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정신 잊힐라"… 미래세대 공감 콘텐츠 절실
청소년 관련 행사 진부, 지역사 교재 발간도 중단
영화〈택시운전사〉 효과 광주 5·18 본보기 삼아야

올해로 3·15의거 58주년을 맞는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마산에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 부정선거에 맞선 반독재 민주화 항쟁이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만큼 당시 현장에서 저항한 주역 대부분은 팔순을 바라본다. '민주성지' 창원에서는 이제 새로운 세대가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미래세대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는 부족하다.

◇'핵심 콘텐츠' 발굴해야 = 3·15의거 정신 계승을 위해서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친숙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3·15의거기념사업회는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청소년 중심 사업 효과에 물음표가 붙는다. 기념사업회 사업 방향을 보면 △재조명·위상 정립 △관련 시설 성역화 △문화·체육행사 △부상자·유족 지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추모제, 위령제, 마라톤대회, 음악제, 웅변대회, 전국아마바둑대회 등을 치렀다. 청소년 중심 사업은 백일장, 문화제, 역사 아카데미, 기념연극, 청소년 영상제 등이다.

누적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영화 개봉 이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는 학생이 늘었다.

지난해 5·18묘지 방문객을 보면 전체 70만 1452명 중 학생이 27만 1490명에 이른다. 학생 방문객은 2016년보다 2만 2750명 늘었다. 2017년 8월 <택시운전사> 개봉 이후 12월까지와 전년도 같은 기간 5·18묘지 방문 학생 수를 비교하면 2만 1775명이나 차이 난다. 이는 청소년에게 친숙한 콘텐츠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국립3·15민주묘지를 찾는 학생은 적다. 3·15묘지에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모두 52만여 명이 방문했는데, 학생은 5만 3854명(2016년)에서 4만 1283명(2017년)으로 줄었다. 3·15기념사업회는 지난해 연극 <너의 역사>를 무대에 올렸다. 50주년에는 뮤지컬 <삼월이 오면>을 공연한 바 있다.

5·18민주묘지 관계자는 "<택시운전사> 개봉 이후 학생 방문객이 많이 늘었다"며 "현재 청소년은 글보다 영상이 친숙한 세대이므로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 1960년 3월 15일 이른바 3·15 부정선거에 마산 시민과 학생이 봉기했다. 58년이 흐른 지금 그날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우리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고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립3·15민주묘지 내 정의의 상 불끈 쥔 주먹 사이로 태양이 빛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지난해 마산제일여고 '홍익인간' 동아리는 3·15의거 정신 계승을 위해 '3·15 시내버스'를 만들자고 창원시에 청원하기도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광주 518번 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시내버스에, 마산지역 민주화 성지 코스를 접목하자는 것이다. 당시 한 학생은 "광주 하면 5·18이 딱 떠오르는 것처럼 마산 하면 3·15가 바로 떠오를 수 있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15 역사교과서 중단 = 창원교육지원청은 지난해 3월 15일 <3·15의거와 함께하는 창원사랑> 지역사 교재를 발간했다. 3만 3000권을 발간해 창원지역 모든 중학생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배포되지 않는다.

120쪽 분량 <3·15의거와 함께하는 창원사랑>에는 창원 역사, 창원의 자랑 3·15의거, 3·15의거와 민주주의, 3·15의거와 우리 고장 창원 등을 주제로 구성됐다. 교재는 역사 교과 수업자료, 자유 학기제 체험학습 자료, 창의적 체험활동 자료 등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마산중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3·15민주묘지를 방문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역사 수업 중 현대사 부분과 관련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서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역사 교과 시간에 활용하면서 3·15의거를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교재 발간은 중단됐다. 애초 일회성 사업이었고,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창원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지역 역사 교육 차원에서 확대되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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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5의거 1주년 기념 추도제 모습./4·19도서관

◇무뎌진 비판 정신, 정부마저 외면? = 올해 3·15의거 기념식에 대통령,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아쉬움이 터져 나온다.

지난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3·15기념식에는 국무총리마저 참석하지 않으면서 위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58주년 3·15의거 기념식은 15일 오전 10시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12일 국무총리실은 “이낙연 총리는 브라질 순방으로 3·15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남동부보훈지청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참석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3·15의거 기념식은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 2011년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개최되면서 국무총리가 참석해왔다. 앞서 2000년 40주년 기념식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적 있다.

기념사업회는 저항·비판 정신을 계승하는 단체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일부 회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 원로는 “대구 2·28, 광주 5·18단체는 탄핵 관련 성명을 발표했는데, 3·15기념사업회는 침묵의 단체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장희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당시 내부 조율 과정에서 시기를 놓쳤던 것이지 저항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념사업회 체질 개선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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