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재판에 임하는 홍준표 지사 전략은

지난 6월 2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시인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 섰다.

이날 홍 지사는 본격적인 증인신문 전 판사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이렇게 말한다. 이 발언은 지난 1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홍 지사가 취해온 대응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작년에 기소될 때 수사 결과 발표되면 반발하지 말라는 요청이 있어서 가만히 있었다. 나라도 기소가 되어야 친박 대선자금 문제가 묻히고 나라가 안정된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 원본 행세하던 녹취는 원본이 폐기됐다고 밝혀졌다. 검찰은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당당해져야 한다."

홍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담당 판사는 "단정적으로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고 제지했고, 검찰의 반박도 이어졌다.

지난 4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다 뒤돌아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검찰이 수사 결과에 반발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사실무근이다. 검찰은 그 어떠한 것에도 개의치 않고 조직의 사활을 걸고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임했다. 변호인단의 편의를 위해 파일로 수사 자료를 제공하면서 그 편집 과정에서 일어난 오류를 잘못된 증거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홍준표 지사의)무책임한 폄훼와 허구적인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장면은 15차례나 이어지는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반복되었다. 홍 지사는 틈이 있을 때마다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발언을 했고, 그때마다 검찰과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홍 지사는 담당 판사로부터 "그 정도 하시고…"라는 제지성 권고를 수차례 듣기도 했다.

홍 지사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취하는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검찰이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엄창현·김해수 진술 회유 녹음 파일'이 부당하게 취득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검찰이 친박 대선자금 수사를 의도적으로 덮고 있다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다.

즉, '성완종 비자금 장부'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건 정치 쟁점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친박 대선자금을 덮고자 자신에 대한 표적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불법 증거 취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5월 27일 재판에서 검찰은 홍 지사를 향해 "지사님 우리도 많이 참고 있습니다.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발끈하기까지 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출석하면서부터 불법 감청 의혹을 제시한 데 이어 2월에는 검찰이 경남기업 비자금 장부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홍 지사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자체 감찰을 받을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판사로부터 "너무 많이 나가는 것 같다. 그 정도 하시고"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홍 지사 변호인단의 검찰을 향한 수사자료 요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6차례나 공판준비기일을 거쳤는데도 변호인 측이 재판 막바지까지 기소 내용과 상관없는 수사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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