같다"며 "나도 모르게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 못하게 교육해왔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4·16안산시민연대가 지난해 9~11월에 진행한 '청소년 사회의식조사'에 응답한 청소년 744명은 '최근 5년간 뉴스를 통해 바라본 세상'에 100점 만점에 46.34점을 줬다. 또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36.10점(819명 응답)을 줬다.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경험으로 △정해진 길에서 어긋나려 할 때 △이의를 제기할 때 △전체 흐름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등을 꼽았다. 이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어른들은 권위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사회는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시민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천현주(47·거제) 씨는 세월호 관련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사회 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천 씨는 "4년 전 사고 당시 단원고 아이들과 큰딸 나이가 같았다. 팽목항, 진도 체육관에 가서 자원봉사를 했고, 거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도 해왔다"며 "여전히 대형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피케팅, 추모 활동 등을 거제에서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50개가 참여한 세월호 참사 4주기 경남추모위원회는 16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 분향소를 운영하고,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촛불 문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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