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신고리 5·6호기 필요하나

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은 극장용 광고 한 편을 공개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2035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광고는 재난영화 콘셉트를 차용했다.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서울은 곧바로 아수라장이 된다. 광고 속 한 남자는 "쓴 만큼 사라지는 게 자연의 이치"라며 "그러게 전기를 아꼈어야지"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도 뜨악한데 한 술 더 떠 광고 끄트머리에 "아…원자력 발전만 있었어도"라고 읊조린다.

광고는 전기가 부족한데 지금처럼 쓰다가는 대정전이라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대정전을 피하려면 원자력 발전설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정부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각각 2021년 3월과 2022년 3월 완공이 예정돼 있다.

정말 우리나라는 전기가 부족한 상황일까. 그래서 원전을 확대해야 하는 걸까. 시민사회단체는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기가 남아돈다고 지적한다. 신고리 5·6호기를 두고 다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01.jpg
▲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산256. 부산과 울산이 바로 인접한 이 일대에 대규모 '원전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5·6호기가 들어설 지역 인근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모습. /연합뉴스

◇전력소비 증가율 낮은데도 원전 확대 = 우리나라 전력소비 증가율은 제자리걸음 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발전설비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까지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2014년 말 기준 국내 총 전력 소비량은 47만 7592GWh로 지난 10년간(2005~2014년) 연평균 4.1%가 증가했다. 제6차 계획에서 정부는 전력소비 증가율을 크게 잡았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2.9%, 3.4%로 예상했다. 반면 실제 증가율은 1.8%, 0.6%를 기록했다. 전력소비 증가율은 2011년 9월 순환단전 이후 과거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수요 관리 △요금 적정화 △기온 효과 영향이라고 해명한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발전설비 규모는 총 9만 3216㎿이다. 2005년 6만 2258㎿에서 50%가 증가했다. 총 발전설비 규모는 세계 13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9년을 기준으로 총 필요 발전설비를 13만 6553㎿로 잡았다. 발전기 고장 등에 대비, 최소 예비율 15% 이상 확보를 목표로 했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이 불확실할 것까지 고려해 2029년 적정 설비 예비율을 22%로 설정했다.

예상 소비전력도 총 65만 6883GWh로 전망했다. 2029년 기준 1인당 전기 소비량이 1만 3100kWh라는 셈인데, 이는 독일이 계획한 2030년 1인당 전기 소비량 6100kWh의 두 배에 달한다.

또 7차 계획은 6차 계획보다 원전 비중을 높게 잡았다. 6차 계획에서 2027년 기준 원전 비중은 27.4%인데, 7차 계획은 2029년 기준 28.2%로 0.8%p 늘렸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차 계획 4.5%에서 불과 0.1%p 높인 4.6%로 계획하고 있다.

◇전기 남아돈다 = 목표 발전설비 예비율 22%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7차 계획 발표 이후 줄곧 제기됐다. 발표 이전에도 적정 예비율은 15%선이 적당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는 전력 수요 예측 어려움을 내세워 예비율을 높게 잡고 있다.

지난해 가장 설비 예비율이 높았던 때는 10월로 48.2%를 기록했다. 여름에 접어든 6월에도 설비 예비율은 36.9%를 나타냈다. 공급 예비율은 어떨까. 지난해 6월 한 달 공급 예비율은 20.3%였다. 발전소에서 실제 생산한 전력 100 가운데 20가량이 남아돌았다는 뜻이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전기 소비가 2010년을 기점으로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 소비량 하락 원인으로 전기 효율성이 높아지고 전기 다소비 업종인 철강·조선업이 퇴조한 것을 꼽았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는 매년 2.2%씩 전기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원자력발전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업체를 지원하려고 수요를 부풀려 다리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며 "대기업 일거리를 창출하려고 위험한 원전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전기는 남아돌고, 전기 사용이 많을 때는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면 되는데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원전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목표 설비 예비율을 높게 잡는 이유로 지목되는 2011년 9월 대정전도 박 대표에 따르면 잘못된 수요 예측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전력대란이나 대정전을 들먹이는 광고로 국민을 위협하는 정부에 박 대표는 "국민을 그만 속이고 노후 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